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 여성영화 아카이브 되겠다"

이혜경 집행위원장 인터뷰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6.04.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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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여성영화제가 14일 9일간의 막을 내린다. 33개국 97편의 영화를 상영한 올해 서울여성영화제는 규모도 세계 유수 여성영화제 수준이지만 젊은 관객들의 활발한 참여도 면에서 영화제를 찾은 해외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 격렬한 소수가 펼치는 구호 위주의 외국 페미니즘운동과 달리 여성성을 만끽하며 어우러지는 축제로서의 독특한 한국적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영화제 막바지 채비에 여념이 없는 서울여성영화제 이혜경 집행위원장을 13일 밤 서울 신촌 아트레온극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집행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서울여성영화제의 특징은?

▶지난해에는 아시아 지역 성매매 현실을 다룬 국제포럼이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여성가족부와 공동주최로 저출산 문제에 관한 국제포럼을 열었는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여성 공동축제의 장으로 기획했던 여성영화제의 층위가 점점 다양해지고 사고의 폭이 깊어지면서 내공이 쌓여가는 것 같다. 기쁘다. 또 여자친구와 함께 온 남성관객의 수도 크게 는 것 같다.

-벌써 8회째다. 서울여성영화제의 성공적인 지속 비결은?

▶영화제를 기다리는 관객의 힘이 크다. 서울여성영화제는 연극 위주로 여성운동을 벌이던 사단법인 여성예술문화기획이 대중성의 한계를 느끼고 영화로 시선을 돌린 것이 그 출발이었는데 관객의 호응이 따랐다. 또 여성학자, 영화 교수, 영화감독 등 영화제 준비를 하는 인력이 다양하다.

-올해 예산은?

▶정부가 3회부터 매년 3억원씩 지원했다. 그런데 올해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국내 국제영화제 평가에서 ‘우수 영화제’로 평가받아 5000만원 늘어난 3억5000만원을 받았다. 또 서울시 1억5000만원을 비롯해 옥랑문화재단, 영화진흥위원회, 일본국제교류재단 등이 3억원을 후원했다. 그리고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다양한 후원회원 도움까지 합쳐 총 9억5000만원 재원을 마련했다.

-여성영화제가 없는 아시아 국가를 도와줄 의향은 없는가?

▶아시아 여성영화 아카이브로서 보유자료 공유 및 투어 등을 생각중이다. 경쟁보다는 지원,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싶다.

-영화제가 축제성격을 띠다보니 소외 여성들에 대한 관심은 덜한 것 같다.

▶잘난 여자들의 축제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하지만 감수해야 한다. 90년대 이후 여성운동은 중산층 위주라는 비판이 많았다. 법 제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일상문화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공허한 구호, 관념, 이데올로기보다 세밀한 부조리함에 주목한 것이다. 또 여성영화제에 출품하는 노동운동권 출신의 감독도 많고 여성예술가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또 2회 때부터 지역 순회도 고민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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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페미니즘을 영화제에 수용할 용의는 없는가?

▶4회 때부터 논의했다. 우리 영화제는 남성 관객이 많았지만 생물학적 여성감독 위주였다. 하지만 올해 회고전에서는 심혜진이라는 아이콘을 중심으로 이창동, 여균동, 박광수 감독의 작품이 상영되기도 했다. 남성 감독 작품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어떤 모습으로 내놓을지 고민중이다.

-영화제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해외 게스트들을 더 많이 부르고 싶고 상영관수와 횟수를 늘리고 싶다. 아무래도 장소문제다. 개막식을 작은 데서 치르니까 협력주신 분들 이외에는 거의 부를 수가 없다. 일반관객이 못 오니까 젊은 열기도 덜하다. 여성영화복합공간이 필요하다.

-얼마전 큰 수술을 받았다고 들었다. 영화제 관객이 젊은데 위원장 세대교체 용의는 없나?

▶내부에서 몇 번 했지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영화제 집행위원들이 각자 자기직업을 갖고 있어서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어느덧 10회를 앞두고 있다. 영화제의 비전은?

▶10회가 전환기가 될 듯하다.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서울여성영화제를 주도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은 물질적 기계적 평등보다 여성성의 사회변화 가능성을 주목했다.

즉 이해와 소통을 통해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영화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제나 그랬듯 토론, 공유, 합리적인 방향모색을 통해 고민할 예정이다. <사진=구혜정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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