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만요, 하나만 더 말해도 될까요? 월드컵 취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질의응답이 끝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의 조명이 꺼지려던 순간, 일본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사노 카이슈(26·독일 마인츠05)가 정중하게 기자들을 붙잡았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현장을 찾은 취재진을 향한 '깊은 감사'였다. 사노는 "이번 월드컵을 전후해서 저희 이야기와 축구계 소식을 정말 많이, 또 진심으로 보도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이 같은 현장 취재 후기는 현장에 있던 일본의 프리랜서 축구 저널리스트 미무라 유우스케의 SNS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미무라 기자는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회 취재가 모두 끝난 후 사노 선수가 한 마디를 덧붙이며 이번 대회 전후로 많은 보도를 해준 취재진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선수단 내 이러한 감사의 메시지는 일회성 미담에 그치지 않았다. 미무라 기자는 이어지는 글을 통해 강호 브라질전 패배 직후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공개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전에서 브라질에 선제골을 넣은 뒤 1-1 상황에서 후반 추가 시간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당시 일본은 전반 29분 사노의 선제골에 힘입어 리드를 먼저 잡았다.
이어 미무라 기자는 "사실 브라질전 패배 후 극심한 아쉬움과 분함을 참아내며 사노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에게 감사를 표한 또 다른 선수가 있었다"며 "그 선수가 '절대 외부에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해 실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선수단 전체에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 기간 일본 대표팀 선수단은 경기 직후나 고된 훈련 직후 등 피로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하며 소통을 이어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무라 기자는 "미디어가 위대하거나 뛰어나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라며 "미디어의 파급력이 예전만 못할지라도 팬들과 축구계 전체를 위해서라면 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는 선수단의 진정성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패배의 쓰라림 속에서도 취재진을 배려하고 축구의 가치를 알리고자 했던 일본 대표팀의 경기장 밖 '품격'이 월드컵 현장에 훈훈한 울림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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