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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 챙긴 구자욱의 품격 "빨리 우승 티셔츠 챙겨줘라!"→함께 흘린 땀방울 잊지 않았다 [삼성 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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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왼쪽)와 구자욱. 구자욱은 우승 기념 티셔츠를 찾고 있다. /사진=박수진 기자
미야지(왼쪽)와 구자욱. 구자욱은 우승 기념 티셔츠를 찾고 있다. /사진=박수진 기자
미야지와 구자욱이 포옹하는 모습. /사진=박수진 기자
미야지와 구자욱이 포옹하는 모습. /사진=박수진 기자

대구의 하늘로 축포가 쏘아 올려지고, 12년 동안 응축됐던 감격의 샴페인이 터져 나오던 바로 그 순간. 모두가 세리머니의 환희에 흠뻑 취해 있던 시간, '시리즈 MVP'이자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33)의 시선은 화려한 무대 뒤편 어두운 더그아웃 복도를 향했다. 그곳에는 사복 차림으로 홀로 서서 조용히 박수를 치고 있던 '전 동료' 미야지 유라(27)가 있었다.

삼성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장단 14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폭발력을 앞세워 12-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 지난 2014시즌 이후 무려 12년 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 정상을 탈환하며 통산 9번째 우승(V9)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12년 만의 대관식을 완성한 감격적인 밤, 라팍에는 누구보다 특별한 발걸음을 한 손님이 있었다. 바로 시즌 도중 팀을 떠나야 했던 일본인 투수 미야지였다. 이번 시즌 KBO리그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던 미야지는 36경기(30⅔이닝)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5.87로 고전했다. 볼넷만 23개나 내주는 등 제구 난조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7월 27일 엔트리 말소 후 팀과 작별했다. 이후 이전 소속팀인 일본프로야구(NPB) 2군 리그에 나서는 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로 복귀해 공을 던졌지만 거기서도 퇴단했다.

이후에도 미야지의 심장은 여전히 푸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삼성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며 플레이오프 승리 때마다 SNS에 "기분 좋은 승리", "나이스 게임"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일본에서의 시즌 일정이 끝나자마자 주저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구 3연전을 관전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지난 6일 3차전부터 대구로 내려와 관중석을 지킨 미야지는 팀의 5-1 승리를 함께 기뻐했고, 7일 4차전에서도 장찬희(19)를 응원하며 10-5 대승의 '승리 요정'이 됐다. 경기 후 "내일도 꼭 와야 해"라며 어깨를 붙잡던 동료들의 진심 어린 당부에 미야지는 8일 5차전 역시 중앙 테이블석에서 홀로 숨죽인 채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마침내 삼성이 12-1 대승으로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미야지도 관중석에서 더그아웃 뒤편 복도로 조용히 내려왔다. 이미 팀을 떠난 방출생 신분이었기에,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지는 그라운드로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고 홀로 서서 동료들의 헹가래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미야지를 발견한 이가 바로 주장 구자욱이었다. 구자욱은 주저함 없이 구단 관계자들과 주변 동료들을 향해 "미야지 어디 있어? 빨리 우승 티셔츠 챙겨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복 차림으로 쑥스러워하며 머뭇거리던 미야지의 손을 강하게 잡아끌며 "너도 올 시즌 우리와 함께 땀 흘린 선수다. 어서 그라운드로 올라가라"고 등을 힘껏 밀었다.

형이자 주장의 따뜻하고 단호한 손길에 미야지는 마침내 '2026 한국시리즈 챔피언' 우승 기념 티셔츠를 받아 입고 그라운드로 발을 내딛었다. 그를 발견한 삼성 선수단은 환한 미소와 함께 미야지를 얼싸안았다.

비록 성적 부진으로 시즌 완주에는 실패했지만, 전반기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던졌던 36경기 30⅔이닝의 땀방울과 헌신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시즌이 끝나고도 바다를 건너와 목청껏 응원해 준 옛 동료의 진심을 삼성 선수단은 결코 잊지 않았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야 할 우승의 순간, 그늘에 서 있던 동료까지 따뜻하게 품어 안은 구자욱의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12년 만에 왕좌를 되찾은 '사자 군단'의 원팀 정신과 챔피언의 품격이 대구의 밤을 뭉클한 감동으로 물들였다.

미야지(왼쪽) 등 삼성 선수단이 오러클린과 오스틴 보스의 유니폼을 들고 있다. /사진=페덱 통역 SNS
미야지(왼쪽) 등 삼성 선수단이 오러클린과 오스틴 보스의 유니폼을 들고 있다. /사진=페덱 통역 SNS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4차전 삼성 라이온즈 대 KT 위즈 경기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전 삼성 아시아쿼터 투수 미야지가 중앙석애서 관전을 하다 팬 요청에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4차전 삼성 라이온즈 대 KT 위즈 경기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전 삼성 아시아쿼터 투수 미야지가 중앙석애서 관전을 하다 팬 요청에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대 SSG 랜더스 경기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미야지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대 SSG 랜더스 경기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미야지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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