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치매걸린 김해숙, 안방 적셨다

치매걸린 김해숙, 안방 적셨다

발행 :

김수진 기자
사진


31일 반평생을 함께 한 치매에 걸린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투신하려 했던 한 70대 노인의 비극이 알려졌다.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이웃의 얘기다.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로 인한 가족의 비극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어느 날, 내 가정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안방극장에서도 치매는 종종 등장한다. 치매라는 극단적인 장치는 드라마의 비극을 극대화시킨다.


5월28일 첫 방송을 한 MBC 일일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극본 김선영 연출 최이섭)는 얽히고설킨 대가족의 이야기. 어느 날 이 집안의 어른인 어머니 김해숙이 치매에 걸리며 가족의 비극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난 30일 방송분에서는 이 가정의 비극이 고조에 달했다.


'그대 없인 못살아'는 그동안 김해숙과 주현의 큰아들인 조연우의 불륜, 조연우의 전처였던 박은혜의 출생의 비밀, 조연우의 친구이자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김호진, 알고보니 박은혜는 김호진 양어머니 정애리의 친딸, 박은혜를 몰아내고 과거 자신이 야심을 위해 버렸던 첫사랑 조연우와 재혼한 황인영 등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여느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인간관계의 설정으로, 말초적 신경을 자극해왔다. 하지만 30일 방송은 달랐다. 김해숙과 주현의 호연 때문이었다.


치매에 걸린 김해숙은 며느리에 이끌려 요양원으로 보내지려는 운명에 처했고, 김해숙은 이 과정에서 사라졌다. 자신이 사는 곳, 이름조차도 깜빡깜빡할 정도의 김해숙이 실종되자 집안은 쑥대밭이 됐고, 가족 모두 김해숙을 찾아 나섰다.


김해숙이 발견 된 곳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아닌, 과거 주현이 바람이 나서 가정을 버리고 가 다른 여자와 생활하던 곳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김해숙은 자신과 자식들을 버릴 정도로 남편 주현의 사랑을 받았던 내연녀 '이애심'으로 자신을 착각하고 있었던 것.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들들도 못 알아보던 김해숙은 유일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 주현만 알아봤다. 그것도 '장인자'가 아닌 내연녀 '이애심'으로 '멘탈이입' 된 상태로 말이다.


"당신의 이름은 장인자"라고 말하는 주현에게 "나는 장인자 아니야. 나는 형님 아니야, 장인자는 형님이고 나는 이애심이야. 오빠"라고 김해숙은 어린아이처럼 말했고, 가족들은 눈물을 삼켰다. 주현은 애심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는 아내 김해숙을 바라보기만 했다. 무슨 말이 필요 있었겠는가. 자신의 잘못된 과거로 인해 영혼의 큰 상처를 받은 아내 앞에서.


사실 김해숙과 주현의 연기력은 논할 필요가 없다. 단연 최고였다. 과하지 않고 절제된 두 중견 배우의 연기는 시청자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알고 보니 내 딸, 내 어머니라는 박은혜와 정애리의 진부한 스토리에 점점 질리며 흥미를 잃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을 시원하게 씻겨냈다.


다음 달 9일 종영을 앞둔 '그대 없인 못살아'가 힘든 세상살이와 뜻밖의 역경을 이겨내는 가족의 위대한 사랑을 그리겠다는 취지를 마지막에라도 살릴 수 있을까.


주요 기사

연예-방송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방송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