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한국시리즈(KS)를 마친 KT 위즈의 차세대 간판타자 안현민(23)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신인왕에 올라 올해 더 큰 도약을 기대했던 그에게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KT는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1-12로 대패했다. 1차전 승리 이후 내리 4연패를 당하며 2021년 이후 5년 만의 통합우승 도전이 무산됐다.
안현민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대타로도 나서지 못했다. 전날 수비 실수와 타격 부진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KT가 5회말에만 8실점하며 1-11까지 뒤처진 상황에서 안현민이 홀로 경기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경기 후 안현민의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한 해였다. 안현민은 지난해 112경기에서 타율 0.334(395타수 132안타), 22홈런 80타점, OPS 1.018로 맹활약하며 신인왕과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차지했다. 출루율 1위와 타율 2위에 오르며 단숨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강타자로 떠올랐다.
지난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기대를 더욱 높였다. 올해도 개막 후 14경기에서 타율 0.365, 3홈런 11타점, OPS 1.161로 출발했다. 하지만 4월 1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주루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두 달 가까운 재활 끝에 6월 16일, 62일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왔다.

시즌 최종 성적은 94경기 타율 0.298(326타수 97안타), 14홈런 63타점, 56득점이었다.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KT의 정규시즌 90승과 창단 첫 90승 고지를 함께했다. 한국시리즈 출발도 좋았다. 1차전 3회말 삼성 선발 최원태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KT의 8-7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후 3경기에서 13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3차전에서는 외야 수비 도중 발목 통증까지 생겼다. 한국시리즈 최종 성적은 4경기 타율 0.133(1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이었다.
무엇보다 아픈 기억은 4차전이었다. 1회말 2사 만루에서 김도환의 우익수 방면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공식 기록은 3타점 2루타였지만,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타구를 놓친 안현민에게는 치명적인 수비 실수였다. 안현민은 "점수 차가 큰 경기였지만 초반에 들어간 3점을 내가 잡았으면 분명히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며 "로건에게도 정말 미안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햇빛이나 바람의 영향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변명하지 않았다. 안현민은 "햇빛은 없었다. 그냥 내가 놓친 것이다. 바람이 있었다고 하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고 선을 그었다.
주변에서는 충분히 고생했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정작 안현민은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못했다. 그는 "모든 선배와 가족들은 고생했다고 한다. 이것 또한 성장하는 단계라고 말한다"면서도 "내 입장에서는 그런 성장을 하더라도 모든 실수는 정규시즌 중에 나왔어야 한다. 가을야구를 치르는 기간에는 분명히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도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타석에서도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여러 방면에서 실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경기에서 뛰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선발 제외 자체에 대한 불만은 아니었다. 안현민은 "팀이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장)진혁이 형과 (김)민혁이 형의 컨디션이 좋았고 내 몸 상태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기에 충분히 납득했다"며 "다만 경기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시점에 내가 그라운드에 서 있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이번 아쉬움이 앞으로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 말에도 안현민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자신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자책만 반복하는 풀타임 2년 차, 23세의 신인왕이었다.
안현민은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경기가 끝나고 나니까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강하게 든다. 지금은 그런 부분을 잘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제 비시즌에 들어가는데 내가 그 감정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그 부분이 좀 걱정스럽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물론 경기가 끝난 직후였기에 안현민이 자신의 한 해를 냉정하게 돌아보기는 어려웠을 터다. 그러나 그는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62일을 쉬고도 정규시즌 94경기에서 타율 0.298, 14홈런 63타점을 남겼다. 지난해 신인왕의 활약이 결코 반짝 성적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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