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할리우드 진출은 어릴적부터 꿈"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06.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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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하정우, 그는 처음 탤런트 김용건의 아들로 알려졌다. 여러 다른 2세 연기자들과 한 묶음으로 분류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 하정우는 더이상 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


그는 '김기덕의 페르소나' '영화제가 사랑하는 남자'에 이어 최근 드라마 '히트'로 완소남으로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하정우의 이 같은 행보는 그를 또래의 배우들과 구분되게 만든다.

저예산 영화와 상업 영화라도 '구미호가족'처럼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고현정이라는 톱스타와 함께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까지 하정우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두번째 사랑'(감독 김진아ㆍ제작 나우필름)는 하정우의 8편에 불과한 필모그라피에 중요한 획을 긋는다. 뉴욕에서 미국 스태프와 작업을 했으며, 백인 여배우와 영어로 모든 대사를 진행하며 호흡을 맞추면서 미국 영화 촬영 시스템을 익혔기 때문이다.


또한 '두 번째 사랑'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이 작품으로 미국 배우 조합에 가입했기 때문에 미국 영화계에서 하정우를 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하정우 역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은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정우는 솔직하다. 애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배우는 많지만 그만큼 그것이 꿈이었다는 속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배우는 드물다.

얼굴이 니콜라스 케이지를 닮았다는 소리에 "그런 소리 아주 가끔 듣는다"고 웃으며 말한다.

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당연하죠, 아버지 아들인데"라고 너털 웃음을 터뜨린 그는 작품 이야기를 할 때는 다시 눈을 반짝였다.

"'구미호가족'을 촬영할 때 '두번째 사랑'에 대한 제의를 처음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떠오르더군요. 당장 하자고 했죠. 비지니스적인 부분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크게 손해보지 않는 한 진정성을 담는 작품을 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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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그렇다면 '시간' '숨' 등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등 저예산 영화에 매진하던 그가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히트'에 출연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더구나 철부지에 가까운 느물거리는 캐릭터를 맡은 이유가 궁금했다.

"상업적인 인지도를 얻어야 한다면 블록버스터급 영화보다는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낫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고현정 선배도 동네 누나처럼 편하게 해줬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완소남'이라는 호칭까지 해주는 팬들도 생겼으니 고마울 뿐이죠."

하정우는 데뷔부터 늘 기운이 센 감독이나 기가 넘치는 배우들과 작업을 함께 했다. '히트'의 고현정이나 '두번째 사랑'의 베라 파미가, 모두 녹록치 않은 배우들이었다. 베라 파미가와는 베드신으로 감정을 교환해야 했던 터라 연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다 우연이겠지만 모두 연상과 인연이 닿는 것 같아요. 파미가와의 베드신은 어색하면 어색한 데로 감정이 풍부해지면 풍부해지는 데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기계같은 섹스에서 상대가 아픔을 느끼는 데 대한 배려, 이런 것들을 매번 감정이 변하는 대로 연기를 변화시켜야 했기에 그녀의 리액션을 온 몸으로 느끼려 했죠."

97년 미국으로 3개월 여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틈틈이 영어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다른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그는 "파미가의 대사를 모두 외웠고, 상황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애드리브까지 다 정리해서 현장에 갔다"고 털어놨다.

그의 노력 때문일까, '디파티드'에 출연해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연이 닿은 베라 파미가는 스콜세지 감독에게 하정우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스콜세지 감독은 일본의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영화에 하정우를 출연시키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원래 5월에 미팅을 갖기로 했어요. 하지만 스콜세지가 '상성' 리메이크를 차기작으로 결정하면서 미뤄졌죠. 사무라이 역을 맡게 된다면 우리나라 팬들이 반대할까요? 아직 기회가 주어진 게 아니니 그건 그때가서 고민해 봐야겠죠."

불과 8편의 작품을 했을 뿐인데 하정우의 선구안은 그동안 정확했다. 스타덤에 올라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영화제가 사랑하는 남자요? 에이, 아니에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이건 영화제용이야 이런 마음에 선택하지는 않아요. 이제 시작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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