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맑은 얼굴에 그렇지 못한 불륜.TV조선 토일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극본 Phoebe(임성한), 연출 유정준, 이승훈, 이하 '결사곡') 시즌2에서 시청자들의 뒷목 잡이 '분노 유발자'로 급부상한 아미, 배우 송지인(36)의 얘기다. 아미는 불륜녀이면서도 조강지처에게 뻔뻔한 태도로 사랑을 운운하고 시어머니와는 머리채 잡는 연적이 됐다. 시청자들은 아미를 두고 '완전체'라며 탄식을 쏟아냈다.
'결사곡'은 잘나가는 30대, 40대, 50대 여자 사피영(박주미 분), 부혜령(이가령 분), 이시은(전수경 분)이 각각 남편 신유신(이태곤 분), 판사현(성훈 분), 박해륜(전노민 분)의 외도로 이혼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이 드라마는 불륜으로 인해 단단했던 가정이 깨지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내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16.6%를 기록했다.
송지인은 극중 신유신의 불륜 상대인 패션모델 겸 배우 아미 역을 맡았다. 아미는 사피영과 신유신의 이혼 후 신유신의 집에서 신유신을 짝사랑했던 새 엄마 김동미(김보연 분)와 삼자 동거를 했다. 아미는 미국에서 살다 와 한국 정서를 모르는 인물로, 김동미의 신경전에 태연하게 맞섰다.

-'결사곡' 시즌2까지 마친 소감은?
▶결말도 놀랐고, 후반에 시청률이 계속 오르는 걸 보고 신기했다. 시즌1, 2를 이어서 촬영해서 이제야 촬영이 끝났구나 싶다.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도 있다.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이라고 하니 많이 아쉽다.
-임성한 작가와 처음 작업했는데.
▶처음에 출연 제안을 주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불륜 역이라 해도 고민의 여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불륜녀 역이다 보니 거기에 얽매이다 보면 안 될 것 같고 사랑에 빠져도 되나 싶었다. 작가님께서 대본을 디테일하게 써주셔서 시즌1 때는 유신 오빠랑만 만나서 촬영했다. 악녀라는 생각보다는 우연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시청자 반응이 뜨거웠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
▶주변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아미랑 유신이 왜 만났냐고 하시더라. 굉장히 이입해서 보셔서 나에게 뭐라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동미와 아미가 싸우는 장면도 재미있게 봤다고 해주셨다. 이 상황들이 내가 느끼기에도 재미있었다. 시어머니도 재미있게 보셨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귀엽게 봐주시더라. 나와 친한 배우 이미도 언니는 '부모님들도 너무 잘 보고 있다'고 응원해줬다. 언니가 12회는 정말 유신과 피영 둘만 촬영한 거냐고 물어보더라. 내가 한 게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웃음)
-해맑은 악녀 아미에게 '완전체'란 수식어도 붙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시니까 그런 것 같다. 시청자들이 아미에게 '이 세계관의 최강자'라고 하시고 '저런 해맑은 얼굴로 하는 게 열 받는다'고 하더시더라.

-아미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아미가 불륜녀니까 삼자, 사자대면을 하면 기가 죽어야하나 생각했는데, 아미는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할 말을 하는 성격으로 봤다. 아미가 미국에서 자랐고 한국적인 정서로 죄인이라는 생각만 갖지 않고 가정환경에서 애정결핍이 있어서 인연을 맺으면 좋아하고 직진하는 캐릭터로 봤다. 후반부에 허당, 백치를 보여주는데 동미 선배님이 '백치'라고 한 것에서 도움을 얻었다. 아미가 부정이 없어서 나이가 있고 안정적인 남자를 만난 것 같다.
-임성한 작가가 주문한 캐릭터 설정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가.
▶임성한 작가님이 승마를 배워야 한다고 하셔서 처음으로 승마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승마는 드라마가 끝나도 취미로 하려고 한다. 촬영하다가 말에서 한 번 떨어진 적도 있는데 다행히 그때 큰 부상은 없었고 지금은 괜찮다. 또 아미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사과를 소리내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해서 연습했는데 어려웠다. 복싱도 배웠는데 작가님 작품으로 인해 많은 걸 배우게 돼서 감사했다. 언제 이런 걸 해보나 싶었다. 대본도 디테일하게 적혀 있었다. 그 대사가 적힌 이유도 잘 적어주셔서 캐릭터를 이해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기혼자로서 '결사곡' 중 공감한 장면이 있다면?
▶12회 피영과 유신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회차 전체를 대화 장면으로만 끌고 간 것이 레전드였다. 부부싸움이 했던 말을 또 하는 것 같지만, 이해가 될 것 같다고도 안 가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 장면은 감정선이 되게 리얼하고 현실적이었다.
-불륜 이야기이다 보니, 극중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면도 있었을 텐데.
▶유신이 아미에게 '집에 가서 바람 핀 거 아니다'라고 피영에게 말해달라고 하는 신이었다. 유신이 그동안 멋있게 그려졌다가 나를 방패막이 삼는 모습이 지질했다.


-김보연과 머리채 잡고 싸우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그 신을 촬영하기 전부터 너무 떨렸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선배님과 그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선배님이 흔쾌히 몸을 사리지 않고 불살라주셔서 즐겁게 촬영했다. 시즌1 때도 즐겁게 촬영했는데 시즌2에서 내용이 치달으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저희도 찍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선배님이 꼬냑 병도 집어들면서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수월했던 게, 선배님이 요령이 있으셨다. 선배님이 '내가 네 머리에 손가락을 넣을테니 너가 몸을 흔들라'고 하셨고 나는 온 몸에 힘을 빼고 개업집 풍선처럼 몸을 흔들었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또 선배님이 저에게 술을 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실 술이 아니라 옥수수 수염차였다.(웃음)
-이민영(송원 역), 임혜영(남가빈 역)과는 '불륜 삼총사'로 호흡을 맞췄다.
▶시즌1 때 만나서 잘 촬영했다. 나중에 서로 불륜인 걸 말하면서 아미가 '두 분 부러워요'라고 말하는데 리허설 때부터 다들 빵 터지면서 내가 말하기 너무 부끄럽더라. 웃음을 참으며 촬영하느라 고생했다.
-'결사곡'의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불륜 장면들이 아름답게 보여지지 않고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바람을 펴라,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보다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부부의 사랑이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줬다. 혜령이가 청담빌라를 받고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에서 반응이 나뉘더라. 잘했다고도 하고 치사하고도 하던데 나는 통쾌하긴 하더라.
-임성한 작가의 '막장'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현실은 더 막장인 것 같은 경우가 많다. 우리 드라마는 사람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나도 피영 언니 입장을 생각하면서 엄청 울기도 했다. 유신과 피영 부부가 싸우고 헤어지는 걸 보면서 비수 꽂는 말도 하지 않냐. 엄청난 서사를 보여준 것 같고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배우 송지인이 아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미야 고생했고 정신 좀 차려라. 아미도 내면의 치유를 하고 누가 됐든 진실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최근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솔직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 떨리고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갑분싸 분위기를 만들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다. 다행히 MC 분들이 스윗하게 잘 대해주셔서 큰 부담 없이 촬영했다. 사실 이전부터 많은 분들이 저를 깍쟁이로 예상하시던데 밝은 모습을 보고서 새롭다고 반응을 주셨다. 결혼 사실은 편안하게 얘기를 하다가 나왔다. 본의 아니게 일하면서는 저를 어리게 보시는 분들이 많으셨고 그런 질문을 받지 못해서 이제야 결혼 사실을 말하게 됐다.
-2008년 데뷔해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청담동 살아요', '직장의신', '7일의 왕비', '땐뽀걸즈' 등에 출연했다. 14년 차 배우인데, 최근이야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일하면서 좋은 적도 있었고 너무 힘든 시기도 있었다. 내가 안달낸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고 생각해서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직장생활처럼 하루하루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 한다.
-아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아미가 후반부에 밝으면서도 얄미워졌다. 밝은 걸 해보니 재미있더라. 다음에는 얄미운 거 빼고 밝고 활달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얌전하고 점잖은 역을 그동안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결사곡'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작품을 재미있게 보시고 아미를 얄밉게 생각해주시는 것조차 감사하다. 배우로서는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려야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