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최악의 조 편성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민성호가 조별리그부터 난적들과 상대하게 됐다.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축구는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또 다른 '대참사'와 마주할 수도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진행된 대회 남자축구 조 추첨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함께 D조에 속했다. 한국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성적에 따라 포트1(톱시드)에 속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각각 포트2, 포트3에 속한 팀들이었다.
이번 대회엔 15개 팀이 참가한다. A~C조는 4개 팀씩, 한국이 속한 D조는 3개 팀이 각각 속한다. 사흘 안팎의 간격으로 조별리그 3경기를 치러야 하는 다른 조 팀들에 비해 한국이 속한 D조는 2경기씩만 치르는 만큼 체력적인 이점이 뚜렷하다. 더구나 한국은 같은 조에 속한 사우디·카타르와 달리 두 경기 간격이 일주일이나 된다. 9월 15일 카타르, 그리고 22일 사우디와 차례로 격돌한다.
단기전 특성상 체력적으로 뚜렷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어드밴티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토너먼트에 올랐을 경우다. 현재로선 이민성호가 사우디, 카타르와 한 조에 속한 조별리그 통과부터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3개 팀 중 1위와 2위가 8강 토너먼트에 오르는데, 2위 내 진입을 자신할 수가 없다. 씁쓸한 현실이다.

이민성호 출범 이후 흐름이 고스란히 말해준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민성호는 그동안 아시아팀들과 평가전 등에서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1월 열린 AFC U23 아시안컵에서조차 4위에 머물렀다. 심지어 두 살 어린 우즈베키스탄·일본에 졌고, 베트남을 상대로는 이 연령대 사상 처음 패배를 당했다.
이민성 감독이 아시안게임을 불과 7~8개월 앞두고 거센 경질 여론에 직면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다만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2년 뒤 LA 올림픽까지였던 이 감독과 계약을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즉 U23 대표팀만 지휘하고 물러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다만 이후에도 이민성호는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06위인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수적 우위에도 0-1로 충격패를 당해 또 망신을 당했다.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인상적인 경기력이나 성과로 박수를 받은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대회에서 험난한 조 편성까지 나왔으니, 이민성호를 향한 우려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카타르는 U23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열세다. 1승 5무 2패다. 지난 2016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 승리가 8차례 맞대결 중 '유일한 승리'였다. 사우디를 상대로 U23 대표팀 간 공식 전적은 6승 3무지만, 이민성호는 지난해 사우디 원정 연습경기 당시 0-4, 0-2 등 2전 전패를 당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2경기가 모두 연습경기였다고 설명했으나, 사우디축구협회는 물론 현지 매체들은 꽤 비중을 두고 경기마다 관련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심지어 양민혁(토트넘) 배준호(스토크 시티) 등 유럽파까지 뛰었던 경기였다.

만약 조별리그 D조 중 상위 2위 안에 들지 못하고 탈락하거나, 토너먼트에 오르더라도 정상에는 오르지 못하면 무려 16년 만의 '노골드' 대참사다. 아시안게임은 병역 혜택이 걸린 한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팀들이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점, 심지어 와일드카드 없이 두 살 어린 U21 대표팀을 참가시키는 팀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해 해외 진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국축구에도 '대참사'로 남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건, 최근 한국축구를 둘러싼 기류를 돌아봤을 때 이민성호를 향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황선홍 전 감독이 이끌었던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해 무려 '40년 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참사와 마주했다. 최근 홍명보호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역대급 전력과 최상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 심지어 참가국 확대로 조 3위도 32강 진출 가능성이 컸던 대회에서 '대회 조기 탈락'이라는 또 다른 참사를 한국축구 역사에 새겼다. 최근 주요 대회마다 설마가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거센 비판 여론을 보란 듯이 뒤집고, 한국축구 전반에 걸친 참사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선 남은 시간 제대로 된 준비가 절실하다. 이미 최종 엔트리까지 발표된 가운데, 이민성호는 9월 초 국내에서 사전 소집 훈련을 진행하다 결전지 일본으로 출국한다. 일부 해외파는 소속팀 일정상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이민성 감독은 조 추첨 직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사우디와 카타르 모두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팀들"이라면서도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결국 어떤 상대와 만나도 이겨야 한다. 조별리그부터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골키퍼 : 김민승(파주 프런티어FC), 김준홍(수원 삼성), 이승환(충북청주FC)
- 수비수 : 김지수(브렌트포드FC·잉글랜드), 강민준(포항 스틸러스), 박경섭(인천 유나이티드), 박성훈(FC서울), 배현서(경남FC), 신민하(강원FC), 최석현(울산HD), 최우진(전북 현대)
- 미드필더 :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배준호(스토크시티FC·잉글랜드), 양현준*(셀틱FC·스코틀랜드), 엄지성*(스완지 시티·잉글랜드), 양민혁(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이현주(FC아로카·포르투갈), 강상윤(전북 현대), 이기혁*(강원FC), 이승원(강원FC), 황도윤(FC서울)
- 공격수 : 김명준(KRC 헹크·벨기에), 이영준(그라스호퍼 클럽·스위스)
* =와일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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