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효민이처럼 하나를 하면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기쁘면 기쁜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하는 편이죠. 평소 제 MBTI는 완벽한 ISFJ고, 일할 때 특히 완벽한 J가 돼요. 이번에 효민이를 연기하면서는 ESTJ가 됐어요."
배우 정채연의 MBTI가 내향형(I)에서 외향형(E)으로, 감정형(F)에서 사고형(T)으로 반절이나 바뀌었다.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극본 박미현, 연출 김재홍, 이하 '에스콰이어')에서 신입 변호사 효민이 팀장 석훈을 보며 그와 같이 변모한 과정 같기도 하다. 정채연이 '실용적인 조력가' ISFJ에서 '엄격한 관리자' ESTJ로 바뀐 그 자체가 살아있는 드라마다.
'에스콰이어'는 정의롭고 당차지만 사회생활에 서툰 법무법인 율림의 신입 변호사 강효민(정채연 분)이 왜인지 온 세상에 냉기를 뿜어대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트너 변호사 윤석훈(이진욱 분)을 통해 완전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오피스 성장 드라마. '재벌X형사' 연출, '나의 완벽한 비서', '악귀' 공동 연출의 김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정채연은 대형 로펌 율림에서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뜨거운 열정과 뛰어난 직관력을 가졌으나 종잡을 수 없는 허당 매력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하는 강효민 역을 맡았다.
이진욱은 율림의 송무팀장 윤석훈 역을 맡아, 상황을 꿰뚫는 통찰과 흔들림 없는 결단력을 가진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학주는 극과 극 성향을 지닌 상사 윤석훈과 신입 강효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어쏘 변호사 이진우 역을, 전혜빈은 율림에서 윤석훈과 함께 또 다른 실세로 불리는 허민정 역을 맡았다.

-'에스콰이어' 속 변호사 역할 준비는 어떻게 했나.
▶역할 준비를 하면서 많이 공부했다. 안 쓰던 용어를 써야 하니 입력되는 데까지 공부하는 기분이 들더라. 평소 효민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효민이는 사회초년생이었는데, 공부만 하던 친구가 사회에 나온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효민으로서 윤석훈 변호사는 가장 본받고 싶으면서 인간적인 선배로 느낀 것 같다. 효민이가 생각하는 '정의'와 윤석훈이 생각하는 '정의'의 가치관이 생각보다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서로 티키타카가 나올 수 있었겠다. 효민이는 1화에서 가장 캐릭터가 잘 드러난 것 같다. 인간에 대해 논하지만 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10부에서는 효민이가 변호사란 직업을 얻고 성장하면서 석훈이와도 비슷해졌다.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에서 효민이에 이입이 많이 됐겠다.
▶효민이는 처음이니까 넘어질 수 있는 부분에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에 비해 효민이는 많이 용감했던 것 같다. 효민이는 뭔가 파고들면 집요하고 불의를 보면 바로 참지 않고 내지르는데 점차 이성의 중점을 잡게 되더라. 효민이가 처음엔 윤 변호사에게도 들이받았다.
-시청률도 9.1%를 기록했다. 10%도 기대하는지. 시청률 공약이 있었는지.
▶이진욱 선배님이 이미 시청자 상담을 해주셨더라.(웃음) 저도 시청률이 10%가 넘으면 좋겠다. 공약으로 저도 라이브로 상담을 해주고 싶다.
-'에스콰이어'는 매회 에피소드 형식이었다.
▶'에스콰이어' 에피소드는 일반적이지 않은데 일반적이다. 특수한 케이스가 나오지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룬다. 저희 에피소드가 양쪽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좋았다. 강효민은 가장 위기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모든 에피소드가 다양한 '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에스콰이어'에서 특히 대사 암기 준비를 많이 한 듯한데.
▶'에스콰이어'는 매회마다 좋은 말이 많다. '사랑이 서로를 바라보는 거라면 결혼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다',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걷는 기분이었는데 (윤석훈) 선배님이 손전등을 빌려주셔서 감사했다'라는 대사가 좋았다.
-이진욱 배우가 말하길, '정채연이 대본을 잘 외우기 위해서 술도 끊었다'라고 하더라.
▶전체 리딩을 할 때도 제가 술을 안 먹었다. 제가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나올 경우를 대비해 나쁜 루틴을 다 뺐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머리가 맑아졌다. 친구와의 만남도 미뤘다. 대본을 받았을 때 막막함이 있기도 하면서 잘해내고 싶더라. 아예 안 쓰던 단어를 쓰려니 힘들었다. 매회 에피소드 형식이어서 인터뷰 전에 가물가물해서 정리도 했다.
-'에스콰이어'를 하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 드라마가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한 것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내 내면을 들여다 봤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가 좋은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위로도 되면 좋겠고 친구도 되면 좋겠다.
-윤석훈과 강효민은 단순 선후배 사이였을까, 이성적인 호감의 감정은 없었을까.
▶시청자에게 '이게 과연 선배로서의 존경심일까, 남자로서의 호감일까' 두 가지 감정을 고민하게끔 만들었다.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선배는 선배로서 남으면 좋겠더라.

-실제 이진욱은 현장에서 어떤 선배였나. 현장에서 정채연 배우에게 젤리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저는 오늘까지만 해도 선배님이 젤리를 싫어하는 줄 몰랐다. 그것마저 용기셨구나 싶었다. 선배님은 굉장히 순수하시고 소년미가 있으시다. 선배님이 많이 열어주셨기 때문에 저도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멜로와 장르물을 잘 오갈 수 있는 자신만의 비결은?
▶저도 전문직, 법률 드라마를 처음 하다 보니 '내가 저렇게도 연기하는구나'를 발견했다. 이걸 발판삼아 다른 법률 드라마를 할 때 참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것들이 쌓여 저의 내공이 되는 것 같다.
-그 동안 청춘물, 로코를 많이 하다가 이번에 연기 변신을 한 듯하다.
▶'변신을 해야지' 해서 이 작품을 한 건 아니다. '난 다음에 어떤 걸 해야 하나' 우울해있던 때에 '에스콰이어'를 읽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로운 시도다 보니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다. 작가님께도 그 말을 하면서 '제가 점차 설렘으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저는 이번 역할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저는 항상 도전을 하고 싶은데 한 발짝 나아가는 게 어렵지 않냐. 배우 정채연으로서 한 발짝 나아간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변신을 하고 싶은가.
▶저는 피도 한번 튀겨보고 싶다. 그동안 화사한 톤의 질감에서 연기를 많이 했는데, '에스콰이어'에선 현실적인 톤에서 연기했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톤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강점은?
▶사실 저도 작품이 안 들어온 시기가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과 다른 역할이 들어온 때가 있었다. 저는 꽤나 많이 긍정적이어서 '어 그렇구나. 그렇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에스콰이어'를 하게 됐을 때도 '내가 이걸 만나려고 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다음 드라마를 할 때 중심을 많이 잡으려고 한다. 저는 훈련으로 다져진 느낌인데, 내가 조급해하면서 할 때보다 감사하면서 할 때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편인 것 같다.
-과거 엠넷 '프로듀스 101'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멘탈이 단단해진 것 같다.
▶예전엔 '버티는 사람이 승자다'란 말을 잘 이해 못했는데, 10년 차가 되면서 '아, 잘 버텨야 되는구나' 싶더라. 암흑 속에서 버티는 게 아니라 환한 빛 속에서 버텨야 되는구나 싶었다. 쉴 때 잘 쉬어야 일할 때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고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쉴 땐 뭘 하는 편인가.
▶요즘 못 만났던 사람도 보고 못 본 공연 등을 보면서 정말 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최근에도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을 보면서 울었다.(웃음) 영화 'F1'도 보러 가고 캐리비안 베이도 갔다. 평소 일상에서도 잘 안 가리고 다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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