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막바지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하위권 팀들에게 잔여 경기는 다음 시즌을 대비해 유망주를 점검하고 '새 얼굴'을 발굴하는 귀중한 기회의 장이다. 하지만 KBO 리그에서는 이러한 팀 운영조차 온전히 펼치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숭용(55) SSG 랜더스 감독이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장 사령탑이 느끼는 답답함과 고뇌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숭용 감독은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 최종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잔여 경기 선수 기용과 관련해 "사실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맞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볼거리라고 그럴 수도 없고..."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특정 팀과의 맞대결에 백업이나 신예들을 대거 기용할 경우, '특정 팀에만 전력을 다하고 다른 팀에는 힘을 뺀다'는 식의 불필요한 오해와 팬·여론의 날 선 시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은 특히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가 3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당장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SSG는 10일 광주 KIA전 선발 투수로 우완 최민준(27)을 예고했다. 이 감독은 "우완 이준기(24)를 선발로 내세워 테스트해볼까도 고민했지만, 여러 고민 끝에 결국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최민준을 낙점했다"고 털어놨다. 젊은 투수의 선발 잠재력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자칫 3위 경쟁 판도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염려해 결국 기존 자원을 택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숭용 감독은 "어느 팀에게는 전력으로 하고 누구한테는 힘을 뺀다는 소리를 들으니, 이제는 그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냥 할 수 있는 전력으로 똑같이 임하는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감독이나 구단 입장에서는 정말 '웃픈' 현실"이라며 "분위기가 이렇게 형성되다 보니 사실 뭐가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MLB)나 일본프로야구(NPB)에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이 시즌 말미에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콜업해 전면적인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다음 시즌 준비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상대 팀의 순위 싸움 여부와 관계없이 철저히 '다음 시즌 플랜'에 맞춰 라인업을 짜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번 시즌 이정후(28)가 활약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을야구 경쟁에서 밀려난 샌프란시스코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트레이드가 겹치면서 시즌 막판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타자 9명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전멸이었다. 팀의 마지막 기둥 역할을 하던 이정후마저 사타구니 부상으로 이탈하자, 구단은 주저없이 마이너리그 자원들을 대거 콜업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기량을 점검했다. 투수 파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와일드카드나 지구 우승을 다투는 팀일지라도 '왜 100% 전력으로 맞서지 않느냐'며 라인업을 문제 삼는 이야기는 사실 나오지 않는다.
일본프로야구(NPB) 역시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순위가 확정되거나 B클래스로 떨어진 팀들은 9월~10월 잔여 경기에서 베테랑 대신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인 투·타 유망주들을 선발로 대거 내세운다. 상대 팀이 치열한 '클라이맥스 시리즈(CS)' 진출이나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더라도 탈락 팀의 유망주 점검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자 미래를 위한 당연한 권리로 존중받는다.
물론 개인 타이틀 경쟁이 걸려 있는 특수한 상황의 경우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홈런왕이나 타격왕, 다승왕 등 주요 타이틀이 걸린 경기에서는 고의사구 논란이나 표적 등판 등 민감한 신경전이 펼쳐지며, 이는 KBO 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팀 차원의 순위 싸움이라는 이유만으로 탈락 팀의 유망주 기용과 팀 리빌딩 과정 전체가 지탄을 받는 것은 명백히 결이 다른 문제다.
특히 SSG 입장에서 '새 얼굴 발굴'을 통한 전력 다지기는 그 어느 팀보다 중요한 과제다. SSG는 다가오는 2027시즌을 끝으로 현재의 인천SSG랜더스필드 시대를 마감하고, 2028시즌부터는 야심 차게 준비한 '청라 돔구장 시대'의 화려한 막을 올린다. 새로운 홈 구장 입성에 맞춰 최상의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홈구장의 마지막 해가 될 2027시즌의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착실하게 젊은 피를 수혈하고 백업 뎁스를 넓혀놓지 않으면 구단의 거대한 미래 플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BO 리그의 사정은 다소 다르다. 팬덤 문화와 여론이 경기 외적인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미래를 위한 구단의 테스트조차 눈치를 보며 접어야 하는 실정이다. 정작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하위권 팀들이 야구 외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베테랑과 주전을 쥐어짜야 하는 촌극이 반복되고 있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는 씁쓸함을 삼킨 이숭용 감독의 한마디가 유독 길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