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최고의 발명품이었습니다."
2026 FIFA 월드컵 관람을 위해 미국을 찾은 영국의 유명 푸드 유튜버 조노 예이츠(39)가 귀국 후 가장 많이 떠올린 건 바비큐도, 베이글도, 치즈스테이크도 아니었다. 달라스, 뉴욕, 필라델피아를 돌며 음식 탐방을 즐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한 건 다름 아닌 호텔 객실의 에어컨이었다. "절대적인 행복이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뭔지 알았습니다."
유럽 폭염 소식이 쏟아지는 올 여름에 미국을 찾은 유럽 축구팬들 사이에서 에어컨이 화제다. 워싱턴포스트 지는 월드컵을 계기로 수십만 명의 유럽 관광객이 "지구상에서 가장 냉방이 잘 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와 레스토랑, 셔틀버스, 경기장 어디서든 차가운 공기를 만끽한 유럽팬들이 "팔에 소름이 돋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출신 코미디언 빅토르 바슈롱(35)은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월드컵이 나에게 가르쳐준 한 가지 — 미국의 에어컨, 뭔가 있는 것 같다." 워싱턴DC에서 독일 대 에콰도르 경기를 관람한 독일인 목사 유니 호페(37)는 "그 '웅웅' 소리는 여전히 싫다"면서도 "청바지에 땀이 배지 않는 건 솔직히 좋다"고 인정했다.
감동의 배경엔 유럽의 혹독한 현실이 있다. 현재 유럽은 역대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고, 철로가 뒤틀리고, 열사병과 익사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에어컨 보급률은 영국 가정 기준 약 4%, 유럽 대륙 전체로 넓혀도 약 20%에 불과하다. 미국의 90%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치다. 예이츠는 귀국 후 "가장 짧은 반바지를 입고 얼음 조각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며" 더위를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사에는 미국 독자들의 댓글 365개가 달리며 뜨거운 반응을 낳았다. "텍사스, 피닉스 같은 곳은 에어컨 없이는 사람이 살 수 없다", "내 에어컨은 차가운 손가락이 식을 때까지 절대 못 빼앗아 간다"는 반응부터 "프랑스 마트에서 에어컨을 서로 낚아채는 영상을 봤는데 블랙프라이데이 같았다"는 목격담도 등장했다. "에어컨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면서 겨울 난방은 펑펑 쓰는 건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이 에어컨을 꺼리는 데는 환경 의식 외에도 전기요금 문제가 있다. 한 독일 독자는 "독일 전기요금은 미국의 두 배라 에어컨 보급이 낮은 진짜 이유는 환경이 아니라 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 지도부가 최근 "대규모 에어컨 보급 계획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에어컨은 유럽에서 정치적 의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예이츠는 귀국 후에도 LA의 스타벅스를 잊지 못하고 있다. "너무 적당하고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가 실제로 에어컨을 설치할지는 미지수다. 영국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건 아직 "영국답지 않은 일"로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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