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3연승의 일등공신 김호령(34)의 유니폼에 써 있는 팀명은 KIA TIGERS(타이거즈)가 아닌 'TIGES'로 변해 있었다. 흙 범벅이 된 유니폼과 무관치 않았다. 얼마나 열심히 경기를 뛰었는지,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를 가늠케 했다.
김호령은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 2도루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기 첫 경기에선 SSG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에 꽁꽁 묶여 패배했지만 이후 3연승을 달렸고 이날은 이범호 감독의 통산 200승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이번 시리즈는 김호령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는 호수비로, 오늘은 결정적인 결승타로 팀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고 가장 먼저 언급했다.
지난 17일 경기에선 3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하며 6-3 승리를 이끌었고 18일 경기에선 3안타 3득점으로 타선에서 결정적 역할은 물론이고 SSG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는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와 완벽한 송구로 인한 더블아웃을 만들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선발 투수 제임슨 네일은 물론이고 이범호 감독 또한 "최고의 수비였다"고 극찬했다.

이날은 앞선 세 타석에선 삼진, 우익수 뜬공, 2루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존재감을 빛냈다. 팀이 4-5로 끌려가던 7회초 바뀐 투수 이로운을 상대로 1-2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침착히 볼넷을 골라나갔고 2루를 훔친 뒤 김도영의 2루타 때 여유롭게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8회초엔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고도 대타로 나선 박재현이 병살타로 물러났다.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되며 2사 2,3루로 상황이 급변했고 76.6%까지 올랐던 승리 확률은 49.7%까지 급락했다.
김호령이 분위기를 다시 바꿔놨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포크볼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날렸다.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은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승리 확률은 단숨에 32.6% 올라 82.3%가 됐다. 도루로 2루를 훔친 김호령은 폭투를 틈타 3루까지 향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상대를 쫓기는 상황으로 몰아붙였고 헤럴드 카스트로의 쐐기 투런 홈런까지 나오며 김호령도 홈을 밟아 승리로 직결됐다.
결승타 만큼이나 빛난 건 8회 도루 장면이었다. 앞서 한 차례 도루를 성공했던 김호령은 8회에도 지체 없이 2루를 훔쳤는데 이 과정에서 유니폼에 붙은 'TIGERS' 중 'R'이 떨어져 나갔다. 이날도 김호령의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돼 있었다.
김호령은 "도루를 하거나 다이빙 캐치를 해서 유니폼이 더려워지는 건 너무 기분이 좋다"며 "유니폼이 깨끗하면 뭔가를 안한 것 같고 그런 날은 못한 날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라고 말했다.
전날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네일의 뜨거운 포옹을 이끌어낸 다이빙 캐치 장면은 물론이고 내야 안타 과정에서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보는 이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KIA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이를 금지하고 위반시엔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전날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김호령은 "이겨서 봐주시지 않을까"라면서도 "처분에 따를 것"이라고 체념했는데 경기 전 만난 이 감독은 "벌금 안 내는 대신 빨리 계약하라고 말했다"고 웃었다. 이어 "요즘은 호령이가 뭐 하나만 하면 자꾸 이슈가 된다. 자꾸 이슈가 안 돼야 하는데 참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김호령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호령도 "훈련 전에 벌금 얘기가 나왔다. 원래 1000만원인데 100만원만 내라고 하시더라. 그만큼 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며 "경기 전 훈련 때도 감독님께서 (1루에서) 슬라이딩 하지 말라고, 다친다고 하셨다. 이제 안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직접적으로도 어필을 하고 있다. 김호령은 "감독님이 하루에 한 번씩은 무조건 (계약하라고) 하신다. 올초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인사드리면 '계약 안 하냐'고 말씀하시는데 매번 웃어 넘긴다"며 웃었다.
2015년 2차 10라운드에서 KIA의 선택을 받은 김호령은 2016년 124경기에 나선 뒤 지난해(105경기) 전까지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없었다. 그만큼 주전과는 거리가 멀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타율 0.283 6홈런 39타점 12도루 46득점, 출루율 0.359, 장타율 0.434, OPS(출루율+장타율) 0.793을 기록했고 올해는 벌써 89경기에 나서 타율 0.283(346타수 98안타) 11홈런 48타점 57득점, 출루율 0.329, 장타율 0.448, OPS 0.777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오랜 기간 백업 역할을 하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젠 주인공이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호령은 "타율 3할 이상을 치고 싶은데 계속 2할 8푼대에 머물다보니 쉽지가 않다"며 "2할 8푼대를 유지하고 싶고 3할 이상으로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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