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레이션 없는 다큐 '출가' 방송

김양현 기자 / 입력 : 2004.11.17 11:55
  • 글자크기조절
image


"항상 높은 하늘만 보고 살아왔는데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한달동안 스님이 돼 보겠다고 자처한 이들은 무엇에 이끌려 적막강산 산사까지 오게 됐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생각없이 밝아왔던 땅에게 절을 하며 '삼보일배'의 고행을 택해야 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MBC가 창사특집으로 기획 제작한 MBC 스페셜 '출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열린 단기 출가학교를 취재한 다큐멘터리로 오는 21, 28일 1, 2부에 걸쳐 밤 10시35분 방송된다.

특히 내레이션 없이 시도되는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출연자들의 행동과 대사, 자막, 음향 효과 만으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정한 출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

제작을 맡은 윤영관 PD는 "지난 23년간 다큐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내레이션 없는 다큐 등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이 꿈이었다"며 "특히 종교프로가 아니라 '인간'을 느낄 수 있는 프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작업들이 후배들에게 의해 더욱 진전되고 발전되면 다큐멘터리에 있어 새로운 시도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출가학교는 영원히 불가에 귀의하는 것이 아니라 한달간의 수행과정을 통해 '출가'를 경험하는 과정이다. 신청자 가운데 월정사 스님들의 엄격한 선발과정인 '갈마'를 통해 60여명이 최종 승낙을 받았다.

이 가운데 최고령자는 해군 특수부대 장교출신으로 벽산엔지니어링과 한아엔지니어링 부회장을 역임한 송광섭(70)씨.

"인간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었다"는 그는 젊은이들도 쓰러지고 말 정도의 고행을 잘 견뎌내가며 출가의 의미를 깨달으려 땀을 흘린다.

신현임(48)씨. 11년전 홀로 된 그는 두딸을 대학생으로 키워냈다. 컴퓨터 200여대를 직접 조립해 봤으며 컴퓨터 학원 강사생활을 하기도 했다. 나이 오십을 코앞에 두고 새로 태어나고자 출가를 결심했다.

특히 얼마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그로하여금 머리를 깎게 했을까. 대구 가톨릭대에서 운명하신 어머니가 이 대학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어머니의 영전을 두고 아직 변변찮게 수의한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그리도 마음에 걸렸는지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마지막날 입교한 14세의 문경원은 중학 1학년생이다. 학교를 휴학한 후 부처님의 뜻을 따르겠노라고 스님에게 약속한 덕분에 입교가 허락됐다. 하지만 아직 엄마가 보고픈 어린아이가 경험하기에는 너무 힘든 과정이었을까. 잠시 외출한 틈을 타 자장면을 사먹고 들어온 것이 들통나 결국 스님에게서 강도높은 벌을 받는다.

최고령자 송광섭씨와 중학1년생 문경원은 나이 차이가 크지만 같은 날 머리를 깎은 도반(함께 수행하는 동기)으로서 행자생활을 시작했다. 도반은 함께 생활하며 같이 슬퍼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한달간의 고행을 끝으로 마지막 졸업식날 모두들 절문을 나서 집으로 향한다. 70세의 송광섭씨는 부인과 함께,14세의 경원이는 엄마와 함께 전나무 숲을 걸어 나간다.

하지만 신현임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현지니? 엄마 오늘 끝났어. 그런데 오늘 못가. 3일만 더 있다가 금요일에 갈게"라고 말한다. 지난 한달동안 자신과 동료들이 입었던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자원봉사자로 남은 것이다.

윤영관 PD는 "'출가'의 진정한 의미는 '실천'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진정한 '출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