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진 "혼신의 발악 연기, 눈물도 말랐다"(인터뷰)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12.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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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기자 rainkimbk23@


SBS 주말극장 '황금신부'에서 옥지영 역을 맡은 최여진(24)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내공'으로 혼신의 '발악' 연기를 펼쳐 주목받고 있다.

라이따이한 진주(이영아 분)의 남편 준우(송창의 분)를 배신하고 조건이 좋은 영민(송종호 분)과 결혼하지만 과거가 탄로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머리좋고 세련되고 야심 넘치는 캐릭터로 그려졌던 그는 결벽증이 있는 영민에게 준우를 무참히 버려 공황장애에 이르게했던 일이 들통나자 엄청난 에너지로 오열 연기를 해냈다.

"요즘 욕도 많이 먹고 미움도 많이 받는데, 그것이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위안받고 있어요. 그야말로 울분을 토하고 광분하고 눈물, 콧물을 모두 쏟으며 오열 하고, 결국 스트레스 쇼크로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었죠. 촬영장을 지나가던 한 할머니가 '어이구 못된 년'하며 때리려고 하시더라니까요.(웃음)"

과거를 덮기 위해 온갖 술수를 마다않는 옥지영 역을 연기하며 두통약 복용까지 했던 그는 요즘 살이 쪽 빠졌다. 오랫동안 발레를 해 잘 다져진 몸이지만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며 감기까지 왔다는데. 틈틈히 요가를 하고 삼계탕 등을 챙겨 먹으며 보양하고 있단다.


"또래 연기자들이 많아서 서로 친한데, 이런 악역을 연기할 때는 혼자 음악을 들으며 감정 잡기에 몰입하죠. 상대 역과 거리를 유지하고 그렇게 감정을 잡고 나와 연기하면 순간 몰입이 잘되요. 다른 생각 안하고 대본과 역할에 충실하려 하죠. 배역에 푹 빠지다보니 지영이가 불쌍해서 홀로 울 때도 있어요. TV를 모니터하다가 준우와 진주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좋은 남자를 왜 버렸나' 안쓰러워서 울고."

극중 영민과 소리지르며 싸우는 장면을 연습할 때는 '무슨 싸움이 났나' 싶어 온 제작진이 다 뛰어올 정도였다. 영민에게 신세한탄을 하며 매달리고 울고 불고 하다보니 눈물이 말라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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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저는 감정이 가짜로 보이는 것이 싫어서 눈물 대신 누액을 넣거나 눈밑에 따가운 크림을 바르는 방법 등은 쓰지 않아요. 그런데 한 3시간 정도 눈물, 콧물을 뽑다보니 딱 한 커트가 남았는데 탈진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아직 그럴만한 노하우가 없으니 눈물양을 조절 못한 거죠.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녹화를 하는데도 계속해서 눈물이 안나오는거에요. 결국 송종호씨를 앞에다 다시 불러다 놓고 겨우 겨우 감정을 살려 그날 촬영을 마쳤어요."

드라마속 어머니 역의 김청과도 애증을 오가며 유난히 돈독한 모녀 사이를 연기하고 있는데, 실제로도 캐나다에 거주하는 어머니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김청과 마주하면 어머니와 겹쳐지며 감정 연기도 최고조에 이른다는데. 내년 2월초 '황금신부'가 종방하면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갈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활동이 바빠 2년여간 만나지 못했다.

"엄마가 캐나다 현지에서 '황금신부' VOD 다시보기가 올라오는 시간인 새벽 6시에 꼭 맞춰 드라마를 보신대요. 따로 다운로드를 받아 한번 더 보시고, 캐나다 한국방송에서 해주는 거 또 보시고. 한번은 극중 시어머니(견미리 분)에게 따귀를 맞는 신이 방송됐는데, 엄마가 '네 인생이 왜그러니, 행복하고 사랑받는 배역 맡으면 안되니'라며 울면서 전화를 해왔어요."

최여진도 옥지영 역으로 얻은 것이 많지만 차기작에서는 악역을 사절이란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외과의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팬카페에 응원글이 넘쳐났는데, 요즘은 '너무 조용한' 것도 나름 마음에 걸린다며 팬들이 "지금 연기하는 모습이 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역할로 악역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어요. 평생 다시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감정의 폭이 다양해 그만큼 연기에 재미도 느끼고 있어요. 악했다가 슬펐다가 처량했다가…상대방에 따라 대하는 모습이 달라지는 '좋은' 캐릭터죠. 하지만 다음 번에는 발랄하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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