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러브라인, 제작진도 맘대로 못해!

유순호 기자 / 입력 : 2007.05.03 10:30
  • 글자크기조절
image


드라마 영화 시트콤 등에서 등장인물이 형성하는 이른바 '삼각관계' 사랑은 가장 전통적인 극의 구성 요소다. 사극, 현대극, 추리극, 가족극, 트렌디 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그 속에는 삼각 형태를 띠는 사랑의 관계 '러브라인'이 있다.

남녀 주인공은 이루어 질 듯 말 듯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그 주위에는 강력한 라이벌이 존재한다. 혹시나 하는 결말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역시나 사랑은 주인공의 몫으로 어렵사리 결실을 맺는다.


이처럼 제작진의 고유 영역이자 극의 필수 요소인 러브라인이 최근에는 영역 침해를 당하고 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방송은 제작진이 시청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양방향 형태를 띠게 됐고, 시청자들의 커진 목소리는 등장인물의 사랑의 감정에도 개입하게 된 것이다.

최근 러브라인으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프로그램이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극중 이뤄졌으면 하는 러브라인에 대한 네티즌 투표를 실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신지와 이혼한 민용(최민용)이 민정(서민정)과 한 차례 이별을 겪은 후 다시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주고 받고 있는 가운데 윤호(정일우)가 민정을 향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짝사랑으로 일관하던 민정의 제자 윤호는 마침내 '삼촌(민용)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접적인 고백을 했다.


이렇게 펼쳐지는 삼각관계는 혜미(나혜미)라는 새로운 인물의 투입으로 시청자들의 극렬한 반발을 사기 시작했다. 윤민(윤호-민정)라인을 지켜내라는 요구는 시청거부 운동과 안티 나혜미 운동으로 까지 번지며 급기야 연출자가 직접 시청자 게시판에 해명의 글을 올리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벌어졌다.

제작진 한 관계자는 "러브라인에 대한 최종 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진 상태였지만 시청자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결국 연출자가 진화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시트콤 특성상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펼쳐나가야 하지만 러브라인에 집중된 관심은 제작진으로 하여금 이 같은 내용 전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국민 드라마로 인기를 모았던 MBC '주몽'도 역사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러브라인에 논란이 일었다. 중간 투입된 예소야(송지효)가 주몽(송일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강한 반발에서부터 소서노(한혜진)와 주몽의 로맨스에 속도를 붙여라는 시청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현재 방송중인 MBC '히트'를 보는 시청자들도 김 검사(하정우)와 차 팀장(고현정)의 발전 없는 사랑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본격 수사물을 표방하는 드라마에 주인공의 사랑과 관련한 장면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극에 방해가 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는 시청자들도 있어 제작진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SBS '마녀유희'에서는 유희(한가인)와 조니(데니스 오)의 사랑이 전작에서 데니스 오가 남상미와 보여준 사랑보다 못 미친다는 이색적인 의견으로 러브라인에 반대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비록 시청자들의 일부 의견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작은 목소리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결말도 바꾸는 요즘 제작진은 사랑의 화살표도 마음대로 긋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