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PFC소치 시절 전 단장 폭로 모레노 감독 "사실과 다르다" 부인


오는 11월까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임시로 이끌게 된 로베르트 모레노(48·스페인) 감독은 화려한 과거 이력을 자랑한다. FC바르셀로나 수석코치,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 경력만 놓고 보면 역대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감독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1일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발표로 한국 대표팀 임시 감독이 된 모레노 감독은 한때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을 오랫동안 보좌한 바 있다. 엔리케 감독은 PSG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연패를 이끈 감독이자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옛 은사다. 스페인 대표팀 코치 시절엔 엔리케 감독이 잠시 팀을 떠나자 대행 역할을 맡다 정식 감독까지 승격했다. 이후 AS모나코(프랑스), 그라나다(스페인), PFC소치(러시아) 등을 이끌다 이번 한국 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통해 1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모레노 감독의 선임을 발표하면서 세계 최강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이끈 경험, 뛰어난 데이터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한 전술 설계 및 상대팀 분석을 그의 장점으로 설명했다. 다만 모레노 감독이 화려한 이력에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사령탑은 아니다. 그라나다, 소치 등에서 경질된 경력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지도력 외적인 논란의 중심에 선 적도 있다.
카타르계 글로벌 매체 비인스포츠의 올 1월 보도에 따르면, 모레노 감독의 러시아 PFC 소치 경질 배경엔 성적 부진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도구 Chat(챗)GPT의 무분별한 활용이 있었다. 훈련 프로그램 설계나 선발 명단 구성 등 경기 준비, 선수단 이동 일정, 심지어 이적시장 선수 영입까지도 챗GPT를 활용하면서 구단 내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이는 안드레이 오를로프 전 PFC 단장의 폭로로 알려졌다.

비인스포츠는 "모레노의 소치 감독직 경질 사유는 부진한 성적으로 알려졌지만, 수개월이 흐른 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업무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며 "챗GPT를 핵심적으로 활용한 모레노 감독의 방식은 구단 내부의 우려로 이어졌고, 결국 그의 퇴진에 영향을 끼쳤다. 오를로프 전 단장에 따르면 당시 모레노 감독의 챗GPT 활용은 일시적인 수준이 아니라 일상적인 감독 업무를 뒷받침하는 주요 축이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황당한 일화도 전했다. 모레노 감독이 챗GPT를 활용해 세운 장거리 원정 이동 계획을 구단 차원에서 검토한 결과 선수들이 28시간 연속 잠을 자지 못하는 계획이 세워진 사례가 있었다는 것. 이는 모레노 감독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 계기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또 여러 영입 후보들의 기록 등 통계 자료를 입력한 뒤, 챗GPT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추천 선수가 구단 최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도 덧붙였다.
비인스포츠는 "물론 구단 경영진도 AI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엔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레노 감독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마저 AI에 의존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오를로프 전 단장은 '모레노에게 챗GPT는 주요 도구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면서 "모레노 감독과 소치의 동행은 성적 부진과 이례적인 모레노 감독의 업무 방식이 겹치면서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당사자인 모레노 감독은 당시 오를로프 전 소치 단장의 주장 등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매체 아스와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어 번역을 위해 챗GPT를 사용했을 뿐"이라며 "당시 보도 소스는 업무상 이견으로 구단을 떠났던 전직 임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오를로프 전 단장은 자신보다 먼저 구단을 떠난 인물이라 구단 내 상황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발 명단을 결정하는 데 챗GPT 등 어떤 AI도 사용한 적이 없다. 이는 완전한 거짓"이라며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인 러시아어 번역을 위해 사용한 적은 있지만, 스포츠와 관련된 의사결정과 AI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축구 경력은 데이터와 영상 분석에서 시작됐다. 내 전문 분야이기도 하고, 이는 커리어 초기부터 나를 차별화할 수 있었던 요소이기도 했다"며 "모든 코칭스태프가 그렇듯 우리도 다양한 분석 도구를 활용하고, 기술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결국 스포츠와 관련된 최종 결정은 언제나 코칭스태프의 몫"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진행된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통해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6명의 코칭스태프 선임을 승인했다. 앞서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사퇴 후 공석이던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사상 처음 공개 채용 형태로 선발했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 일부와 외부 평가위원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공개 모집에 지원한 감독 및 코치들에 대한 서류 평가와 온라인 면접, 대면 미팅 등을 거쳐 모레노 감독을 최종 선임했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이미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의가 인상 깊었다"며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선임된 모레노 사단이 국가대표팀의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향상에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모레노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9~10월 평가전 4연전, 11월 평가전 2연전 등 올해 A매치 6경기만 지휘한다. 대신 6경기 이후 평가를 거쳐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도 지휘할 수 있는 조건이 계약에 포함됐다. 모레노호 데뷔전은 9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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