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기대에 부응하려 남몰래 노력해요"(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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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휴먼다큐 송수정 PD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지현.

ⓒ<최용민기자 leebean@>


대중에게 전지현은 뜬 구름 위의 존재였다. 휴대전화 광고에서 섹시한 엉덩이춤을 선보인 이래 그녀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적어도 대중이 느끼기에는.


전지현은 방송 출연도 거의 없으며, 영화도 과작을 하지 않는다. 광고 속에서 늘 접하기에 가까운 듯 하지만 정작 그녀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지현이 출연하는 광고는 '전지현 효과'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해당 상품의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에게 전지현은 누구나 알고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존재와 다름없었다.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는 그녀가 더욱 먼 존재가 되기 전 땅에 발을 딛었다. 31일 개봉하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감독 정윤철ㆍ제작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전지현은 악다구니를 쓰다가 웃다가 또 운다. 제작보고회나 기자회견에서 익히 말해왔던 것처럼 남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전지현이 스크린에 담겨 있다.


전지현은 "배우로서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부족한 것을 끊임없이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삶이 배역에 녹아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생각을 가감없이 옮긴다. 짓궂은 질문을 퍼부었지만 그녀는 성실했다. 전지현은 천상의 존재는 아니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수정 역을 표현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편집된 것 같던데.

▶슈퍼맨에게 감화를 받고 지하철에서 사람을 구하는 장면은 사전에 안찍기로 합의했고, 내가 술주정하는 장면은 그 앞의 장면이 (황)정민 오빠가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인데 통째로 편집됐다. 그러니 이야기할 게 뭐 있나. (웃음) 이 영화의 주체는 슈퍼맨이고 나는 관객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이다. 관객에게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O.K.다.

-이야기의 주체도 아니고 어찌보면 종속적이다. 그런데 굳이 이 영화를 택한 이유가 있다면. 더구나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 계속 한국영화를 검토해왔다. 원래 기본에 충실하자는 주의다. 해외에서 무엇을 한다고 해도 배우 생활의 기본은 한국이다. 전지현이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서 안좋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어디, 한 번 잘해봐라'라는 시선도 있다. 또 해외에 못하려고 나가는 건 아니잖나.

아무튼 한국에서 인정을 못받는데 누가 해외에 나가서 활동한다고 응원을 해주겠나. 시나리오를 보는데 정윤철 감독님이 하고 또 황정민 오빠가 한다는데 'Why not'이었다. 일주일만에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제서야 이야기지만 여자배우 0순위가 전지현이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를 안듣지는 않았을 텐데.

▶음, 캐스팅이 될 때까지는 몰랐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그랬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것 상관없지 않나. 톱스타가 흥행보증이라는 것도 없지않나. 제작자 입장에서는 물론 톱스타가 하면 좋겠지만.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는 열려 있는 게 아닌가. 좋은 역에 탐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작사에서는 전지현이 캐스팅되서 대중적으로 더 관심이 늘었을 것이라고 하더라.

▶왜 이렇게 까칠한가. 늘었다면 늘었다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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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휴먼다큐 송수정 PD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지현.

ⓒ<최용민기자 leebean@>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전지현의 변신', 화장을 지웠다, 가 화제였다. 변신에 대한 강박관념이 혹시 있나.

▶전혀 없다. 난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배우가 배역을 맡으면 당연하게 그 역할에 맞춰야 한다. 수정은 화장을 하면 안된다. 그런 역이니까. 외적인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 배우는 어떤 식으로든 배역에 자신이 묻어난다. 그 배우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변신을 했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과 주위에서 나를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변한 게 있다면 정윤철 감독님을 보고 놀랐다. 아니 감독이 이렇게 젊을 수가 있다니.(웃음)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그게 진실되고 편안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아, 이런 거였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전지현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으로 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부응하려고 남모르게 노력하기도 한다. 실망시키지 말아야지라면서. (웃음)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배우에게 점수는 관객들이 주는 것이다. 백점일 수도 없고. 난 그렇게 채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배우이고 싶으니깐. 열심히 노력하면 내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출이 워낙 적다보니 신비주의라는 오해를 산다.

▶신비주의 아니에요.(펄쩍 뛰면서. 실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내가 배우로서 열심히 살면 그 삶이 작품에 당연히 녹아든다고 생각한다. 그 삶을 그대로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수정을 연기하지만 사람들은 수정을 나를 통해 보지 않나.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래서 열심히 노력한다.

-전지현은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체형이 변하는 체질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술이나 담배, 단 음식 등을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상당히 노력한다고 들었다. 그런 당신에게 담배를 뻑뻑 피워야 하는 극 중 역할은 노출과 맞먹는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배역에 배우가 맞추는 건 당연하다. 배우가 작품에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담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건 이야기일 뿐이다.

-할리우드 진출작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이야기를 해보자. 왜색 시비도 있다. 최근 한국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데 일본인 역을 많이 하게 돼 더욱 그런 것 같다.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다. 밖으로 나가면 나갈 수록 느끼는 게 그들이 동양 이미지로 보는 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갈수록 아쉬운 부분이다. 언젠가는 누가 깨야 한다. 한국배우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원작이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일본쪽이냐면 그렇지 않다. 아시아의 어떤 나라로 설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할 때 어려움이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나부터 안된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꼭 한국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노력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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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휴먼다큐 송수정 PD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지현.

ⓒ<최용민기자 leebean@>


-우리도 그렇고 중화권에서도 그렇고, '엽기적인 그녀'의 색채가 강하다.

▶그것보다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내가 걸어온 길을 더 잘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엽기적인 그녀'는 앞으로 걸어갈 길의 스승 같은 존재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게 하고. 내가 더 꾸미고 색깔을 입혀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엽기적인 그녀'는 스승처럼 늘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존재다.

-광고계에는 '전지현 효과'라는 소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영광이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뿌듯하고. 하지만 광고는 이미지 아닌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도록 노력해준 분들의 공이 크다. 또 어떤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전지현이라고 다 잘되면 내가 출연한 영화마다 모두 대박이 나지 않았겠나.(웃음)

-전지현하면 '섹시'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자신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나.

▶보기에 내가 섹시한가.(웃음) 섹시라는 단어는 얼마나 매력적인 말인지 모른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그런 단어인 것 같다. 내가 섹시하다는 소리는 대단한 칭송인 것 같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찍으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이가 들면서 나도 멈춰 있지는 않지 않겠나. 그런 과정에서 정윤철 감독님을 만났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찍을 때 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건 아니었더라.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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