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에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했던 대한축구협회 등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이 개정됐다. 이제는 현행 60일에서 최장 240일까지 연기가 가능해졌다. "정관을 왜 뜯어고치느냐"며 반발하는 기존 축구계 목소리보다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제대로 된' 회장을 뽑아야 한다는 K-축구혁신위원회 등의 구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3일 제17차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회장 선출 기한 연장 및 회장 직무대행의 업무 범위 확대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이에 따라 회원종목단체장 궐위 시 후임 선출 기한은 최장 240일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또 회장 선출 절차를 위한 총회나 이사회 소집 등도 직무대행이 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기존 규정상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 범위를 벗어난 정책 전환이나 인사이동 등의 사무는 처리할 수 없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 핵심적으로 적용되는 개정안들이기도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정몽규 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하면서 회장 공백 상태가 됐다. 축구계 변화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문제는 시간이었다. 규정상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회장이 궐위 시,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했다. 여기에 300명 이내의 제한된 인원들이 투표권을 갖고 회장을 뽑는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예컨대 지난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당시 정몽규 회장은 거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192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85.6%의 압도적인 지지 속 4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K-축구 혁신위원회 등 축구계에서는 60일 기한 규정을 바꾸고, 사실상 직선제에 가깝게 선거 방식을 바꿈으로써 '제대로 된' 회장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부터 지난 16일 회장 선거인단을 2000여명에서 9만여명으로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축구협회를 비롯한 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들 역시 '선거인단 확대'를 골자로 규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개정안은 2028년부터 적용되지만, 필요시 체육회와 협의를 거쳐 '조기 적용'도 가능토록 했다. 당장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하는 축구협회를 염두에 둔 내용이었다.
여기에 반드시 60일 이내에 차기 회장 선거를 해야 했던 규정도 손을 봤다. 기존 규정은 유지하되, 불가피할 경우 체육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60일씩 최대 6개월까지 선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더해졌다. 덕분에 대한축구협회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선거인단 확대 등 선거 방식을 확실하게 개편한 뒤, 차기 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체육회 이사회만 통과하면 내년 3월까지는 회장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
회장 선거와 관련된 기존 축구계 반발 목소리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예컨대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기존 정관대로 60일 안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왜 정관을 뜯어고치려 하느냐. 회장이 없으면 협회 행정이 마비된다. 아시안게임과 9월 A매치도 치러야 하는데 회장도 없이 감독 선임은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기존 방식대로 차기 회장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축구계 혁신을 바라는 대한체육회와 K-축구 혁신위원회 등은 '보란 듯이' 규정 개정을 통해 한국축구 개혁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장도 "최대한 시급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치르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환경에서 회장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시간에 쫓기지 않고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제대로 된 회장을 뽑는 게 핵심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