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27·두산 베어스)이 3년 전 '무임승차 금메달' 논란을 자신의 힘으로 털어냈다. 그러나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곽빈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전에도 금메달을 땄지만, 그때는 내가 한 게 너무 아예 없어서 금메달을 나 혼자 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다시 기회가 온 만큼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던졌다. 금메달을 따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곽빈은 가장 중요한 두 경기를 책임졌다. 그는 지난 21일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했다. 투구 수는 90개였다. 한국은 난적 대만을 5-0으로 꺾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리고 27일 일본과 결승에서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6회까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곽빈은 7회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결국 동점을 허용한 뒤 내려왔지만,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 무려 111구를 던졌다. 이번 대회 최종 성적은 2경기 12⅓이닝 1실점 19탈삼진, 평균자책점 0.73. 류지현(55) 대표팀 감독이 결승 직후 대회 MVP를 묻는 말에 주저 없이 곽빈을 꼽은 이유였다.

이 장면이 더욱 특별했던 건 3년 전 기억 때문이다. 곽빈은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대표팀 핵심 투수로 참가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우측 날개뼈 부근에 담 증세가 찾아왔고 감기 증세까지 겹쳤다. 당초 홍콩전과 슈퍼라운드 한 경기 등판이 예상됐지만, 끝내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문동주(23·한화 이글스)를 비롯한 투수들의 활약 속에 금메달을 따냈고 곽빈도 시상대에 올랐다. 그러나 한 공도 던지지 않은 채 금메달과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무임승차'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따라붙었다. 당사자가 느낀 마음의 짐은 더 컸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해서는 "나도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친 이유였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찾아온 아시안게임에서 곽빈은 와일드카드이자 대표팀 1선발이 됐다. 자신의 각오를 마운드에서 증명했고, 특히 일본과 결승에서 그 마음이 111개의 공에 그대로 묻어났다. 곽빈은 일본과 결승전을 돌아보며 "7회에 올라가서 충분히 삼자범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0개가 넘어가니까 미스가 조금씩 생겼고 그 공들이 안타가 되면서 실점했다"며 "한 구 한 구 정말 간절하게 던졌다. 무조건 7회까지 내가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7회 위기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고개를 숙인 것도 그래서였다. 다행히 뒤이어 등판한 조병현(24·SSG 랜더스)이 위기를 막았고 한국은 8회 다시 리드를 잡아 일본을 3-1로 꺾었다. 곽빈은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냥 애들 얼굴을 쳐다보기가 너무 미안했다"라며 "8회와 9회를 병현이와 영현이한테 좀 편하게 맡기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된 것 같아 아쉬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3년 전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이번에는 111구를 던지고도 자신의 몫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며 또 미안해했다. 그사이 달라진 것은 곽빈이 짊어진 무게였다.
곽빈은 대표팀 1선발이라는 자리를 두고 "정말 부담이 많이 되는 자리"라면서도 "이 부담감도 어떻게 보면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경기에 들어가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음에도 태극마크에 대한 자세는 달라지지 않는다. 곽빈은 "대표팀에 뽑힐 수 있고 안 뽑힐 수도 있다. 하지만 뽑히면 태극마크를 단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핑계를 대지 않고 무조건 결과를 내야 하는 게 프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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