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친정팀 LG 트윈스로 돌아온 고우석(28)이 이번 시즌 KBO 리그 3경기 만에 복귀 후 첫 승리 투수가 됐다. 무려 1141일 만에 맛본 KBO 리그 승리였지만, 그는 기쁨을 만끽하기에 앞서 직전 등판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반성부터 했다.
고우석은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 2피안타 1실점(비자책)을 기록, 팀의 4-3 역전승을 이끌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고우석이 등판한 6회말이 승부처였다. 5회초 터진 오스틴 딘의 솔로 홈런으로 2-2 팽팽한 균형을 맞춘 LG 벤치는 선발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가 6회말 최형우를 범타 처리한 뒤 애런 디아즈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자 지체 없이 불펜을 가동했다. 벤치가 가장 먼저 선택한 카드는 고우석이었다.
1사 1루 동점 위기에서 등판한 고우석은 첫 타자 류지혁을 상대로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깔끔한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단숨에 이닝을 매듭지었다.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뒤 김성윤의 2루 땅볼 때 나온 야수 실책으로 무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자칫 흐름이 삼성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이었으나, 고우석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대타 박승규를 상대로 또다시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아웃카운트 두 개를 한 번에 채웠다.
3루 주자 강민호의 득점을 허용해 2-3 역전을 내줬다. 후속 김헌곤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아 2사 2루가 이어졌으나 김지찬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었기에 이날 고우석의 자책점은 0이었다.
고우석이 최소 실점으로 버티자 LG 타선이 8회초 응답했다. 오스틴의 천금 같은 중전 적시타와 송찬의의 땅볼 타점이 연달아 터지며 LG는 4-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8회말 수비부터 마운드를 존 케네디에게 넘긴 고우석은 마무리 손주영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1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마침내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고우석의 KBO 리그 승리는 2023년 7월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구원승 이후 무려 1141일 만이다. 미국 무대 도전을 마무리하고 지난 1일 LG로 전격 복귀한 그는 3일 선수단에 공식 합류해 4일 잠실 삼성전에서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복귀 첫 세이브를 챙긴 바 있다.
그러나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1이닝 1안타 2볼넷으로 실점은 없었으나 제구 난조로 누상을 채우며 고전했던 터라, 이날 세 번째 등판에서 거둔 승리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경기 후 고우석의 얼굴에는 미소보다 진지함이 먼저 묻어났다. 그는 "팀이 잘 달리다가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상황이었다. 특히 저번 경기(9일 한화전)에서 제가 프로로서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여 스스로 반성을 정말 많이 했다"며 "이렇게 팽팽하고 어려운 경기를 어떻게든 잡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조심스럽게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호투 비결로는 탄탄했던 수비진을 가장 먼저 꼽았다. 고우석은 "좋은 수비를 보여준 야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면서 "우리 팀이 단순히 가을야구 진출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우승을 목표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 좋은 수비에 있다. 이런 야수진을 등 뒤에 두고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은 투수 입장에서 아주 든든하고 기분 좋은 일"이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구위 회복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방심을 경계했다. 그는 "컨디션은 점차 정상 궤도로 올라오고 있다"면서도 "올 시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던진 이닝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스스로 더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남은 기간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정석을 가득 채운 트윈스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고우석은 "대구까지 먼 길 찾아와 목청껏 응원해 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드린 것 같아 기쁘고, 무엇보다 승리라는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어 더더욱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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