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조명 아래 웃음과 감동을 전하지만, 카메라 밖에서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스타들이 과거 무명 시절이나 신인 시절 겪었던 갑질과 차별 경험을 잇달아 고백하며 방송가의 고질적인 현장 문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김혜윤은 지난 1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처절했던 무명 시절의 설움을 털어놨다. 100번 이상의 오디션 낙방을 겪었던 그는 촬영장에서도 끊임없는 인격 모독에 시달려야 했다고 고백했다.
김혜윤은 "촬영장에서 많이 혼나기도 했다. 방송에 나올 수 없는 말들도 있고, 현장에서 욕설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육체적인 고통도 뒤따랐다. 보조 출연 이동 차량을 타기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에서 밤새 대기하는가 하면, 현장에서 9시간을 기다렸지만 끝내 자신의 촬영 차례가 오지 않은 날도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추위 속에 대기하다 손가락에 동상이 걸려 손톱이 빠진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대중교통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씁쓸한 과거를 전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방송인 박슬기는 지난 2024년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을 통해 한 남자 배우로부터 당했던 충격적인 갑질 일화를 폭로했다. 당시 박슬기는 라디오 일정으로 인해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영화 촬영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모든 배우들이 햄버거를 먹고 있었지만, 박슬기는 자신 때문에 촬영이 지연된 것이 미안해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대신 자신 때문에 고생한 매니저에게 "오빠라도 먹어라"라고 권유해 매니저가 햄버거를 먹게 됐다. 하지만 이를 본 배우 A씨는 돌연 매니저의 뺨을 때리며 "개XX야. 너는 지금 네 배우가 안 먹는데 왜 먹냐"고 소리쳤다는 것이 박슬기의 주장이다. 박슬기는 당시를 회상하며 "나한테 못 하니까 매니저한테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우회적인 분노 표출로 느꼈다는 설명이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 장영란의 과거도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지난 2023년 1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신인 리포터 시절 겪었던 극심한 멸시와 차별을 고백했다.
당시 장영란은 인터뷰를 거절당해도 꿋꿋하게 대기실을 찾아가는 열정을 보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대였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개무시하는 분들도 있었다. '오지 말라니까 씨'라며 손까지 올라가는 분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예능 녹화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다른 출연진들로부터 "땅굴까지 팔 정도로 최하로 무시당했다"는 그는 과거 인기 예능이었던 '연애편지' 출연 당시 자신만 쏙 빼놓고 매번 회식이 열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큰 상처를 받았던 일화를 토로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모두가 친절한 동료이자 따뜻한 선후배지만, 조명이 꺼진 현장 곳곳에는 여전히 약자를 향한 폭력과 따돌림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단순한 개인의 인성 문제를 넘어 인지도와 권력에 따라 철저하게 계급이 나뉘는 방송계의 씁쓸한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 같은 경험을 방송계 전체의 현상으로 일반화하기에는 개별 사례라는 한계가 있다. 다만 여러 연예인들이 각자의 무명·신인 시절을 돌아보며 유사한 경험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위계적 문화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이상 누군가의 눈물과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제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업계 전반의 뼈아픈 자성과 성숙한 현장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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