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승부가 한창이었지만 FC서울 골키퍼 구성윤(32)은 상대 팀 골키퍼 김형근(32·부천FC)을 위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달려갔다.
서울은 1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부천을 3-1로 꺾었다.
리그 선두 서울은 값진 승점 3을 챙겼지만, 경기 도중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장면이 나왔다. 후반 9분 서울 미드필더 정승원의 득점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던 김형근이 정승원과 충돌했다. 김형근은 큰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의료진이 급히 투입됐지만 김형근은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경기장 안으로 구급차까지 들어왔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구성윤은 자신의 골문을 벗어나 김형근이 쓰러진 곳까지 달려갔다. 두 선수의 골문은 그라운드 양 끝에 있었지만, 구성윤은 김형근이 걱정돼 반대편 골문까지 한달음에 내달렸다. 승부를 떠난 골키퍼 간의 '동업자 정신'이 빛난 순간이었다.
구성윤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김형근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선수다. 멀리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정승원이 다친 줄 알았는데 김형근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더라. 구급차까지 들어왔기에 많이 걱정돼 달려갔다"고 설명했다.
김형근 곁으로 달려간 구성윤은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구성윤은 "괜찮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김형근은 큰 부상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이영민 부천 감독은 김형근의 상태에 대해 "가벼운 뇌진탕 증세"라고 설명했다.
구성윤은 같은 골키퍼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골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하는 포지션의 숙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윤은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골키퍼라는 직업은 그런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공을 막는 것이 생명이다 보니 몸을 사릴 수도 없다"면서 "그래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구성윤은 김형근을 걱정하면서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끝까지 서울의 골문을 지켰다. 서울은 조영욱과 정승원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앞서갔다. 후반 18분 부천 김상준에게 추격골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시간 파트리크 클리말라가 쐐기골을 터뜨리며 적지에서 승점 3을 챙겼다.
구성윤도 동점을 노린 부천의 거센 공세를 끝까지 막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구성윤은 "후반 첫 실점 이후 분위기가 부천 쪽으로 넘어갔다. 선수들이 많이 당황했지만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아 잘 대처한 것 같다"며 "그 덕분에 3-1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 시즌 서울 유니폼을 입은 구성윤은 안정적으로 뒷문을 지키며 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김기동 서울 감독도 "구성윤이 잘해주면서 수비 라인도 뒤가 든든하다. 선수들이 경기를 편안하게 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구성윤은 "무언가를 과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은 뒤 경기에 들어간다"며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잘 준비하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뒤에서 동료들을 바라보며 저도 많은 동기부여를 얻고 감동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하려고 한다. 그것이 좋은 선방과 결과로 이어졌고, 그래서 감독님께서도 칭찬해주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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