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이댁은' 감독 "목사 아버지와 끝내 화해못해"

윤여수 기자 / 입력 : 2007.05.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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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기원 기자


영화 '이대근, 이댁은'은 외롭게 남겨진 아버지와 그 자식들의 이야기다.

자식들은 3년 전 가족에 무심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쏟아낸 뒤 고향을 찾지 않는다. 아버지는 노년의 초라한 삶을 살아가지만 자식들에 대한 희망의 끈만은 놓지 못한다.


영화는 그런 원망과 희망이 끝내 화해하며 가족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어머니의 기일에 모여든 자식들과 과거사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아버지. 하지만 자정의 시간에 이 가족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아픔은 더욱 극명해지고 그 끝에 화해의 결말을 맺는다.

알고보면 영화란 사실, 감독 혹은 작가의 직간접적인 체험이 녹아드는 창작물이기도 하다.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공감이란 그 같은 직간접적 체험이 관객들의 그것과도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근, 이댁은'을 연출한 심광진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영화 '불후의 명작'으로 연출 데뷔한 심 감독은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아버지의 반대 속에 영화의 길에 들어섰다.

"아버지께선 제가 신학자나 목회자가 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이미 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죠."

그 만큼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평생 개척만 하셨어요. 정말 '못 나가는' 개척교회에서만 일하셨죠."

그런 아버지에게 영화를 하겠다는 아들은 용납되지 않았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심광진 감독은 입학원서를 쓸 때 이미 가출을 경험했고 아버지의 도장(영화 속 주인공인 이대근은 평생 도장을 파 밥벌이를 했다)을 가짜로 만들어 학부모란에 찍었다. 영문과에 지원하겠다는 거짓말도 했다.

끝내 그는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했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2000년 자신의 데뷔작인 박중훈, 송윤아 주연 영화 '불후의 명작' 시나리오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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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대근, 이댁은'


-그 같은 감독 개인의 이야기도 녹아들었을 법하다.

▶도장을 파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실제 내 친구의 이야기다. 친구 아버지께서 도장방을 운영하셨다. 아버지에 대한 비통함도 있다. 마음 속으로 통곡하는 아버지와 자식들의 이야기, 그런 아픔이겠다.

심광진 감독은 그런 아픔과 "가족의 비극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비극은 일상적인 것에서 나온다. 해결되지 않고 풀지 못하는 부분이다. 가족은 가장 가깝고 먼 존재들의 구성체다. 가장 편하니까 싸우고 갈등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싸워봐야 결국 비극 밖에 남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왜 그는 배우 이대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그의 이름을 딴 제목을 걸었을까. 대중에게 '이대근'이란 배우는 '시라소니' 혹은 '변강쇠'의 이미지로 굳어진 바도 적지 않다.

▶이대근이란 배우의 삶이 극중 주인공 캐릭터와 다르지 않다. 또 발음상 닮은 점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그를 만나기 전 이대근에 대해 사전 취재를 했는데 워낙 센 분이더라. 만남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제목을 지어놓고 만났는데 보시곤 그냥 웃더라. 의외로 거부감이 없었다. 처음엔 코미디인 줄 아셨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 결국 당신만의 강한 연기기법으로 충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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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기원 기자


사실 '이대근, 이댁은'은 저예산영화로 연극 '행복한 가족'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을 보고난 뒤 '저예산영화의 소재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줄타기 상업영화'라 부른다.

▶완전한 슬픔과 신파를 좇고 싶지 않았다. 더 울릴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저예산영화의 미덕을 그리고 싶었다. 그저 순한 영화로 갔을 뿐이다.

멜로영화의 외피를 쓴 '불후의 명작'과 '이대근, 이댁은' 등 사람의 냄새 가득한 영화를 연출해온 심광진 감독. 그는 "그렇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고 말한다. "사람이 보이는 영화가 좋다"는 그의 영화적 방향은 이제 "상처 입은 사람들과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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