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옥 "냉면은 우래옥, 여자는 김자옥!"

김양현 기자 / 입력 : 2004.11.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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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수' 김자옥(사진)이 확실히 망가졌다. 물론 망가지는게 처음은 아니다. '공주는 외로워' 앨범을 낼 때 한번 망가졌지만 이번에는 내숭떠는 '공주'가 아니라 젊고 힘좋은 남자를 밝히는 색녀다.

지난 12일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MBC 마당놀이극 '제비가 기가 막혀' (극본 윤정건·연출 오태호)에 출연중인 김자옥의 망가진 모습을 보기위해 24일 장충체육관 앞은 입소문을 타고 온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저녁 7시30분 드디어 공연시작. 색만 밝히는 놀부처 역할을 맡은 김자옥의 연기변신에 관객들은 웃다 못해 자지러진다.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그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멘트 한마디는 압권. "너희들이 제비맛을 알아?"

이어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보신다고 수고들 했으니 옆에 장충동 족발이나 드시고 가라고 그는 말한다.

김자옥은 특히 남자 관객에게 "이 동네에서요..냉면이 맛있는 곳은 '우래옥'이구요, 고기가 맛있는 곳은 진미옥, 해물탕은 부산옥, 그리고 여자는...'이라고 말을 흐리자 한 아저씨관객이 나서 "김자옥!" 이라고 크게 외친다. 이내 좌중은 웃음바다.


'제비가 기가막혀'는 이처럼 성인들이 즐겨 볼 수 있는 해학과 위트가 넘친다. 극중 김자옥이 맡은 놀부처 역은 놀부에 버금가는 순악질 여사다. 돈은 많고 할 일은 없겠다, 인생이 심심한 나머지 취미라고는 오직 '젊고 괜찮은 놈'한테 눈독을 들이는 일 뿐이다. 이 시대 유한마담을 대변할 인물로 특기는 오리발 내밀기. 오죽했으면 제비까지 기가 막혔을까.

김자옥의 마당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 뮤지컬 '과거는 묻지 마세요' 등의 연극출연은 4번째지만 관객들이 함께 호흡을 맞출수 있는 마당놀이극은 처음이다.

김자옥은 "연기는 똑같다고 생각해요. 마당놀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죠. 객석에서 반응이오면 잠깐 표정으로 교감을 나누고 이를 받아주고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라며 특유의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워낙 잘 웃는 덕에 TV에서라면 NG가 날 장면도 마당극의 특성상 실수로 안치고 극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오히려 더 적성에 맞는다.

김자옥은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때 공주 이미지덕에 당연히 '흥부처'라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색다른 재미를 좇아, 또 극에서 꼭 필요로 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 놀부처를 자청했다.

"하다보니 마당극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벤쿠버에 유학가있는 아들에게 가는 것도 미뤘어요"

'공주'같은 김자옥이 놀부처 역할을 하니까 나쁜 말을 해도 우습고 귀엽고, 심통을 부려도 귀엽다는게 관객들의 반응이다. 원래 잘 웃지만 이번 마당극을 통해 너무 웃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이뻐졌다는 소릴 많이 하는 게 그는 기분좋다.

나이 50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이 극에서 애교를 부리고 때론 방방뛰고 하다보니 친구 남편이 구경와서 '나이가 몇인데 잘 뛰고, 대단하다"는 평가를 했단다. 그만큼 그는 '제비가 기가 막혀'에 푹 빠져있다. 요즘은 모든 생각이 여기에 집중된다. 집에서도 하루종일 여기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떠올린다. 동료들이 매일 보고싶고 또 만나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많다. 한마디로 무아지경이다.

그의 연기에 대한 가장 정확한 모니터링은 남편 오승근씨가 해준다.

"남편이 처음 이 극을 보고 나서 저보고 그러다라구요. 보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다구요. '그 역할 당신이 해서 딱 맞아. 다른 사람이 했으면 추했을 거야'라고 말해줄때 참 뿌듯했어요."

망가질대로 망가진 놀부처지만 추하게 보이지 않은 이유는 생글생글 웃는 여자가 이 역을 하기 때문이라는게 그가 내놓는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섹시한 육체파 배우가 맡았으면 아마 추했을거라고.

김자옥은 특히 이번 기회에 확실한 아줌마 부대를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아저씨들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 이날 공연장에서도 '아이고 이뻐!'라며 몰려드는 아줌마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한 아주머니 관객은 그의 볼에 뽀뽀세례를 퍼 붓는 나머지 립스틱 자국이 볼에 남는 특이한 경험도 했다. 극중 젊고 잘 생긴 남자들을 볼때마다 그가 외치는 한마디 "이게 왠 떡이냐"를 벤치마킹한 아줌마들은 공연장에서 그를 볼때마다 "이게 왠 떡! 떡! 떡!"이라고 따라한다.

"어떻게 보면 이쁘고, 나도 저 정도 될수 있는 얼굴이고.. 남편이 좋아해도 질투가 안날 정도로 부담없고..그래서 제가 아줌마 부대를 몰고 다니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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