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은정이 우리에겐 '아이돌 티아라 멤버'로 가장 익숙하지만, 사실 그는 가수 이전에 배우 지망생이었다. 그래서 함은정은 1996년 KBS 1TV 드라마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로 먼저 아역 데뷔했고, 2009년 티아라로 가수 데뷔를 한 후에도 '반올림', '토지', '드림하이', '인수대비' 등 부지런지 연기 활동을 해왔다.
함은정은 2015년 '오늘부터 사랑해'부터 '별별 며느리', '속아도 꿈결', '사랑의 꽈배기', '수지맞은 우리', 올해 '여왕의 집', 차기작 '첫 번째 남자'로 일일극 러브콜이 부쩍 많아 대중에 갈수록 더 친숙해지고 있다.
"저는 기성세대에게 눈도장을 찍는 게 배우로서 하나의 목표였는데 3, 4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고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았어요. 일일드라마를 한 게 너무 행운이라 생각해요. '일일극의 일꾼'으로 계속 친숙하게 있고 싶어요."
KBS 2TV 일일드라마 '여왕의 집'(극본 김민주, 연출 홍은미, 홍석구)은 완벽한 삶이라고 굳게 믿었던 여자가 인생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뒤 벌이는 인생탈환 복수극. 함은정은 극 중 재벌가 장녀로 태어났지만 평범한 삶을 꿈꿨던 강재인 역을 맡았다. 강재인은 행복했던 자신의 인생을 앗아간 이들에게 복수를 펼쳤던 인물이다.
'여왕의 집'에는 함은정을 비롯해 서준영, 박윤재, 이가령이 출연해 활약했다. '여왕의 집'은 선과 악이 부딪히는 도파민 전개로 11.9%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00부작 긴 호흡이었던 '여왕의 집' 종영 소감은?
▶너무 후련하고 너무 좋다. 전작 '수지맞은 우리'는 120부작이었는데 처음 할 땐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했는데 이번에도 100부작이 끝나니 둘 다 긴 드라마였구나 실감이 나더라. 실생활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보니 큰 사건을 안고 있는 이야기여서 촬영할 때 에너지를 많이 쓴 것 같다. 선배님들이 체력을 잘 비축하라고 하더라. 이번 드라마만큼 약을 많이 챙겨먹은 적이 없었다.
-오늘 목발을 짚고 왔다. 다리 부상을 입은 건가.
▶다친지가 한 달이 넘었는데, 다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대역도 구해서 뒷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티아라 시절 10년 전에도 다쳤는데, 그때 다친 곳이 또 다쳤다. 빗길을 지나가다가 인대가 파열됐다. 전치 8주가 나와서 모두 '큰일 났다'고 했는데 그래도 잘 마쳐서 다행이다. 다친 후엔 대미를 장식하는 힐을 못 신어서 아쉬웠다. 다친 날엔 촬영을 못 했고 다음 날부터 겨우 촬영했다.
-'여왕의 집'이 최고 시청률 11%를 돌파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인기를 실감하나.
▶엄마가 예전에 자주 다니던 사우나 아주머니가 연락이 오셨다. 거기 TV에서 너무 잘보고 있다고 하시더라. 엄마 지인분들이 그렇게 연락이 자주 오셨다. 식당은 오히려 민망해서 방송 시간을 피해서 갔다.
-처음엔 '여왕의 집'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는지.
▶배우들조차 재미있다고 한 회차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시청률이 좀 나오겠다 싶었다. 이보희 선배님과도 연기를 하면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도 잘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KBS 1TV 시청률을 넘어섰다고 한 걸 보고서도 우리 드라마가 잘된 거구나 싶었다.
-시청자 반응도 찾아봤는지. 기억에 남는 반응은?
▶블로그에 제 이름을 자주 쳐보는데 재인이의 옷이나 액세서리나 뜨더라. 네이버 톡톡도 자주 봤다. 거기서 열띤 얘기를 하는데 채팅 속도가 빠른 걸 보면서 재미를 실감했다. 쓴소리 중 칭찬을 다 보면서 크나큰 기쁨이 됐다. 기억상실 연기를 했을 때 '함은정 연기 늘었다', '다음에 악역도 잘하겠다'라고 반응해 주신 게 기억에 남았다.
-지난해 '수지맞은 우리'에 이어 이번에도 일일극을 하게 됐다. 어떻게 일일극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됐을까.
▶제가 '속아도 꿈결'에서 네 번째 주인공을 할 때부터 눈여겨 봐주신 것 같았다. 일일극 시스템에 특화가 잘 된 배우라 생각하신 것 같다. 솔직히 KBS 드라마를 많이 해서 작품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감독님마다 작품이 달랐다.

-'여왕의 집'의 여러 도파민 장면 중 기억에 남는 도파민 장면은?
▶1화부터 아이에 대한 주제가 터졌을 때 끝까지 장난아니겠다 싶었다. 아이에 대한 아픔이 있는 것도 셌고, 불륜도 1화부터 나와서 셌다. 부모의 죽음, 재산을 빼앗기는 것 등 입에 담기도 무시무시했다. 유튜브로 고발하면서도 도파민이 터지더라. 작가님의 글이 '이렇게까지 생각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극의 공식을 깬 게 많았다. 적당한 선을 타면서 바보는 아닌데 통쾌하게 해야 했다. 자극적인 소재를 잘 풀어낸 것 같다. 저는 쇼츠 드라마 같기도 했다.
-어머님들의 응원도 많이 받았겠다.
▶시어머니에게 아닌 척하면서 똑같이 되갚아주는 것에 대해 반응이 좋더라. 누구나 상상만 했지 해본 적은 없던 것이지 않냐. 촬영장을 지나가는 어머님들도 제 손을 잡아주시면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어느 팬분이 '우리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한다'라고 해준 반응도 보고 울컥했다. 이제 팬분을 만나면 '어머님, 아버님이 챙겨보셨냐'라고 묻게 됐다. 저는 기성세대에게 눈도장을 찍는 게 배우로서 하나의 목표였는데 3, 4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고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았다. 일일드라마를 한 게 너무 행운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일일극의 ○○'이라고 별명을 지어본다면?
▶'일일극의 일꾼'으로 계속 친숙하게 있고 싶다. 주인공을 하다가 조연도 할 때도 있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시청자들이 많이 좋아하고 찾아주셔야겠다.
-'여왕의 집'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가 언제였는지.
▶'수지맞은 우리' 끝나고 얼마 안 돼서 '여왕의 집' 출연 제안을 받았다. 되게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 한번도 안 해본 느낌의 드라마여서 걱정도 많았지만 해보고 싶단 의지가 있었다. 한편 쉬지 못하고 일하는구나 싶었다. 다리가 다쳐서 이번에 또 어딜 못 간다.
-감독님은 어떤 점에서 함은정을 캐스팅했다고 얘기했나.
▶제가 그날 아파서 우아함이 있었다. 아프니 말수가 적어져서 묘하게 재인이와 어울린다고 하시더라.(웃음) 감독님이 '내용이 강해서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아이돌 정신으로 하겠다'라고 했다.
-재인 역할은 어떤 점을 신경쓰며 연기했나.
▶재인이가 온화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란 점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바보같이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다'라는 것도 보여주려고 했다. 이후엔 풀액셀을 밟으면서 연기했다.

-서준영 배우와 영화 '실종2' 이후에 재회했는데.
▶예전엔 서로 대본을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오빠도 단단해졌구나 싶었다. 그런데 멜로가 많이 없어서 얘기를 많이 못 나눈게 아쉽다. 하지만 오빠는 '지금 연기 어땠어?'라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어서 좋았다.
-다른 선배 배우와의 연기는 어떘는지.
▶이상숙, 이보희, 김애란 선배님이 너무 선녀 같으셨다. 여배우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 아우라가 존경스러웠다. 박윤재 오빠도 '일일극의 왕자'여서 같이 연기할 때 신이 많이 살았던 것 같다.
-일일극의 연기는 어떤 점이 좀 다를까.
▶전개가 빠르다 보니 꼭짓점이 확확 찍일 때가 있다. 그럴 때 강하게 전달이 되게끔 감정을 강하게 보여주게 되더라. 크나큰 일에 대해 진심으로 느끼는 게 중요하더라. 영화, 미니시리즈, OTT에선 가만히 있어도 '큰 일이 일어났구나' 연출할 수 있지만, 일일극에선 그렇게만 있으면 그냥 지나가게 되더라. 눈빛, 말 액센트 등에서 감정이 내제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리고 세트장 연기여서 울리는 소리를 잘 내야 하더라. 연극을 TV로 볼 수 있는 느낌인 것 같다. 노래 녹음할 때 했던 발성이 도움이 됐다.
-극 중 장발로 시작했다가 단발로 변신했는데.
▶'티아라 은정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하긴 했다. '보브 단발'만은 피해야겠다 싶었다. 일자 단발로 자르고 스모키를 했다. 이후에 꼬불거리는 가발과 안경도 썼다. 삐죽삐죽 단발, S컬 단발 다양하게 했다.
-티아라 활동 때부터 오랫동안 단발 헤어를 선보이며 '원조 단발좌'로 불리기도 했는데. 특별히 단발 헤어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는지.
▶처음엔 사장님에 의해 잘렸다가 '거지존'을 피하려고 자꾸 잘랐다. 저도 이번에 드라마를 하면서 머리가 자라서 자꾸 자르고 싶었는데 잘 참았다. 그때는 활동을 안 쉬어서 머리를 계속 잘랐다. 저는 개인적으로 긴 머리가 좋은데 단발이 제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 같다. 복수극에서 단발이 필요하기도 하더라.
-일일극이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 또 일일극 제안이 들어온다면 하고 싶은지.
▶그래도 하고 싶다. 지난 일일극 땐 종방연 후에 티아라 몽골 공연도 갔다. 재미있다. 워커홀릭이지 않나. 싶다. 유튜브, 인스타그램도 그 동안 못했는데 이제 할 수 있겠다 싶다.

-티아라 활동은 어떻게 구상 중인지.
▶단발성 공연, 투어 제의가 오고 있다. 스케줄, 컨디션이 맞는대로 저희는 계속 하고 싶다. 계속 할 수 있는대로 하고 싶다. 요즘은 동남아에서 러브콜이 많이 오고 있고, 중화권에서도 홍콩, 마카오 등에서 많이 요청이 오고 있다. 엄정화 선배님처럼 저희도 '토토가' 같은 걸 하면서 공연하고 싶다.
-멤버들이 이번 작품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줬는지.
▶너무 고생했다고 하더라.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하더라. 시작 전에 효민이가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게 힘이 됐다.
-앞으로 또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이런 류의 복수극을 또 해보고 싶다. 다지기 연기를 해보고 싶다. 연극이든 영화든 해보고 싶다. 연극 '타로'를 했을 때도 이쪽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지난해 '수지맞은 우리'로 일일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상, 배성현 배우와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도 '2025 연기대상' 수상을 꿈꾸는지.
▶우수상도 좋고 다 좋으니 상을 타고 싶다. '여왕의 집'으로 팀이 뭐든 타고 싶다. 우리 팀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일일극 안에서 색다른 지점을 잡고 기술적으로도 노고가 있었다. 음악상, 미술상도 있으면 좋겠다. 그만큼 저희 작품이 편집도 좋았다. 도파민 터지게 디테일한 노력을 많이 했다.
-'여왕의 집'은 함은정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진짜 가열차게 불태웠다는 느낌으로 남을 것 같다. 모두가 서바이벌을 한 느낌이었다.
-1996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해 연기 경력 30주년이 됐다. 어떤 소회가 드는가.
▶저는 외도를 오랫동안 했다. 이전엔 뭔진 모르지만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속아도 꿈결' 때부터 제대로 연기를 한 것 같다. 티아라 때도 연기를 했지만 비슷하게만 연기를 한 것 같다. '속아도 꿈결' 때는 역할 크기도 커서 진심으로 연기를 했다. 그때 '왜 KBS 1TV 조연을 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30년은 아직 믿기지 않는다.

-원래는 티아라 활동 이전에 배우를 꿈꿨다고.
▶저도 배우가 될 줄 알고 회사에 들어갔다가 티아라 멤버가 됐다. 나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지금 연기에 대해 공부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제가 다른 친구에 비해 일상적인 경험이 적더라.
-슬슬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나이가 되지 않았나. 티아라 멤버 효민도 최근에 결혼했고.
▶저는 언제나 꿈꾸는 키워드다. 그래도 마흔 전에 해야 아이도 낳지 싶다. 벌써 그 나이가 됐더라. 제가 작년부터인가 그 나이를 체감해서 마흔 전에는 결혼해야 하지 않나 싶다. 언니들이 '아이 가질거면 빨리 결혼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 너무 일만 바라보고 살았나 싶었고, 효민이 결혼식 때 '결혼'에 대해 느낀 바가 있다. 사실 이번에도 일일극 엄마 역을 하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가 있는 베스트 프렌드들에게 물어보니 아이에 대해 제가 보는 관점과 아예 다르더라.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편인지.
▶이번에 촬영하면서 확실히 알았다. 아이가 너무 귀엽더라. 제 SNS 알고리즘을 보면 아이, 강아지가 많더라. 아이 교육도 진짜 중요하구나 싶다. 지난 5월에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서 더 아이에 대해 귀엽다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
-'우리 결혼했어요'를 같이 했던 이장우 배우와도 최근 '결혼' 관련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
▶오빠가 (결혼식에) 초대해 주신다고 하더라. 지금 드라마가 '하나뿐인 내편' 팀도 있어서 어떻게든 같이 앉아도 좋다고 했다.
-요즘 아이돌이었다가 연기를 하는 '연기돌'이 많은데, '연기돌' 선배로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확실히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성실함과 해내고 말겠다는 정신이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원래 하시던 것처럼 꾸준히 지구력을 갖고 하면 되겠다. 아이돌은 정말 팔방미인인 것 같다.
-최근 취미는 무엇이 있는가.
▶못 봤던 영화, 책을 보는 게 취미가 됐다. 병원을 다니면서 빨리 나아야겠다. 일상을 찾아가는 게 취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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