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력 32강 진출 기회를 날려버린 홍명보호의 운명이 타 조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E조와 F조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마무리되면서 한국의 토너먼트행 막차 탑승 여부는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본은 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F조 최종전에서 스웨덴과 1-1로 비겼다.
후반 11분 마에다 다이젠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던 일본은 7분 뒤 안토니 엘랑가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시각 네덜란드가 튀니지를 3-1로 격파하면서 F조는 1위 네덜란드(2승 1무 승점 6), 2위 일본(1승 2무 승점 5), 3위 스웨덴(1승 1무 1패 승점 4) 순으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같은 날 펼쳐진 E조 경기에서는 에콰도르가 독일에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 승리로 에콰도르는 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하며 조 3위를 확보했다.
이번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각 조 1, 2위가 32강에 직행하고 조 3위를 기록한 12개 팀 중 상위 8개 팀이 토너먼트행 막차를 탄다.
이날 일본이 스웨덴을 두 골 차 이상으로 꺾었다면, 한국은 스웨덴을 제치고 32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날 승점을 추가한 E조 3위 에콰도르와 F조 3위 스웨덴(이상 승점 4)은 최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덜미를 잡힌 한국(1승 2패 승점 3)을 제치고 32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은 조 3위 팀 간 순위 싸움에서 간신히 5위 자리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남은 조들의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며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가혹한 처지다.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고 굴욕적인 기다림의 시간에 돌입한 선수단의 심경은 참담함 그 자체다. 주장 손흥민(LAFC)은 "우리가 지금 3위로 올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타 조 결과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던 상황이었다"며 "많은 선수가 노력한 것에 비해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지만, 이제는 우리 손을 떠난 문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허탈한 속내를 고백했다.
핵심 미드필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역시 "당연히 기대를 갖고 앞으로 모든 행운이 저희한테 왔으면 좋겠다"면서도 "일단 기다리면서도, 그래도 다음 경기가 있을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경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잘 반성하고 준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비수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또한 "자력 진출을 할 수 없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분위기가 다운되더라도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계속 준비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비수 이기혁(강원FC)은 "자력으로 올라가는 것과 다른 팀 결과로 올라가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며 "어찌 됐든 다음 경기가 있을 수 있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준비해야 한다"고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다.
전술 실패와 대패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홍명보 감독은 베이스캠프인 과달라하라로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준비한 만큼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를 시킨 감독의 역할이 잘못됐다고 얘기해도 전혀 문제없다"며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왜 갑자기 이런 경기력이 나왔는지 나를 포함해 코칭스태프도 당황스럽다"고 전술적 오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홍 감독은 "어떻게든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남은 기간 잘 추슬러 32강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선수들도 다시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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