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나무숲' 유상욱감독 "내 어머니의 실제이야기"

15일 개봉 앞둔 '종려나무숲'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김수진 기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5.09.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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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 김유미, 조은숙 주연의 영화 '종려나무숲'(감독 유상욱·제작 영화사참 휴먼픽쳐스)의 시사회가 2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관에서 열렸다.

'종려나무숲'은 유능한 특허권 변호사가 거제도의 조선소에 도착하면서 섬마을 처녀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 그 속에 온 언덕을 종려나무 숲으로 가꾸어 온 처녀의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김유미가 섬처녀 화연과 화연의 어머니 정순 역을 1인2역으로 소화했고 조은숙이 섬으로 시집온 정순의 어머니 봉혜 역을 맡았다. 김민종은 엘리트 변호사 인서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주연배우 김유미와 김민종, 조은숙과 유상욱 감독이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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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 새로운 점이 보였다. 장면마다 노란 색이 눈에 띄는데 일부러 의도한 것인가.

▶유상욱 감독=HD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저렇게 나오면 안되는데 하는. HD에서 받아들이기 쉬운 빛을 찾아보니 텅스텐빛이 좋았다. 한지를 통과한 듯한 노란 빛. 시나리오에도 밤 장면이 많았는데 황혼 무렵으로 돌려버려서 노란 부분이 많았다. HD의 특성상 그렇다.

-김민종씨는 '진주목걸이'에 이어 김유미씨와 두번째 호흡을 맞췄는데 연기하기는 어땠나. 이경영씨와도 오랜만에 함께 나왔다.

▶김민종=드라마 이후 영화는 처음으로 같이 했다. 호흡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이 캐릭터를 김유미씨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은 있었다. 도시적이고 세련미가 있는 분인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김유미씨 본인이 굉장히 노력형인데 이번에는 더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사투리 때문에 촬영 전부터 거제도에 살다시피 했다.

이경영씨는 개인적으로 참 친하고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했다. 한때 이경영이란 배우가 없으면 영화계가 안돌아가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독수공방하고 있는데 (이 영화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앞으로도 늘 작품 활동을 같이 하고 싶다.

-감독도 한 말씀 해달라.

▶유상욱 감독=준메이저급영화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김유미씨도 오고 김민종씨도 오고 영화가 커졌다. 처음엔 마케팅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이 시점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디서 시나리오를 구해 읽었는지 배우 캐스팅이 다 됐고 덕분에 기대했던 것보다 영화가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관객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건 기자와 평론가가 아닌가.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이런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많아지고 국가적인 지원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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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씨와 조은숙씨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조은숙씨는 나이대를 극복해야 했는데 연기하며 힘들었던 부분은?

▶조은숙=다른 것보다는 감독님에게 많은 부분 조언을 들었다. 사실에 기초해 시작했다고 생각을 하니 감히 그냥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되겠다고 해서 그 인물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특히 할머니 역할 같은 경우는 계속 꿈을 꿨다. 꿈에 이가 몽창 빠지고 할머니가 돼 깨어나기도 하고.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계속 감독님이나 유미가 감정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전작이 '플라스틱 트리'라고 가짜나무였는데 이번엔 종려나무, 진짜 나무라서 그런가.(웃음)

▶김유미=시나리오를 처음 봤을때 가슴이 벅찼다. 생각않고 도전해 보기로 결심을 했다. 이 영화가 실화에 의해 써진 것이기 때문에 단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혼이 담겨있다고 생각했고 현장에서도 영혼과 영혼으로 인물과 만나고 싶었다.

저같은 경우는 1인2역을 해야했는데 부담이 있어서 거제도에 한달 전에 내려갔다. 우연히 어린 시절부터 살아오신 할머니가 계셔서 운영하시는 펜션에서 살면서 사투리 등을 익혔다. 사투리 부분에선 감독께서도 잘 도와주셨다. 감정선에선 연기자들끼리도 너무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준메이저급 영화라고 말씀하셨는데 감독이 생각하는 이 영화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또 이 영화가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는지 말씀해달라.

▶유상욱 감독=이 영화의 색깔은, 처음엔 철저한 독립영화 색깔로 만들고 싶었다. 김민종씨나 김유미씨는 생각도 못했다.

알고보면 할리우드 영화를 질적으로 지탱하는 게 독립영화다.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는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예산상으로 더이상 저예산영화가 아니다. 흥행을 목표로 하는 영화와 한 중간쯤이 아닐까. 아직 예술영화라고 하기엔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처럼 깊게 빠지질 못했고 또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는 이 영화가 저예산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라고 생각한다. 흥행을 작정한 영화는 아니다. 1년에 한두작품만 이런 종류의 영화, 인간의 삶의 깊이에 대해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영화가 나온다면, 그렇다고 감독이 거기에 깊이 빠져서 이해하지도 못할 말을 하니라 중간의 가교에 놓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특히 조은숙씨와 김유미씨의 연기에 무척 깜짝 놀랐다. 페르소나가 될 만한 배우를 만난 기분이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두 여배우와 민종씨와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길 정도도로 놀라고 있다. 흥행영화보다는 소수의 관객이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진지한 색깔있는 영화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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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영화의 남자들이 대부분 악역인데 김민종씨의 역할은 어떤 모습을 담았으면 했는지 의도는 무엇인가.

▶유상욱 감독=제가 말씀 안해도 캐릭터의 형상은 (영화를 본 분들이) 마음에 담아두고 계실 것으로 안다. 이 이야기는 제 어머니의 실제 이야기다. 저희 어머니가 처음 시집왔을때 두살 어린 딸이 있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피할 수 있는 건 딸과의 교감밖에 없었는데 쌀 몇마지기에 딸을 팔아버리는 상황이 닥쳤다. 지금까지 그 우정이 지속된다.

어머니를 만나면 '지금도 구질구질하게 왜 그러냐, 왜 도망가지 않느냐'고 말하곤 한다. 그런 어머니의 그림자에서 그렇게 순응하고밖에 살 수 없었던 여자들의 그림자를 본다. 과연 저 삶은 잘못 살았던 건가, 똑똑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김민종씨의 캐릭터는, 요즘 그런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만난 첫날에 키스해버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도취를 갖고 있고. 그런 주인공이 종려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달라져가는 것을 담고 싶었다.

-조은숙씨와 김유미씨가 연기한 어머니와 딸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다. 오랜만에 만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을 연기하며 어떤 감정을 느꼈나.

▶김유미=제가 좀 아쉬웠던 걸 먼저 말씀드리겠다. 눈물을 흘리는 다음에 정순이의 꿈이나 배를 기다리는 감정신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삭제가 됐다. 그때문에 감정이 더 살아났나보다.

원래부터 정순이는 혼자서 견뎌왔던 것 같았고 그만큼 정순이는 강인한 게 아닌가,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상이 아닌가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났지만 그 슬픔을 절제하고 싶었다. 그렇게 관객에게 감정을 더 느끼게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 식으로 정순이의 강인한 모습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엄마를 위로하는 모습도 그렇고. 성숙하고 강인한 모습을 위해 감정을 억제했다.

어머니 세대의 사랑 이야기를 찍으면서 많이 마음이 아팠다.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고. 시대적으로 한국의 수많은 여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고 또 왜 그렇게 결혼했냐고 감히 물어보지 못했던 부분이 었었던 것 같다. 어차피 그분들도 어쩔 수 없었을 테니까. 제게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조은숙=솔직히 완전한 봉혜가 될 수는 없다. 조은숙이 그 인물이 되는거다. 예전엔 인물을 직접 분석하고 하는 게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감독님의 어머니 역을 제가 해야된다는 생각 때문에 달랐다. 시나리오를 보면 눈물이 났다. 매신 매신마다 기도를 하면서 이 영혼이 내게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시대를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봉혜다 그렇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마음 속에 무엇이 남았는지 궁금하다.

▶김민종=개인적으로는 소중한 추억이다. 현장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도 있다. 숙소 앞이 바다였다. 촬영이 없어도 서울에 올라오고 싶은 생각이 없고 그냥 있는 게 좋았다. 거제도가 그렇게 아름다운 섬이라는 걸 새롭게 알았다. 오늘 다시 영화를 봤지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살아있다.

▶김유미=저 역시 지금 바닷가로 달려가고 싶다. 공고지에 노란 수선화가 피어있는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같다. 행복했다. 내가 정말 정순이와 화연이를 표현하려 했던 마음도 생각난다. 행복했던 만큼 연기자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조은숙=처음 사투리를 어떻게 배울까 할때 찾아간 곳이 사우나였다. 갈 때마다 친해진 아주머니들이 있는데 그 아주머니들이 너무 보고싶다. 맨 마지막 자막에 내 마음의 고향이라는 글이 있다. 거제도 하면 우리나라 섬 같지않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갔을 땐 정말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땅값까지 알아봤을 정도로 좋았다. 종려나무숲이란 여화가 역사가 담긴 한장의 흑백사진처럼 기억에 남는다.

-개봉을 기다리는 관객에게 한마디씩 부탁드린다.

▶유상욱 감독=이번 추석에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따뜻하고 색다른 영화가 될 거다.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오면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민종=추석 연휴에 부모님을 되돌아보는 훈훈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며 부모님에 대한 마음에 공감했으면 좋겠다.

▶김유미=피곤한 일상 생활에서 잠시 휴식을 찾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러가지 종류의 사랑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다면 '종려나무숲'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조은숙=당연히 다 좋고 다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하지마 여기 와주신 분들에게 많은 게 달려있는 게 아닌가.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게 제 소망이다.

<사진= 구혜정 기자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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