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을 최악의 참사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다시 소환됐다. 청문회 불출석 뒤 캄보디아와 국내를 오가며 잠행을 이어왔지만, 이번 호출은 더 이상 해외 도피로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체육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21일 열리는 대한체육회 등 7개 기관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채택했다. 이밖에 이용수 축구협회 회장 직무대행, 김정배 전 상근 부회장도 함께 명단에 올랐다. 문진희 전 심판위원장,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이동국 용인FC 테크니컬 디렉터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전 이사의 증인 재채택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7월 북중미월드컵 직후 열린 국회 청문회 당시, 이 전 이사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더니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홍명보호는 1승 2패 최종 34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감독 선임을 주도한 이 전 이사를 향해 거센 책임론이 불거진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이 전 이사는 국회 출석을 피했다.
당시 청문회에는 이 전 이사 외에도 박항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 등 9명의 참고인이 불출석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 깜깜이 면접을 주도했다"며 "선임 권한도, 회의록도 없이 진행한 당사자가 해외로 나가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재정 문체위원장도 강하게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는 공론화 자리에 나와달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못 박았다. 이어 "자리를 외면했다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 다시 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재채택으로 그 경고가 현실이 됐다.
이 전 이사를 향한 비판은 독단적인 행보에서 비롯됐다. 2024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하자 공식 권한도 없이 선임 작업을 넘겨받았다. 이후 홍명보 전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전 이사는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정당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불공정 의혹은 계속됐다. 국회 현안 질의에 나와 위원들의 동의 여부를 추궁받자 눈물을 흘리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심야 면담에 최영일 부회장이 동행했음에도 "둘이서만 만났다"고 거짓 증언을 해 위증 혐의로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파국 이후 처신도 거센 공분을 샀다. 월드컵 탈락 뒤 홍 전 감독과 정몽규 전 회장이 모두 물러났다. 그러나 이 전 이사는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이 캄보디아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로 부임했다. 축구계 안팎에서 진상 규명을 피하려는 '도피성 취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전 이사 측은 나가월드 제안을 최종 수락한 시점이 체코전 승리 당일인 6월 12일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외 취업을 핑계로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미국 자택에서 입국해 청문회장에 선 홍 전 감독과도 극명히 대비됐다.
청문회 현장 질타도 매서웠다. 정해성 전 위원장은 "3명의 최종 후보 압축 후 순위 결정권을 위임받아 홍 감독을 1순위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의원들은 연봉 20억 원이 넘는 대표팀 감독을 '빵집 면담'으로 결정한 건 불공정의 극치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핵심 당사자인 이 전 이사의 불참으로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지 못했다. 이 전 이사는 월드컵 탈락 직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바꾸며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청문회 이후에도 이 전 이사는 미디어에 일절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캄보디아와 국내를 오가며 잠행을 이어왔다. 반면 나가월드 구단 공식 SNS에는 밝게 웃는 영상이 올라왔다. 분노한 팬들은 구단 공식 유튜브 댓글 창으로 몰려가 "도망갔다", "청문회에 출석하라"며 항의를 쏟아냈다.
여기에 '말 바꾸기' 논란까지 더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감사를 통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 전 이사는 이달 초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전 이사 측은 정 회장에게 홍 감독의 수락 의사를 전하자 "그럼 홍명보 감독으로 하세요"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정배 전 부회장에게도 계약 관련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선임 당시 "내가 홀로 주도했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던 입장을 2년 만에 뒤집었다.
한국 축구를 파국으로 몰아넣고도 국외로 돌며 책임을 피하려 했던 당사자다. 국회가 다시 증인석으로 불러세운 만큼, 이번에는 도피와 침묵을 멈추고 공론의 장에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단적 선임 과정과 위증, 입장 번복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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