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지웅 작가가 할머니를 폭행하고 담배 심부름을 시킨 10대 청소년들의 사건에 절망감을 표했다.
허지웅은 8월 31일 인스타그램에 "경험과 사유를 통해 오랜 시간 지혜를 터득해온 사람조차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삶의 풍경과 가치관 앞에선 무력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서글퍼할 뿐 무엇도 할 수 없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어 "최근 한 무리의 남녀 학생들이 거리의 60대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할머니가 거부하자 주변 위안부 소녀상 앞의 국화꽃으로 할머니를 때리며 조롱하고 촬영하는 일이 있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난이었다고 밝혔다"고 안타까운 사건을 언급했다.
허지웅은 이에 "국화꽃과 비아냥 때문이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할머니의 체념 때문에 나는 절망했다. 이런 세상을 상상해본 적도, 예측해본 일도 없다"며 "할머니는 학생들이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인내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렇게 감싸안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내가 참 싫은, 그런 아침"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30분께 여주시 홍문동의 한 길가에서 A군(17) 등 10대 청소년 4명이 60대 할머니의 머리 등 신체를 위안부 소녀상 추모 꽃 등을 이용해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 청소년 4명은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 오라고 요구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위안부 소녀상 추모 꽃으로 할머니를 조롱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해당 학생들에 대한 엄벌과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게재 이틀 만에 5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허지웅 글 전문
주인공 안톤 쉬거의 머리 스타일로 더 유명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제목은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온 것입니다.
그 의미는 시나 원작소설이나 영화나 같습니다.
제 아무리 현명한 사람일지라도 세상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험과 사유를 통해 오랜 시간 지혜를 터득해온 사람조차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삶의 풍경과 가치관 앞에선
무력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서글퍼할 뿐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지요.
최근 한무리의 남녀 학생들이 거리의 60대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할머니가 거부하자 주변 위안부 소녀상 앞의 국화꽃으로 할머니를 때리며
조롱하고 촬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난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국화꽃과 비아냥 때문이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할머니의 체념 때문에, 저는 절망했습니다.
이런 세상을 상상해본 적도, 예측해본 일도 없습니다.
여러분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영문도 모르겠고 해법도 모르겠습니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인내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렇게 감싸안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없이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내가 참 싫은, 그런 아침입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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