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영국 가디언은 20일(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을 위해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야유가 터져 나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의 우승 세리머니에 끼어들려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판티노 회장과 함께 유리로 둘러싸인 고급 좌석에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을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회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변에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도 자리했다.
미국 국가가 연주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경기장 전광판에 잠시 비치자 관중석 일부에서 야유가 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다른 스포츠 행사에서 받았던 반응과 비교하면 그 강도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여러 골프 대회와 대학 미식축구 챔피언십 등 스포츠 현장을 찾았다. 최근에는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3차전이 열린 뉴욕 닉스의 홈경기장을 방문했다가 홈 관중으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날 결승전 관람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소동은 없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우승이 확정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이 시상식을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본격적인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가디언은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약 78데시벨이던 경기장 소음이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이 등장하자 순간적으로 84데시벨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84데시벨은 가까이에서 작동하는 진공청소기나 잔디 깎기 소리에 가까운 수준에 해당한다.


더 큰 논란은 이후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승 트로피를 전달한 뒤에도 시상대에 남아 스페인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에 참여하려 했기 때문이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 대표팀에 월드컵 트로피를 전달한 뒤에도 시상대 옆에 남아 선수들과 함께 우승을 축하하려 했다"며 "결국 인판티노 회장이 조용히 그를 무대 밖으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승팀의 세리머니 무대에 남으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도 우승팀 첼시(잉글랜드)에 트로피를 전달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에 참여하려 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첼시 선수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포착됐다.
개최국의 정상이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인판티노 회장과 함께 리오넬 메시와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승팀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와 선수들에게 트로피를 수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회 내내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며 비판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퇴장 징계 철회 논란이다.
발로건이 레드카드 징계로 16강전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징계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FIFA는 발로건의 출전정지 징계를 이례적으로 철회했다.
이를 두고 축구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정치권력이 FIFA의 징계 절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가디언은 "이 같은 정치적 논란은 기대를 모았던 미국 대표팀의 월드컵 여정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며 "미국은 결국 벨기에에 패해 대회를 마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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