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고(故) 이순재가 큰 족적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끝까지 대본을 놓지 않았던 국민 배우의 마지막에 하늘도 울었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고 이순재의 발인과 영결식이 엄수됐다.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
이날 영결식 사회와 고인의 약력 보고는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고인과 사위, 장인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정보석이 맡았다. 추도사는 배우 하지원, 김영철이 맡아 고인을 기렸다.
하늘도 국민 배우의 마지막 길이 슬픈 듯 비가 내린 가운데 수많은 동료, 후배들이 함께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을 비롯해 배우 최수종, 유동근, 정준호, 정태우, 정동환, 박상원, 유태웅, 원기준, 이무생, 정일우, 방송인 정준하, 장성규, 고인의 제자인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이 자리했다.


정보석은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큰 역사였고, 선생님은 그 앞에서 후배들이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셨다. 대한민국 방송영상예술에 있어 너무나 큰 족적을 남기신 유일무이 국민배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영철과 하지원의 추도사 낭독이 끝난 후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약 7분 길이 영상이 재생되자 곳곳에서는 울음 소리가 들렸다.
고 이순재는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56년 연극 데뷔작 '지평선 너머'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청기와집',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게트', '우리 읍내', '춘향전', '빠담빠담빠담', '세일즈맨의 죽음', '돈키호테', '앙리 할아버지와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어왕' 등을 통해 무대에 올랐다.
또한 드라마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사모곡', '허준', '상도',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개소리'에 출연하며 연극, 방송, 영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활약했다.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한 고 이순재는 그간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고 이순재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어록, 메시지들은 영원하다.
◆ "나이 먹었다고 대우받으려고 주저앉으면 늙어버린 거지."

고 이순재는 동료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 등과 함께 나영석 PD가 이끄는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 출연했다.
특히 2018년 방영된 동유럽 편에서는 낯선 환경에도 의연한 고인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비행기에서 편히 잠들기보다 공부하기를 택했으며, 식사 중에도 회화책과 지도를 끊임없이 체크했다.
당시 나 PD가 "불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고 이순재는 "적응하면 되지, 불평할 게 뭐 있나. 나이 먹었다고 앉아서 어른 행세나 하고 대우받으려고 주저앉으려면 그건 늙어버린 거지. 나는 아직도 '한다' 하면 된다. 닥치면 닥치는 대로 당장 나는 내 할 일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 "인생 좀 손해 본 듯 사는 것도 괜찮아."

2018년 출연한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에서 고 이순재는 이같은 말을 남겼다.
고인은 당시 "인생 좀 손해 본 듯 사는 것도 괜찮다"며 "인생을 포기하라거나 양보하라는 것은 아니다. 1등이 되려고 아등바등 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라고 인생 철학을 밝혔다.
또한 "욕심부리지 않고 양보 좀 하면 적이 없어진다. 작은 욕심 때문에 불행이 오고, 갈등이 오기 시작한다"고 인생을 살며 느낀 것에 대해 털어놨다.
◆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고 이순재는 지난해 5월 개최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무대에 올라 '예술이란 무엇인가' 공연을 펼쳤다.
고 이순재는 당시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라며 "예를 들어, 몸살이 걸려 누워 있다가도 '레디, 고' 하면 벌떡 일어나게 돼 있다. 이게 배우의 생명력이다. 그런데 연기가 쉽지가 않다. 평생을 연기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란 데가 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배역이 나올 때마다 참고하는 거다"고 신념을 드러냈다.
이어 "그동안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들, '이만하면 난 다 된 배우 아닌가' 했던 배우들이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없어졌다"며 "배우는 항상 새로운 작업에 대한 도전이다. 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연기엔 완성이 없다"고 동료들을 향해 고언했다.
그러면서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고 말해 묵직한 울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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