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외로운 당신! 즐겨라"(인터뷰)

윤여수 기자 / 입력 : 2008.01.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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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기원 기자


얼굴은 맑아보였다. 오는 2월27일부터 방송되는 SBS 드라마 '온에어' 촬영으로 연일 쉴 틈이 없는 바쁜 와중에 피곤도 할 터인데 얼굴은 환하게 밝았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초반, 짧은 몇 마디로만 답변을 마감하곤 했다. 인터뷰라는 자리가 주는 압박감은 더해갔고 대화는 여유롭게 흐르지 못했다. 질문의 말머리를 살짝 틀어도 보았다.


역시나, 질문은 어색한 것이었고 답변은 조금씩 명쾌하고 또렷하게 들려왔으며 더욱 길어졌다. 얼굴의 밝음은 그저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가 아니었음도 느껴졌다.

그렇게 밝은 얼굴로 김하늘은 오는 2월5일 영화 '6년째 연애중'(감독 박현진ㆍ제작 피카소필름)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나이 29세.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기획자인 여자에게는 6년 동안 함께 연애해온 남자가 있다. 그렇지만 남자는 좀 무감해진 것 같다.


"30대의 문턱 앞에서 사랑과 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여전히 갈등하는 구석이 있게 마련이죠." 6년을 만나고 사랑한 남자친구의 무감함을 바라보며 "계속 사랑을 하며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나이 스물아홉.

이제 갓 서른의 문턱을 넘어선 실재의 자신도 영화 속 캐릭터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웃는 김하늘은 "하지만 그보다는 낙관적인 성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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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기원 기자


-어느새 서른을 살짝 넘겼다.

▶편해졌다. 여유가 생긴 것도 같고. 약간의 조증까지.(웃음)

-나이든다는 게 여배우로선 그리 반가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부담감? 전혀 없다. 그런 걸 가질 게 뭐 있나. 나이를 먹는 건 싫지만 배우로서는 부담 가질 일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는 6년째 연애 중인데, 실제로는.

▶지금은 (남자친구가)없다. 어릴 때에는 연애를 조금 오래한 편인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연애를 해 서로에게 무감해졌다는 얘기 아니냐'고 영화 속 이야기를 슬쩍 거들었다.

▶연애해보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무감하고 무감해지는 건 남자다.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여기자와 남자 기자의 반응이 다르다. 여자는 항상 처음 같다. 이런 생각을 굳힌 것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다. 사랑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시키는 거다. 또 나누는 거다. 여자는 그저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것 뿐이다. 그저, 크지 않은 것들, 말 한 마디로서 말이다. 그게 안되니까 실수하고 사랑을 놓치는 것 같다.

순간, 머쓱해진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나이 얘기로 돌아가려 했지만 허사였다. 그리고 미래에 관한, 머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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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기원 기자


-결혼은 어떤가.

▶중요한 문제다. 생각은 많지만 뭔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내가 행복한 걸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건 까마득한 미래의 일이 아니다. 좀 더 가까워지는 것 뿐이다.

-외롭지 않은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지만 즐기려 한다. 티내지 않고. 어릴 때부터 외로움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했다. 대신 그걸 조절할 줄 아는 걸 많이 배웠다.

김하늘은 그러면서 "외로움"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풀어갔다.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느끼려 하고 그러려고 노력한다. 만족과 행복은 다르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그건 또 여유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바쁜 와중에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 그게 행복 아닐까. 외롭다면 즐겨라. 사랑도 마찬가지 아닌가. 너무 외롭고 슬퍼하니까 새로운 사랑이 왔을 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다. 외로움을 즐긴 만큼 또 다르고 새로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제서야 그 밝은 얼굴의 연유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신년 계획'을 물었다. "계획? 무계획이 계획이다."

▶그런 걸 잘 안세우고 산다. 다만 올해에는 일을 꽤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내게 기회가 주어져서 1월1일부터 너무 바쁘다. 5월 말까지 '온에어'를 촬영해야 한다. 그럼 올해 반이 지나는 거다.

-배우 역을 연기한다던데.

▶맞다. 극중 톱스타다. 연기를 잘 못하지만 인기는 많은 톱스타. 굉장히 도도하고 직선적이며 당당하다. 매력적인, 내가 연기해보지 않은 캐릭터다. 대사도 직선적이어서 평소에는 내가 할 수 없는 말들이 많다. 그래서 희열도 크다.(웃음) 그런 걸 너무 해보고 싶었거든.

다만, 일이 많아지고 바빠지면서 "성격이 좀 급해지고 예민해지긴 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장에 가서 내가 급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럼 아까 말한 여유란 뭔가.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일에만 매몰되면 남는 게 뭐 있겠나. 항상 날 돌아보려 한다. 왜냐고? 날 사랑해서다. 이것 아니면 죽는다, 안된다 그런 생각은 안한다. 인정받지 못해도 '김하늘! 괜찮아'라고 내 자신에게 말한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내가 선택하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일을 하면서도 항상 내 감성을 풍부하게 한다. 빨아들이고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가지려 한다"는 김하늘. 정신없이 지나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외로움을 즐길 줄" 안다는 말은 그리 어렵지 않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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