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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현, 女눈도 못보다 '천송이 매니저'된 사연(인터뷰)

김강현, 女눈도 못보다 '천송이 매니저'된 사연(인터뷰)

발행 :

최보란 기자
배우 김강현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강현 / 사진=임성균 기자


"전지현 씨, 평소에도 '천송이 누나'라고 불러요."


'천송이 매니저' 배우 김강현(37)의 실제 나이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강현은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의 매니저 윤범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앳된 얼굴에 소년 같은 목소리의 그가 "송이 누나"라고 부르는 모습은 극히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촬영 중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송이 누나'라고 불러요. '지현 씨' 하는 것도 어쩐지 어색하고, 그냥 극중 캐릭터에 맞게 "누나! 안녕하세요"라고 일부러 한 톤 높여서 인사해요. 박해진 씨도 극중에서처럼 "휘경이 형"이라고 인사하고요. 그렇게 부르면 현실감이 있어서 몰입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제가 '세미 누나'라고 부르니까 유인나 씨가 조심스럽게 나이를 묻더라고요.77년생이라고 하니까 '에이, 거짓말'이라며 놀라더라고요."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의 얼굴과 앳된 목소리는 어려보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남다른 개성이기도 하다. 이는 천송이의 본심을 헤아리는 순수한 윤범 역할과 잘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효과를 냈다.


앞서 6부 에필로그 방송 후 윤범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패러디한 이 에필로그에서 윤범은 천송이의 새 매니저를 위한 당부의 편지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천송이를 떠나는 윤범의 모습 때문에 이후 김강현이 하차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날 천송이의 랩 패러디와 '엽기적인 그녀' 패러디가 같이 나왔는데 모두 화제가 됐어요. 그래서인지 6부 이후 촬영장이 많이 즐거워졌죠. 제 대사는 '누나 부디 건강...' 6글자 밖에 없었는데 저에 대해 그만큼 관심 가져 주신 것도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작가님이 잘 써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감사해요."


윤범이 매니저 역할이기에 평소 매니저의 역할을 유심히 살펴봤다는 김강현. 하지만 "제 매니저를 살펴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천송이가 톱스타인데 저는 톱스타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이어 "대신 같은 작품을 했던 스타들의 매니저 분들이 어떻게 하시는지를 잘 봐뒀다"고 말했다.


배우 김강현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강현 / 사진=임성균 기자

그러면서 김강현은 스스로를 한 번도 연예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지하철 옆자리 승객이 "연예인 아니세요?"라고 묻자, 자신도 모르게 "아닌데요"라고 말했다. 그만큼 연예인이라는 말에 자신을 대입하지 못했던 것.


"지금도 일할 때만 차를 타지 평소엔 지하철과 버스를 타거든요. 근데 젊은 여성분이 저를 알아보셔서 놀랐죠. '연예인이죠?'라고 묻는데 '아니요'라고 해 버렸어요. 그랬더니 '별그대' 나오시지 않냐'고 하셔서 '맞다'고 했죠. 나중에 내릴 때 '저 여기도 나와요'하고 제가 나오는 연극 전단지도 드리고 왔어요. 연예인이란 표현이 제겐 너무 낯설어요. 처음 촬영현장 갈 때 매니저한테 '일찍 가서 연예인 구경하자'고 했을 정도예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강현은 연극계에서는 오래된 배우다. 99년 '총각파티'로 데뷔해 어느덧 15년째. 하지만 그가 연극에 발을 디딘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연기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워낙 내성적이어서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쳤어요. '이러다 나중에 결혼도 못하는 거 아니야' 싶었죠. 그래서 '나도 무대에 서볼까' 싶었죠. 근데 한 번 시작하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연기라는 게 끝이 없어서 5년, 10년을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성격 개조처럼 시작하게 된 일이 업이 됐죠."


학창시절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는 김강현. 아버님의 권유로 공고에 갔고,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문득 '이건 아니다' 싶어 도피성으로 일찌감치 군대에 갔다. 하지만 뾰족한 수 없이 제대해 이모네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오랜만에 놀러온 군 동기와 놀러간 대학로에서 운명을 바꿨다.


"그냥 대학로를 찾아갔어요. 군대 동기가 울산에서 올라왔기에 같이 서울 여기저기 놀러 다녔죠. 그러다 한국 연극협회에서 직원 모집 공고를 봤죠. 연극하려면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니까 직원으로 지원해서 결국 채용이 됐어요. 공연기획단에 들어가게 됐는데 마침 준비하던 연극 중에 '총각파티'가 있었어요. 근데 여자 앞에서 말도 잘 못하고 내성적인 캐릭터가 저랑 딱 맞았던 거예요. 그게 기획자 눈에 띄어 무대에 서게 됐죠."


그저 성격을 바꿔보자 생각했던 연극이 천직이 될 줄 그도 미처 몰랐다. '15년간 무대에 섰더니 원한대로 성격은 좀 바뀌더냐'는 질문에, 그는 "여자 눈도 못 마주치던 내가 전지현 씨랑 마주보며 호흡을 맞추고 있질 않느냐"며 웃음 지었다.


배우 김강현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강현 / 사진=임성균 기자

숫기가 없는 성격과는 반대로 그는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을 또 좋아했다. 뒤늦게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들어간 대학교에는 끼와 재능이 넘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학생식당에서 개그를 펼치는 방송연예과 후배를 보고는 재미있어 보여 자신도 다음날 잔뜩 준비해서 가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 웃음 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학창시절에 내성적이라 남들 앞에 나서진 못해도 수다 떠는 것은 좋아했죠. 대학로에서 개그맨 형들도 더러 알게 됐는데 가끔 아이디어를 내서 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어울리고 따라다니고 하면서 한때 개그맨 시험을 볼까 생각도 했죠. 그때 마침 연극을 하게 되면서 결국 배우의 길을 가게 됐지만요."


'별그대' 윤범의 감초 연기가 낯설지 않다했더니,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도 러닝타임 내내 웃음을 책임졌던 박계장도 김강현이었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코믹한 연기로 활력을 톡톡히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다음에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이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연기를 보여줄 계획이다.


"다음엔 영화에 출연하는데 코믹한 역할들이 없어요. '연애의 온도'에서도 일부러 코미하게 하기 보다는 민기가 애드리브를 쳐줘서 그게 웃음 포인트가 된 게 많았어요. 그래서 고마웠죠. 지금은 감초 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이 연예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던 김강현은 그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위해 그는 연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지도 역시 중요함을 알게 됐다. 앞으로 15년 후에도 무대에 서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그의 노력을 계속될 것이다.


"'별그대'나 '황금의 제국'에 출연한 이유는 제가 인지도가 너무 없어서 대중과 만나고 싶어서예요. 인지도가 낮아서 영화 출연이 취소될 때가 많았어요. 인지도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더 많은 소통을 하는 것도 배우로서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분들한테 좋은 점을 많이 배워서 사람 냄새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즐거움, 꼭 웃음이 아니라도 제가 한 작품을 보고 '아 정말 좋다. 즐거웠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보란 기자r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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