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지 못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친 일본 야구 대표팀의 파행적인 팀 운영과 내분 실태가 대표 선수들의 폭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바타 히로카즈(51) 전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일본 매체 '주간문춘'은 6일 WBC 대표팀 소속이었던 일본 대표팀 선수 4명의 증언을 인용해 이바타 히로카즈 전 감독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한 선수단과 갈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선수들이 지목한 가장 큰 문제는 이바타 전 감독의 소통 부족이었다. 모 선수는 "감독이 낯을 가리는지 선수들과 대화가 거의 없었고, 어떤 플레이를 원하는지 의사소통이 어려웠다"며 "평소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조차 감독을 향해 '진짜 안 웃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감독의 직접적인 지시가 없었던 가운데 야수진 지휘를 맡았던 가네코 마코토(51) 수석코치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고 한다. 소통 체계가 원활하지 못해 경기 도중 뜬금없이 "다음 타석에 대타 가능하냐"는 등 지시가 내려오는 등 선수단이 제대로 준비조차 할 수 없는 혼란이 반복됐다고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의 갈등은 베네수엘라와 8강전 패배 직후 라커룸에서 정점에 달했다. 이바타 감독이 "패배는 모두 내 책임"이라고 말한 뒤, 가네코 수석코치가 "세계와의 격차를 느꼈다"며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자 분노한 일부 선수들이 "그만합시다!"라고 외치며 선수단 미팅이 파행으로 끝났다. 심지어 이번 WBC가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다는 기본 정보조차 선수단에 공유되지 않았다.
투수진 운영 역시 총체적 난국이었다. 프로 지도자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요시미 가즈키(42), 노우미 아츠시(47) 투수코치의 원칙 없는 운영으로 투수들의 보직이 수시로 뒤바뀌었다. 베네수엘라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내정됐던 기쿠치 유세이(35)가 갑자기 스미다 치히로(27)로 갑자기 변경돼 홈런을 허용했다. 불펜에서 단 5구만 던지고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이토 히로미(29)는 결국 역전 3점 홈런까지 맞았다. 9회 등판 예정이던 다네이치 아츠키(28)는 7회에 예정보다 빠르게 등판했다가 악송구로 실점하는 등 참사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코칭스태프 가운데 나란히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로 재직하고 있는 카메이 요시유키(44) 외야 수비·주루 코치와 무라타 요시노리(52) 배터리 코치가 적절한 거리감과 원활한 소통으로 선수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마츠다 노부히로(43) 코치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했으나 지도력 면에서는 선수들이 의문을 나타냈다.
이바타 감독은 2015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 2016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프로야구단 감독 경험이 없다. 2016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요미우리에서 수비와 주루코치를 지낸 것이 유일한 일본프로야구(NPB) 구단의 경력이다. 2017년부터 일본 야구 대표팀 코치를 맡았고 연령별 대표팀 감독만 역임했다. 결국 감독 경험이 일천한 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결국 선수들의 요구를 반영해 지바 롯데 말린스 감독 경험이 있는 이구치 타다히토(52) 신임 감독을 새 지휘관으로 맞아 반등을 노리는 일본 대표팀이다. 하지만, 전임 감독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일본 야구계에 커다란 파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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