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정윤진(55) 감독에게도 떨리는 무대였다. 긴장되는 대만전에서 한국 야구의 꿈나무들이 기분 좋은 승리를 합작해냈다.
18세 이하(U-18)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과 조별리그 1차전 승리에 대해 "선수들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경기를 앞두고 혼자서 긴장을 좀 많이 했다"며 "경기 때 에너지를 다 쏟으려고 했는데 또 적진에서 이겨서 정말 기분이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회 첫 경기에서 한국은 경쟁 상대인 대만을 만났다.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대표팀은 사실상 KBO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예약한 하현승(부산고)과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을 맺은 엄준상(덕수고)의 활약을 앞세워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하현승은 5⅔이닝 2피안타 12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선사했다. 대만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혀 들었다. 정 감독은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 현승이가 너무 잘 던져줘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엄준상의 활약도 빛났다. 유격수로 나선 엄준상은 1회 2사 3루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수비로 실점을 지워냈다. 타자로는 6회 결승타를 날렸고 투수로도 나섰다. 하현승이 6회 2사 1루에서 90구 투구수 제한에 걸려 교체되자 공을 넘겨 받고 1⅓이닝을 완벽히 막아내고 세이브를 수확했다.

정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회의하면서 (하)현승이가 내려가고 2이닝 이상이 남으면 박근서를, 2이닝 미만으로 남으면서 리드하고 있으면 엄준상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언제든지 준상이가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 선발 류런유의 투구도 돋보였다. 정 감독은 류런유가 물러난 뒤를 승부의 시점으로 판단했고 그 계획이 제대로 적중했다.
정 감독은 "상대 선발 류런유의 공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점수를 내기가 힘들고 50~60구가 넘어가서 힘이 좀 떨어지면 그제서야 승부가 나겠구나 생각했다"며 "6회가 시작되면서 투수가 바뀌더라. 제한 투구수(90구)에서 10구 이상이 남아있었는데 조금 빨리 바꾸길래 기회가 왔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류런유에게 막혔던 대표팀 타자들에게 6회 등판한 불펜 투수 우하오샹은 공략하기 훨씬 수월했다. 선두 타자 남현우가 우전 안타로 대표팀 첫 안타를 기록했다. 정 감독은 "현우가 안타를 치길래 정말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정공법으로 밀고 나갔다"고 전했다. 남현우는 시작에 불과했다. 조희성의 2루타가 나왔고 엄준상이 결승타를 때려낸 뒤 이호민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추가했고 그렇게 승리를 챙겼다.
대만이라는 까다로운 상대를 넘어선 대표팀은 이제 일본을 바라본다. 8일 싱가포르, 9일 태국전을 거쳐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오는 11과 12일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을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 감독은 "남은 조별리그 경기에서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게, 겸손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일본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어려운 경기를 너무 잘해줬다. 피곤하고 힘들 텐데 준비한 대로 잘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한민국 후배들 대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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