
KIA 타이거즈는 지난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9-4로 앞선 9회말 마무리 성영탁이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4피안타 2볼넷으로 9-8을 만든 뒤 이어나온 김범수도 2사 후 안현민에게 동점타, 힐리어드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 9-10으로 졌다.
이튿날 KT에 11-5로 역전승하긴 했으나 아픈 패배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범호(45) KIA 감독의 반응은 다소 뜻밖이었다.

취재진이 "토요일(20일)에 쇼크가 좀 있었는데..."라고 묻자 이 감독은 "쇼크 없었는데요?"라고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이 감독은 "그냥 뭐 10-9로 아깝게 진 것뿐이다. 심리적으로 그런 건 없다"라고 잘라 말한 뒤 "바로 한 경기 만에 선수들이 잘 해줬기 때문에.... 지나간 주는 지나간 주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공교롭게 이날 경기에서도 KIA는 7-2, 똑같이 '5점 차'로 앞선 9회말 다시 위기를 맞았다. 김범수가 선두 임병욱에게 중전 안타, 김건희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 2루에 몰렸다.
KIA 벤치는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곧바로 성영탁을 마운드에 올렸다. 성영탁은 2사 후 서건창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2루 대주자 박수종에게 득점을 허용했으나 히우라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 7-3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성영탁(22)과 인터뷰에서도 '토요일 경기'가 주된 화제였다. "그날 울컥하는 듯한 얼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고 취재진이 묻자 성영탁은 "저 안 울었습니다. 우는 스타일이 아닌데..."라며 "분한 마음에 눈동자가 초점을 좀 잃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제가 못 던진 건데 왜 울겠는가. 코치님과 선배들이 '똑같이 해라. 상관없다'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냥 좋아하는 게임도 하고 잠도 잘 잤다"고 이야기했다.

이범호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올 시즌 전반기를 돌아보며 "우리가 다같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5강은 가능하다고 봤다. 선수들이 얼마나 잘 뭉쳐 있느냐, 그래서 상대가 빡빡하게 느끼는 팀을 만드는 것이 장기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법. KIA가 충격패의 아픔을 이겨내고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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