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제훈의 어깨가 또 한 번 무거워졌다.
탄탄한 연기력과 뛰어난 작품 선구안으로 대한민국 대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얄궂게도 작품 외적인 요인이 끊임없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훈의 과실은 단 1%도 없음에도 오롯이 상대 배우들의 치명적인 사생활 논란과 과거사 폭로가 터지며 주연 배우로서 그 무거운 짐을 감당해야 하는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벌써 세 번째 마주하는 억울한 날벼락이다.
가장 최근 이제훈을 곤혹스럽게 만든 건 내년 상반기 방영을 앞둔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의 상대 배우 하영이다. 하영은 최근 한 예능에 출연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집안의 '4대 의료 가업' 이력을 자랑스레 언급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대형 악재로 돌아왔다. 그의 증조부인 의사 안상호의 행적을 둘러싸고 치명적인 친일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당초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인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친일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상호의 행적을 둘러싼 각종 친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11일 돌연 공식 입장을 번복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영 측은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의도치 않게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배우 본인도 마음이 매우 무거운 상황이며, 당사는 역사적 사실과 한 인물의 이력을 대중에 전하는 일에 얼마나 신중한 검증이 필요한지 깊이 깨달았다. 하영 역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새기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제훈의 '상대 배우 리스크' 징크스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1 촬영 당시, 주요 배역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던 걸 그룹 에이프릴 출신 이나은이 그룹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이면서 하차 수순을 밟게 됐다. 당시 드라마는 전체 촬영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어 가던 시점이었으나 결국 제작진은 결단을 내리고 이나은을 교체, 배우 표예진을 긴급 투입했다.
이미 완성해 둔 수많은 분량을 폐기하고 세트부터 동선, 감정선까지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하는 전면 재촬영에 돌입한 것. 다행히 '모범택시'는 대흥행을 거두며 해피 엔딩 결과를 맞이했지만 주연 배우로서 감내해야 했던 과정은 지나치게 잔혹했다.
'모범택시'에서 겪은 재촬영의 고통이 무색하게도 또 다른 잔혹사는 아예 작품의 숨통을 끊어놓는 형태로 찾아왔다. 이제훈은 지난해 8월 tvN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의 모든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전 제작으로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공동 주연으로 극을 이끌었던 선배 배우 조진웅의 충격적인 '과거 소년범 전력'이 폭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도덕적 치명타를 입고 대중의 질타가 쏟아지자 조진웅은 결국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자취를 감췄다.
직격탄을 맞은 건 온전히 '두 번째 시그널' 측과 이제훈이었다. 이미 모든 촬영을 끝마쳐 배우 교체나 재촬영조차 불가능한 첩첩산중의 상황. 결국 하루아침에 주연 배우를 잃은 드라마는 편성이 무기한 보류되며 표류하게 됐다.
한 번도 겪기 힘든 주연 교체와 전면 재촬영, 무기한 편성 보류의 위기를 벌써 세 번이나 마주하게 된 이제훈.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이면에는 얄궂게도 '상대 배우 논란'이라는 억울한 꼬리표가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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