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엿같은 사랑' 제목 마따나, '이런 엿같은 해명'이다. 배우 하영(33·안하영)의 증조부 안상호 매국노 논란이 하영 부녀(父女)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공분을 키우고 있다.
하영은 10일 일파만파 확산된 증조부 관련 논란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했던 터.
하지만 그의 증조부로 확인된 안상호는 매국 행적이 곳곳에 기록돼 있었다. 안상호는 1916년 11월 대정친목회 결성 당시 평의원으로 참여한 기록이 있다. 이 대정친목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총재가 회장을 맡아 설립한 실업인 단체다. 이완용과 조중응, 송병준, 이윤용 등 당대 친일반민족행위자 상당수가 회원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안상호는 이완용을 살린 의사 중 한 명이라는 기록도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국사관논총 제32집 수록 논문에 따르면, 이완용은 1909년 12월 2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에게 단도로 어깨와 복부를 찔리는 피습을 당했다. 하지만 이완용 암살은 미수에 그쳤다. 이완용이 세 번이나 찔리고 살아난 데는 우리나라 최초 흉부외과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의료진 중에 안상호의 이름이 포함된 것. 자료에는 안상호를 비롯해 한성병원의 학전 의사, 안동병원장, 대한병원의 국지 원장과 고계 부원장, 전의 박종환 등이 치료에 참여해 이완용의 목숨을 구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때 암살 시도로 체포된 이재명 의사는 사형선고를 받고 이듬해 9월 30일 순국하였다.
더불어 안상호는 고종황제 독살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안상호는 1918년 12월 10일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일선동화의 가정'(一鮮同化의 가정), 즉 '일본인처럼 생활하고 동화되는 것이 모범적이다'라는 사례로 기사에 실리기도 했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안상호는 "나도 지금 조선 옷은 한 번도 입지 아니하고 음식도 매운 것은 조금도 못 먹는다", "자녀들이 집에서 일본어만 사용한다. 조선말은 전혀 하지 못한다. 완전한 일본인 가정으로 키우고 있다. 집안에선 전적으로 일본어만 사용하며 조선 사람과는 교류하지 않는다"라고 '일본인화' 된 점을 자랑스럽게 늘어놨다. 내선일체는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이 매국 행위를 정당화환 핵심 친일 논리이다.
뿐만 아니라 하영 조부는 한센인에 대한 인권유린이 벌어졌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영 측은 "하영 아버지 안병문 원장이 조부의 소록도병원 재직 시절 그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하영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11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영 측은 증조부가 매국노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생'이라며 존칭을 써 황당함을 자아냈다. 선생은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인데, 매국 행적을 인정하는 공식 해명문에서 이를 사용했으니 부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하영이다.
하영 부친이자 정형외과 전문의 안병문 원장은 '가족 대표'로 인터뷰에 나섰다가 친일 사상을 증명한 꼴이 됐다. 하영 부친은 10일 보도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의친왕은 항일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역사적 인물로 알고 있다. 조부가 동경 자혜의과대학에 근무할 때 의친왕 진료를 맡았는데, 의친왕으로부터 빨리 귀국해 조선을 위해 봉사해달라는 권유를 받고 귀국을 결정하게 됐다. 또 의친왕을 늘 가까이 에서 모셨기에 조부께서 친일 논란에 연루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때 하영 부친은 해명을 한답시고 "한일합방이 된 후 일본인들이 경성의사회를 조직하여 단체행동을 하므로 안상호는 1915년 한국인 의사들을 규합하여 독자적으로 한성의사회를 조직하고 초대회장을 지냈다. 이 단체는 오늘날 대한의사협회로 발전했다"라는 발언을 했다.
'한일합방'은 1910년 8월 29일 한일병합조약(경술국치 조약)을 통해 대한제국이 일본 제국에 강제로 병합되어 주권을 상실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 '합방'은 일제의 강제 침략 성격을 순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로 지적되는 표현이며, '한일강제병합'·'경술국치'·'국권피탈'과 같은 말이 제대로 된 표현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하영 부친은 안상호를 옹호하며 친일인명사전에 공식 등재된 매국 행적 인물인 정구충 박사의 책 '한국 의학의 개척자'를 인용해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촌극이 따로 없다. 애초 이번 하영 증조부 논란이 일파만파 퍼진 것도 하영이 지상파 예능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자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결국 하영의 경솔한 언행이 화를 자초한 것인데, 해명마저도 진정성이 떨어지며 실망감만 커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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