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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키 큰 거야 다 아는 사실..이젠 그 다음"(인터뷰)

이기우 "키 큰 거야 다 아는 사실..이젠 그 다음"(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시트콤 '스탠바이'의 이기우 인터뷰

ⓒ이동훈 기자 photoguy@
ⓒ이동훈 기자 photoguy@


MBC 일일시트콤 '스탠바이'(연출 전진수 등), 혹시 보셨나?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시라. 방송국 사람들과 그 일가족을 둘러싼 소소한 에피소드로 고민없는 웃음거리를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심오한 '하이킥' 시리즈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시트콤이다.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가볍게 웃고 낄낄거리다 보면 40분이 훌쩍 간다.


류진, 김정우, 임시완, 김수현, 김연우 등 대개가 시트콤에 처음 도전한 연기자들. 그 중에 예능국 신입PD로 분한 이기우(31)가 있다.


훤칠한 키 때문에 늘 돋보이기도 하지만, 여느 작품들에서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기우는 190cm 훤칠한 키가 자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휘척휘척 브라운관을 가로지르면서 여유롭게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주위 사람들도 "키 큰 놈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스스로도 끔찍한 우유 사랑을 한껏 과시중이다. 우유에 밥 말아 먹는 것도 모자라 주위의 단신들에게 '우유나 먹으라고 핀잔이니 우유홍보대사가 따로 없다.


누구나 다 아는 이 훤칠한 '장신 배우'는 온 몸으로 "그래, 나 키 크다. 어쩔래"라고 외치는 듯하다. 데뷔 10년, 그가 큰 키에서 이토록 자유로웠던 것이 언제였던가.


"키 큰 거 다 아시잖아요. 성인이 된 뒤에는 키를 저랑 분리해서 이야기 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키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다른 배우랑 어떻게 맞추냐, 카메라에 안 들어온다, 파트너가 없다…. 처음엔 콤플렉스였고, 핸디캡으로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이 시트콤이 그래요. 키를 계속 부각시키니까 이게 단점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많이 느껴요. 주변 사람들도 '이기우 키 큰 거야 당연하고~' 식으로 생각해 주시니까요.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슬쩍 물어봤다. '이광수가 등장해 최장신 배우 타이틀이 넘어갔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기다렸다는 듯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래달리기를 해도 맨 앞에 뛰면 불안하잖아요. 앞에 한두 명 있으면 페이스 조절도 하고. 제가 최장신이라는 게 늘 부담이었어요. 왠지 나보다 큰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서운할 것 같고. 요새 광수 씨도 있고 줄리엔 강도 있고 하니까 저는 오히려 편해졌어요. 더 큰 두 친구도 왕성하게 하는데 저도 더 달려야죠."


(그리고 또 하나. 실제 이기우는 우유광이 아니다. 몇몇 우유만 골라먹고, 그나마도 씨리얼 먹을 때만 우유를 사랑한다고. 그러나 '우유 홍보대사'라면 항상 오케이다.)


이기우의 장신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작품은 큰 키 때문에 조금은 주눅 들어 있었다는 걸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됐다. 카메라 감독이 '습관적으로 작게 보이려고 삐딱하게 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 전까지, 그도 그 사실을 몰랐다.


"키에 민감하잖아요. 상대 배우와 함께 걸리거나 할 때 감독님들이 앵글 잡기가 어려우니까 '기우야 좀 숙여'라고 주문을 많이 하셨어요. 그러다보면 매번 말씀하시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실 테니 알아서 맞추게 돼요. 그래왔는데 이번엔 '어차피 키 큰 캐릭터로 가니까 그렇게 할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스탠바이'에는 극중 친형으로 등장하는 류진을 비롯해, 하석진, 김수현 등 훤칠한 배우들이 즐비한 현장도 그를 더 자유롭게 한다. 이들 역시 '같은 아픔'이 있는 터라 통하는 게 있다고. "동질감으로 똘똘 뭉쳤다"는 이기우는 "수현씨는 힐 신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하고, 저희는 커버해줄 수 있어서 좋다"며 즐거워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배우들도 있다. 특히 키 차이로 궁극의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김연우 작가 역의 가수 김연우는 머리하나 더 넘게 차이가 난다. 그 투샷만으로도 폭소가 터진다.


"아, 그건, 좀 죄송해요. 시완이한테도 미안해요. 요새 대세인데.(웃음) 김연우 선배님은 예능감이 장난 아니세요. 대본 연습도 방송처럼 안 하세요. 제가 연습한 데서 한 80% 정도 나간다 하면 김연우 선배님은 가사 외우듯 외워서 전혀 다른 톤으로 하세요. 와우."


ⓒ이동훈 기자 photoguy@
ⓒ이동훈 기자 photoguy@


지난해 9월 전역한 이기우는 복귀작으로 tvN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에 출연한 데 이어 '스탠바이'를 선택했다. '꽃라면'의 셰프 최강혁은 똘끼 충만한 일본인 셰프였고, '스탠바이'의 이기우는 잔머리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예능 PD다. 둘 다 날아갈 듯 가볍고 장난기가 넘친다. 큰 키를 앞세운 그의 이런 모습이 지금은 썩 어울리지만 처음엔 고민도 많았다.


"물론 확인은 못 했죠. 당연히 부담이 됐고요. 시트콤 왜 하냐고들 했어요. '꽃라면' 때도 왜 전역하자마자 케이블로 가냐고들 했고요. 결과는 만족스럽고 작업도 재밌었어요. 그간 방송보다 영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하면서 얻는 게 있더라고요. 특히나 시트콤은 순발력이 필요하고요. 앞으로를 생각하면 한번쯤 하기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많이 배우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기우가 제대 후 두 작품을 거치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 내성적인 면모는 좀 제쳐두고 멋지게 보이지 않더라도 좀 더 과감하게, 자유롭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라도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은 보다 굳게 먹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앞서 군대를 다녀오며 마음도 더 단단해졌다.


"군대 가서 많이 생각했죠. 남들은 막 나아가는데 나는 고여 있는 느낌이랄까. 스트레스 받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적응하면서 밖에 있었을 땐 못했던 것들을 해보게 됐죠. 글도 쓰고, 생각도 하고. 지금은 그 시간이 아까웠다는 생각 안 해요. 웬만하면 군대 안가는 게 좋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고요. 연기자 이기우가 변한 것보다 인간 이기우가 많이 변했어요. 당장에는 그것이 빛을 못 발하더라도 나중에는 그게 자연스럽게 드러나겠죠. 다음, 그 다음을 준비하려고요."


마음은 단단해지고 미소는 여유로워진 이기우. 사람 웃기는 데 슬슬 재미를 붙여가는 모습이다. "요새도 잠자다가 떨어지는 꿈 꾸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얼른 깬다. 다 떨어져서 더 크면 큰 일 난다"고 받아쳤다. 능청스러운 넉살이 수줍은 미소가 가득했던 얼굴에 착 붙었다. "시청률만 좀 더 잘 나오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 이대로라면 이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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