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 등 명작 포스터들을 제작한 박시영 디자이너가 15년 '동성 연인'을 둔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을 해 화제다.
박 디자이너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5년째 열애 중인 동성 연인을 깜짝 공개,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로서 느낀 사회적 편견과 현실의 벽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터놓았다.
먼저 박 디자이너는 "15년 연애 중인데 나이 떼고, 성별 떼고, 계급 떼고 그냥 거추장스러운 거 다 제끼고 내 마음만 갖고 이야기하자면 나는 15년 내내 마음이 들끓었다. 좋아서 미쳐버릴 거 같다. 세상에 우리 애인 같은 사람이 있는 걸 보니 신도 있겠구나 싶고 그렇다. 나는 이 사랑을 위해서 정말 세상에 못 할 짓이 없을 것 같다. 만약 이 사랑에 흠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다 죽여버릴 거다. 유치하지? 어떡해, 유치한 마음이 뜨거운 마음인데"라고 연인에 대한 절절한 고백을 남겼다.
이내 그는 "나처럼 자랑하는 거 좋아하고 꺼드럭대고 수다 떠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내 사랑을 자랑하지 못하는 거 참 서글퍼.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건데. 알잖아. 이걸 혹여나 드러내는 순간 우린 구경거리가 된다. 내 애인과 나는 호기심에 들러붙어서, 내가 가장 아끼는 걸 내 손으로 거지 떼들에게 자진 상납하는 기분이 들거든. 뭐 아무튼 뭐 어쩌라고? 오늘은 못 참겠다"라는 진솔한 표현으로 그간의 속앓이를 짐작케 했다.
또한 박 디자이너는 "나이가 들어가니 법적 보호자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애들이 좀 괴롭긴 한데 이것도 뭐 어쩌라고 해. 뭐 결혼이 안 돼서 본의 아니게 연애만 15년째 하고 있지만 나쁘지 않아. 난 그의 연인이고 그의 마음에 들게 해야 돼. 우리가 연애하는 동안 우리 두 마음 뜨겁게 유지시켜야 되거든. 나는 자신 있는데. 70살이 되어도 그 나이대에 제일 뜨거운 영감이 될 자신이 있음! 나는 이 사랑을 허락받을 생각도 없고 이해받을 생각도 없다. 어차피 사랑 둘이서 하는 건데 다른 입장이 뭔 소용이냐. 그저 자랑하고 싶은 맘이다"라고 전했다.
장항준 감독의 '왕사남'이 1658만 관객 돌파로 '역대 흥행 2위', 한국 영화계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듯 박 디자이너의 커밍아웃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박 디자이너는 해당 글을 황급히 삭제했지만, 이는 삽시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네티즌들에게 울림을 안겼다. 보편적인 사랑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며 공감대를 자극한 것. 커밍아웃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오랜 연인을 위한 헌사로, 뜻밖에도 감동적인 러브스토리가 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디자이너의 글을 캡처해 올린 작성자는 "15년이나 사겼는데 아직도 좋아서 미쳈는 감정이 보여서 훈훈하다. 두 분이 서로를 법적으로도 책임질 수 있는 날이 오길"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네티즌들 역시 "감동. 행복하길", "성별을 떠나서 너무 멋진 사랑이다. 부러움", "와 15년, 영화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잘 보여서 다숩다", "글이랑 사진 다 너무 아름답다", "잘 어울려. 행복만 하세요", "너무 좋다. 현실이 씁쓸하지만 쏘(소) 로맨틱. 나도 저런 사랑하고 싶다. 아 진짜 X 멋있음", "15년을 사랑해도 여전히 불타는 사랑을 하는 거 너무 부럽고 로맨틱하다", "저런 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겠어요. 앞으로도 행복하시길", "멋진 사랑이구만", "15년 찐 사랑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인 거 같다. 그게 얼마나 큰 복인지 알고 귀하게 여길 줄 아시는 분 같아서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등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 디자이너는 글 삭제 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프라이버시를 위해 얼른 지워버렸다. 그냥 오늘 파도가 죽이길래 설레서 설레발 좀 떨었다"라고 멋쩍은 심경을 밝혔다.
박시영 디자이너는 2006년 영화 '짝패' 포스터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린 후 이듬해 스튜디오 빛나는을 설립했다. '왕사남'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마더', 나홍진 감독의 '곡성', 한재림 감독의 '관상', 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인과 연', 이해영 감독의 '독전',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 등 포스터 제작을 다수 맡아온 한국영화 업계 1위 디자이너이다. 또 '더 폴: 디렉터스 컷'과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의 '군체' 포스터도 박 디자이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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