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후배들에게 맡기기보다는 욕도 우리가 먹고, 아니, 내가 먹겠다. 내가 먹고 칭찬도 내가 받겠다."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KT 위즈의 베테랑 김현수(38)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이자 우승 반지 3개를 보유한 베테랑은 후배들을 감싸면서도 손가락이 부러져도 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KT는 8일 오후 2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을 치른다. 1차전 8-7 승리 이후 2차전 2-3, 3차전 1-5, 4차전 5-10으로 내리 패한 KT는 이날도 지면 2021년 이후 5년 만의 통합우승 도전을 마감한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현수는 팀의 침체한 분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긴장했다. 베테랑은 베테랑 나름대로 긴장한 것 같고 나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다 긴장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긴장했다는 것만으로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삼성이 잘하고 있다"고 상대의 경기력을 인정했다.
정규시즌 최강의 타선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KT는 올해 팀 타율 0.286, 825득점, 출루율 0.367로 모두 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선이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고,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까지 겹쳤다. 김현수는 "그냥 다 못한 것이다. 지면 다 못한 것이고 이기면 다 잘한 것이다. 아쉬운 장면은 각자가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잘못한 것이고 또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김현수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KT 타선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 중 하나다. 4차전까지 매 경기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375(16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2볼넷을 올렸다. 삼진은 단 한 개도 없었다. 1차전에서는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에서는 연장 10회말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4차전에서도 5회초 추격하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추가했다. 그러나 개인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팀이 패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김현수의 생각이다.
누구보다 우승의 가치를 잘 아는 베테랑이다. 2015년 두산 베어스, 2023년과 2025년 LG 트윈스에서 정상에 올라 우승 반지 3개를 손에 넣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MVP까지 차지했다. 그 직후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지난해 11월 LG를 떠나 KT와 3년 총액 50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KT가 기대한 것은 방망이뿐만이 아니었다.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의 리더십과 솔선수범하는 자세도 영입의 중요한 이유였다.
기대에 걸맞게 올해 정규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0.286(555타수 159안타), 14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KT의 5년 만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위기에 놓였다. 김현수마저 1차전 수비 도중 슬라이딩하다 왼쪽 손가락을 다쳤다. 당시에도 "감독님이 안 된다고 해도 설득해서라도 나가겠다"며 출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부상 상태를 묻는 말에 돌아온 이날 대답은 더욱 절박했다. 김현수는 "상관없다. 지금 끊어져도 상관없고 부러져도 상관없다. 걸어 다닐 수만 있으면, 방망이를 쥘 수만 있으면 나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나가서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 다들 그런 마음일 것"이라며 "원래 궁지에 몰리면 강해진다. 한번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현수는 "누구든 물꼬를 트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힘들다면 나라도 한번 물꼬를 터보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후배들에게 책임을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김현수는 "후배들은 잘하고 있다. 우리 팀 선수들도 다 준비를 잘했다. 그런데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많이 속상할 것"이라며 "우리가 기세에서 밀리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은 어린 후배들에게 맡기기보다 욕도 우리(베테랑)가 먹고, 아니, 내가 (욕을) 먹겠다. 내가 먹고 칭찬도 내가 받겠다. 그렇게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수원 팬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김현수의 답변엔 망설임이 없었다. 김현수는 "꼭 가겠다. 어떻게 해서든 가겠다. 아니, 어떻게 해서든 이겨서 가겠다. 이겨서 수원에 가겠다"고 각오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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