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필립 블랑(66) 감독이 생각하는 강팀의 조건은 명확했다. 모든 선수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길 바랐다.
블랑 감독은 세계 배구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프랑스 남자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일본 남자대표팀에서도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다. 한국 무대에 오기 전에는 일본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2024년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지도력을 증명했다. 부임 첫 시즌인 2024~2025시즌 컵대회와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지난 2025~2026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대한항공과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2연패 뒤 2연승으로 승부를 원점까지 돌려놓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제 세 번째 시즌에 돌입한 블랑 감독이 현대캐피탈에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향상이 아니다. 선수들이 배구를 이해하고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다. 최근 V리그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블랑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먼저 바꾸려고 했던 것은 배구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며 "배구에 관한 지식과 이해도를 높이고, 훈련할 때도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훈련이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발전시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그토록 배구에 대한 이해도를 강조할까. 블랑 감독의 생각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공통점에서 출발했다. 그는 "세계적인 강팀들을 보면 선수들에게 약점이 거의 없다"며 "어떤 능력은 특별히 뛰어날 수 있고, 어떤 능력은 평균적인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부족한 부분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배구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에도 굉장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모든 부분에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미들블로커의 리시브와 아포짓 스파이커의 연결 플레이였다. 블랑 감독은 "미들블로커라도 짧은 서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포짓 역시 상황에 따라 리시브나 패스, 연결 플레이를 해야 하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며 "물론 그런 능력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모든 선수가 여러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똑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토털 배구가 세계적인 추세인가'라는 질문에 블랑 감독은 먼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각 팀의 배구는 그 팀이 보유한 선수들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핵심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약점을 최소화해 팀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러한 철학은 비시즌 훈련에서도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한국 국가대표팀에 선수 5명을 보냈고, 중국 국가대표 장추안(32)까지 빠지면서 주축 선수들 없이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블랑 감독은 오히려 이 기간을 젊은 선수들의 성장 기회로 삼았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남아 있는 모든 선수가 시즌 중 필요할 때 팀에 도움이 되고 효율적으로 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밝혔다.
특별히 기대하는 선수를 묻는 질문에도 한 명을 꼽지 않았다. 블랑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단의 모든 선수에게 똑같은 중요성을 부여하려고 한다"며 "이번 여름 함께했던 모든 선수에게 각자의 목표를 제시했다. 시즌 중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키우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선수들이 실제로 팀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랑 감독은 "팀 차원에서는 지금 우리가 보유한 선수들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까지 가려고 노력했다"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우리가 보여줬던 배구는 굉장히 좋았다. 이번 시즌에도 그런 경기력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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