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움만 남긴 건 아니었다. 젊은 세터 한태준(22·우리카드 우리WON)은 강호들과 맞붙으며 자신감을 얻었고, 자신의 부족한 점까지 확인했다.
한태준은 8일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2026~2027시즌 V리그 남자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국가대표팀 활동을 돌아봤다.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한 한태준은 빠르게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2024~2025시즌에는 정규리그 36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세트 성공 1675회(리그 1위), 세트당 평균 11.242개(2위)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세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적인 토스 능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팀에서의 한 해는 쉽지 않았다. 연이어 국제대회를 치르며 체력적인 부담이 쌓였지만, 경험을 얻을 기회이기도 했다.
한태준은 "대회를 치르면 경험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몸 상태도 힘들어지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면 끝도 없다. 그래서 경험을 얻어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힘들기는 해도 재미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한국 남자배구는 올해 국제무대에서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했다. 6월 아시아배구연맹(AVC) 네이션스컵 준우승에 이어 9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2027년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특히 9월 아시아선수권 8강 중국전은 한태준의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3세트 초반 한태준의 영리한 토스를 바탕으로 이상현의 속공이 위력을 발휘했고, 한국은 중국을 세트 점수 3-1로 제압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중국에 세트 점수 2-3으로 패한 데 이어 8강에서는 이란에 2-3 역전패를 당했다. 결국 최종 7위로 대회를 마치며 직전 항저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태준은 "중국은 아시아선수권에서 한 번 이겼고, 우리가 중국을 상대할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중국도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떨어진 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패배가 더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가장 뼈아픈 경기는 이란과 8강전이었다. 한국은 첫 세트를 내준 뒤 2, 3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세트 점수 2-1로 앞섰다. 한태준도 2세트에서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반격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4, 5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메달의 꿈이 무너졌다. 한태준은 "이란은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도 나가는 세계적인 팀이다. 그런 경험에서 우리가 조금 밀리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두 세트를 따낸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얻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우리 선수들 입장에서는 두 세트를 따낸 건 승리가 아니다. 결국 이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시안게임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이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많다. 팬분들도 힘드셨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아시아 강호들과의 격차를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일본과 중국·이란의 차이를 묻자 한태준은 "일본은 테크닉이나 조직력을 갖추고 배구를 하는 팀이다. 중국이나 이란은 솔직히 우리가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한태준은 세터로서 새로운 과제도 발견했다. 국제무대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건 상대 미들 블로커들의 뛰어난 리딩 능력이었다. 한태준은 "외국 선수들은 상대 미들 블로커의 리딩 능력이 좋다. 내가 조금만 틈을 보여도 이미 블로킹이 떠 있었다"며 "고민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런 경험도 성장의 밑거름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일본의 조직적인 배구가 인상적이었다고 느꼈다. 한태준은 "그걸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해서 어떻게 하면 역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일본은 수비할 때도 공을 단순히 위로 띄우는 게 아니라 중앙으로 연결해 파이프 공격을 활용한다. 항상 조직적인 배구를 한다"며 "전반적으로 다 잘하고 경험도 많다. 조직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태준 역시 소속팀 우리카드에서 더욱 다양한 공격을 시도할 생각이다. 그는 "아시다시피 나는 중앙 공격을 좋아한다. 언제든지 파이프 공격을 잘 활용하고 싶다"며 "그러려면 리시브도 필요하고 타이밍도 좋아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