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회 깊은 바다에 끌려가듯 몰입했다. 배우 이제훈은 그간 보이지 않았던 냉철함으로 카리스마를 보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라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뽐냈다.
이제훈은 최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이지현, 연출 박준우) 종영 기념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을 다룬다. '모범택시' 마지막 회 시청률은 수도권 16.6%, 전국 15.3%, 순간 최고 시청률 18%를 기록했으며 주간 미니시리즈 1위를 수성했다. 이는 SBS 역대 금토드라마 중 '펜트하우스2', '열혈사제', '스토브리그'를 이어 4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또한 2049 시청률에서도 6.9%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수도권 2부 기준)
이제훈은 극 중 김도기 역으로 분했다. 김도기는 전(前) 특수부대(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 장교이자 현(現) 무지개 운수의 택시기사다. 그는 직관력과 판단력이 뛰어나고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의뢰과 있을 때는 냉철하다가도 없을 땐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긴 시간 촬영한 '모범택시'가 끝이 났다. 떠나 보내니 아쉬움이 든다. 홀가분한 마음보다 제작진, 무지개 운수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최근 드라마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게 바로 '사적복수'다. 방영 시기가 맞물렸던 tvN 드라마 '빈센조'도 큰 화제성을 자랑했지만 '사적 복수'라는 점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모범택시'도 마찬가지였다. 무지개 운수에서 피해자들의 복수를 돕는 게 주된 내용이기에 이 작품 또한 '사적 복수'에 대한 말이 오갔다. '사적복수'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일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시청자들은 크게 지지했다.
"아마 누군가를 처단한다는 내용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 현실에서 일어나긴 힘들다. 이런 걸 드라마를 통해서 보인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현실에서 미스터리하고 억울하게 당하는 피해자와 아픈 사람이 없도록 사건에 대한 관심을 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악의 무리가 법적 심판을 통해 제대로 처벌받기 바라는 소망과 열망이 뿜어나와 시청자 분들이 지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 시작 전, 이제훈 또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고. 아무래도 극 중 실제 발생했던 사건이 존재했기에 전달 방식에 따라 의도가 달라질수도 있으며 사건 피해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제훈은 더더욱 진심으로 임했다.
"처음엔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이 이야기를 받아드릴까'라는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생각 전달하는 게 분명해서 성심성의껏 잘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여타 드라마와 다르게 ('모범택시'를) 계속 가볍게만 접근할 수 없었다. 스스로 내 안에 있어서는 조금이나마 위로와 마음의 해소를 전달하고자 했다. 실제 사건이기 때문에 진지하고 깊게 접근해야 했다. '모범택시'가 어떤 사건의 정의에 대한 명제를 대신해 드릴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또한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과 걱정도 털어놨다. 피해자의 억울함과 울분은 절대로 어떤 무언가로 대신할 수 없다고. 이에 이제훈은 김도기가 가진 역할로 본인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최대한 진심으로 다가고자 했다.
"이번 역할을 하면서 개인적 고민과 생각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에 관한 과정에 있어서 작가님, 감독님의 자세가 있어서 신뢰하고 믿을 수있어서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잘 모였고 잘 마무리를 지은 것 같다. 매회 하나씩 거치고 겪어나가면서 심도가 깊어지고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는 거처럼 모든 걸 다 쏟아냈다. 막판에는 특히 김도기가 과거에 겪었던 어머니를 잃게 되는 과정에 있어서 15-16부로 같이 맞물려지면서 해결이 될지는 나중에 알게 됐다. 그래서 더 김도기의 트라우마와 아픔이 계속해서 살아가면서 잠도 많이 못자고 이런 부분에 대한 고통을 겪어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시원한 사이다처럼 빠른 전개와 통쾌한 복수로 카타르시스를 안긴 '모범택시'는 완벽하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훈 또한 연기하면서 가장 통쾌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전했다.
"장애인을 착취하는 일당을 주먹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통쾌하게 느껴졌다. 김도기가 무지개 운수로 오기 전에 여러 끔찍한 일이지 않나. 실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선 '재판 결과가 합당했나'에 대해 얘기하면서 생각해볼 거리가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 같은 부분을 또 다른 '모범택시'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모범택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빌런이다. 빌런을 연기했던 백현진, 심소영 등 배우들은 '실제 범인이 아닌가'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훈은 이들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빌런을 연기할 때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온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빌런 역할은) 배우로서 연기할 때 그 후 오는 데미지가 강할 정도로 부정적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만큼 자기가 해야하고 이거에 대한 의미를 잘 알고 소화했기 때문에 열광하고 좋아해주지 않았나 싶다. 백현진 배우는 전에 드라마에서 같이 호흡한 적 있는데 모든 걸 다 쏟아내신 거 같다. 촬영하면서 워낙 실제 인물에 대한 인지를 충분히 했다. '자신의 모습으로서 표현하고 승화하는 방식에 있어서 아낌이 없구나, 힘들텐데..'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했다. 심소영 배우는 외적 변화에 있어서 김도기와 케미를 이뤘다. 나도 이렇게 뭔가 묵직한 사건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풍자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많은 열광을 보여줌에 있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던 것도 심소영 배우의 열연이 있엇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훈은 태항호, 차지연, 불량 청소년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들까지 언급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빌런을 얘기했다면 무지개 운수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솜, 김의성, 표예진 등 배우와 연기 호흡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김의성은 빌런인 듯 아닌 듯 치명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도기는 약간 거리감이 있는 인물인데 무지개운수 분들이 가까워지면서 좋았다. 어느 드라마보다 호흡이 좋았다. 김의성 선배님은 농담, 기분좋은 얘기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 웃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김도기란 캐릭터는 무게감 있고 진중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흔들렸다. 좀 중심잡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 이솜 배우도 극중에선 서로 노려보고 의심하고 상처되는 말도 강하게 주고 받는 사이였는데 컷할때마다 웃음이 나서 그래서 그 캐릭터나 현실의 갭차이가 많이 느껴졌다."
"공권력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피해자라면 '모범택시' 서비스를 이용하겠나"라는 질문에 이제훈은 "생각은 해봤지만 내 스스로 해결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현실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을 거 같다며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한편 '모범택시'에는 방영 중 큰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달 17일 드라마 측은 "작가와 연출 간에 작품 방향성에 대한 견해 차이로 상호 합의 하에 오상호 작가가 하차하고 이지현 작가가 잔여 회차를 집필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드라마 현장도 크게 흔들렸을 터. 하지만 이제훈은 끄덕이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이야기를 읽어서 나중에야 알게됐다. 앞부분을 모두 스킵하고 읽었다. 두 작가님을 뵙진 못했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써내려가면 모두 다 하고 싶다."
이제훈은 최근 오랫동안 함께 한 소속사와 결별했다. 아마도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그는 "나도 조만간 아마 소속사에 대한 거취를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꽤 긴 시간 동안 함께 했는데 큰 애정이 있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많이 응원하면서 함께 하는 배우들도 오래된 배우도 있고 좋은 기회를 통해서 만날 수 있을까 란 기대를 하게 된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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