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완, 그에게선 '젊음'의 기운이 풍긴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06.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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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온주완. ⓒ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온주완에게서는 '젊음'의 기운이 풍긴다. 그건 애교 넘치는 눈웃음이나 쾌활한 성격, 클럽에서의 춤솜씨 등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숨막히는 열기와 진한 땀방울이 연상된달까. 영화 '태풍태양'에서는 펄떡펄떡 뛰는 것 같은 활력이, '피터팬의 공식'에선 참을 수 없을 듯한 답답함이 그의 젊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온주완의 새 영화 '무림여대생'(감독 곽재용·제작 영화사파랑새)은 지금보다 2년 젊은 그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촬영하며 그가 흘렸을 땀방울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 곳곳에 담겼다. 그래서일까? 스크린에서 눈을 돌려 만난 온주완은 부쩍 성숙한 모습이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바로 봐도 어색할 때가 많은데 2년이 지나고 보니 어떻겠어요. 무엇보다 옛 모습이 제가 봐도 촌스러워요. 하지만 지금 봐도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은 들어요. 어색하긴 해도."

그가 맡은 남자주인공 일영은 무술소녀 소휘(신민아 분)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무공을 닦은, 애교 속에 비밀을 감춘 청년. 몇 개월을 제주도에 틀어박히다시피 하며 영화를 찍을 땐 고생도 참 많이 했다. 아차 하면 팔목이며 몸 곳곳이 상처투성이가 될 정도. 파트너 신민아 때문에 내내 엄살 한번 제대로 못 부린 그는 뒤늦게 "다치긴 제가 제일 많이 다쳤다"고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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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온주완. ⓒ이명근 기자 qwe123@



"거의 3개월을 미리 무술 연습을 했거든요. 검을 들고 싸우는 장면을 찍다 보면 손 같은 델 맞을 때가 맞아요. 워낙 여러 번 그러니까 앞에선 '괜찮아' 하고 뒤 돌아보면 손이 헐크 손처럼 이만큼 부어 있는 거죠. 침 많이 맞으러 다녔어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온주완은 작품마다 유독 '몸고생'이 많았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던 '태풍태양'이나 발레에 빠져든 '발레 교습소'. '피터팬의 공식'에선 수영 선수가 됐고 케이블드라마 '별순검'에서도 조선시대 형사로 버선발이 닳도록 뛰었다. 무술 청년 '무림여대생'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발레교습소', '태풍태양'까지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피터팬의 공식'부터는 왠지 중독이 된 것 같아요. 놀면서 찍으면 '내가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달까. 조금 고생하고 다치고 하며 느끼는 쾌감이 있어요. 열심히 일하면서 드는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 그렇게 끝까지 가다보면 집에 돌아왔을 때 스스로 '어휴 수고했다, 잘 자자'이런 기분이 돼요."

그런 온주완이 2년간 손을 놓고 기다렸으니 속이 다 타들어가지 않았을까? 온주완에 따르면 "1년은 안달했는데, 그 다음엔 오히려 속이 편해졌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느긋해졌다. 덕분에 '무림여대생'을 같이 찍은 유건과는 더 가까워졌다. 만나서 해결되는 일도 아니지만 어쨌든 일단 만나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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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온주완. ⓒ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엔 마음이 맞아 유건과 촛불 집회에 같이 나갔다가 속상한 일을 겪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갔건만 촛불을 든 두 사람을 취재진이 알아본 것. 온주완은 "영화 홍보하러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고는 인터뷰 안한다고 손사래를 치며 가두행진을 벌이는 인파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걸 느꼈다.

"둘이서 이거 정말 심각하구나 하면서 걷고 있었거든요. 그런 반응, 뭐 이해는 하지만 마음이…. '어 연예인이네' 하시는데 '그럼 연예인은 여기 오면 안돼?'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요, 우리는 밥 먹고 방바닥에서 몸만 지지고 있을 줄 아셨나보죠? 사실 화가 좀 났어요."

당시 그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는지도 잘 몰랐던 매니저와 영화 홍보 담당자의 창백해지는 얼굴을 뒤로 하고 온주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쇠고기 문제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든지, 최대 인파가 몰렸던 지난 10일엔 혼자 거리에 나갔다든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소망이 있다면 걱정 많은 국민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등등.

이제 스물여섯이 된 온주완은 계속 젊음의 표상으로 그려지는 데 대한 부담도 함께 털어놨다.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는 건 그의 또 다른 바람이다. 그래서 온주완은 군대도 얼른 가고 싶고, 누누이 얘기했듯 제대 후 사회에서 서른을 맞고 싶다. 그는 예전에는 하루 종일 춤을 춰도 가뿐했는데 이젠 1시간만 춰도 관절이 아프다며, 여드름도 잘 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어요. 배우가 어린 얼굴만 갖고 있는 건 좋지 않은 일 같아요. 지금껏 청년의 연기 인생을 살아왔다면 서른한 살 즈음, 아마 그때가 되면 남자의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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