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전 7이닝 퍼펙트는 우연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12승에 빛나는 카를로스 카라스코(39·LG 트윈스)가 4일 휴식에도 노련한 투구로 또 한 번 두산 베어스 타선을 잠재웠다. 최고 시속 158㎞ 강속구를 앞세운 곽빈(27·두산)에게도 밀리지 않는 관록투였다.
카라스코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맞은편에서 리그 에이스 곽빈이 최고 시속 158㎞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3볼넷 1몸에 맞는 공) 10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면, 카라스코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맞섰다.
더욱 놀라운 건 등판 간격이었다. 카라스코는 지난 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불과 4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85구를 던졌던 39세 베테랑에게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하지만 카라스코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최고 시속 149㎞ 포심 패스트볼(9구)을 비롯해 커터(25구), 체인지업(21구), 투심 패스트볼(11구), 슬라이더(11구), 커브(7구) 등 6가지 구종을 총 84구에 섞어 던졌다. 곽빈보다 무려 9㎞ 느린 최고 구속에도 효율적인 투구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지난 8월 1일 KBO리그 데뷔전을 떠올리게 하는 투구였다. 빅리그 112승 경력의 카라스코는 올 시즌 도중 약셀 리오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LG에 입단해 8월 1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첫 등판임을 고려해 투구 수를 70개 안팎으로 제한했음에도 단 74구로 7이닝 퍼펙트를 달성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투구였다.
공교롭게도 당시 두산 선발 역시 곽빈이었다. 두 달여 만에 성사된 재대결에서도 카라스코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초반부터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카라스코는 1회초 1사 2루에서 유니오 세베리노(27)를 좌익수 뜬공, 양의지(39)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수비의 도움도 받았다. 2회초 1사 1루에서 정수빈(36)의 강한 타구를 3루수 문보경(26)이 직선타로 잡아낸 뒤 1루에 송구해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이후 두산 타선은 좀처럼 카라스코를 공략하지 못했다. 2회초 1사 1루부터 시작된 연속 범타 행진은 6회초 1사 후 조수행(33)에게 볼넷을 내줄 때까지 13타자 연속으로 이어졌다.
그사이 카라스코는 3회 10구, 4회 14구, 5회 15구로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조수행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에도 박찬호(31)를 초구 중견수 뜬공, 안재석(24)을 5구째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6회를 마쳤다.

다만 투구 수가 80구를 넘어가자 위기가 찾아왔다. 7회초 선두타자 세베리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양의지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무사 2, 3루 위기에 몰린 LG는 카라스코를 내리고 존 케네디(32)를 투입했다.
케네디는 김민석(22)을 3구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강승호(32)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대타 양석환(35)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카라스코의 승계주자 한 명이 홈을 밟았다. 이때 먼 거리에서도 달려가 담장 바로 앞에서 양석환의 타구를 잡아낸 중견수 박해민의 수비도 압권이었다.
그러나 케네디는 추가 실점 없이 대타 박지훈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카라스코의 실점은 1점으로 확정됐고, LG의 2-1 리드도 지켜졌다.
이날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오스틴 딘(지명타자)-문정빈(1루수)-문보경(3루수)-송찬의(좌익수)-구본혁(유격수)-박동원(포수)-신민재(2루수)로 타선을 꾸렸다.
이에 맞선 두산은 박찬호(유격수)-안재석(3루수)-세베리노(1루수)-양의지(지명타자)-김민석(좌익수)-강승호(2루수)-정수빈(중견수)-윤준호(포수)-조수행(우익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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