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그렇게 소박하고 다정했던 사람이..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8.10.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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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지난 주부터 내내 슬프다. 고 최진실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소식으로 말이다. 그 슬픔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후회가 더해져서 더더욱 우울했다. 아니, ‘후회’라니? 그녀의 소식에 무슨 후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음, 그 ‘후회’란 매주 한 번씩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 안재환과 얽힌 25억 사채설 루머가 한창일 때, 그래서 악성 댓글들로 그녀가 깊은 상처를 받고 있었을 때, ‘그녀가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란 이야기를 썼다면? 그래서 혹시라도 그녀가 봤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후회’가 됐던 것이다. 물론 이 마음이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너무나도 그녀의 죽음이 슬프기 때문에, 그래서 이것이 꿈이길 바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니 살짝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작년 겨울이었던 것 같다. SBS 로비에서 라디오 방송을 끝내고 나오는 최화정을 만났다. 그녀는 언제나 멋쟁이지만, 그날따라 머리에 쓴 털모자가 유독 눈에 띄면서 파리지엔같이 분위기 있어 보였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자마자 안부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모자에 대한 인사부터 했다. ‘어머~ 언니. 모자가 정~말 예뻐요. 멋있다.’ 그랬더니 그녀 특유의 상큼 발랄한 목소리로 ‘어, 이 모자? 이거 진실이가 떠준거야.’ 하는 것이다.

‘어머나! 최진실 언니가 그렇게 뜨개질도 잘해요? 대단하다.’ 했더니, ‘그래, 진실이는 이런 거 앉아서 한 시간이면 뚝딱~하고 떠. 그래서, 아는 사람들한테 막 나눠주고 그래. 걘 원래 이렇게 남 주는 거 좋아하거든. 다정해.’ 하는 것이다. 그 순간 쇼파에 앉아 털실로 모자를 열심히 뜨고 있는 고 최진실의 모습이 상상되며 ‘톱스타인데 참 소박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A급 스타지만, 그렇게 소박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내가 고 최진실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특별한 인연이 하나 있다. 물론 그녀는 기억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2001년...? 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내가 작가 생활한 지 5~6년차 정도 됐을 때인 걸로 기억한다. 당시 설특집 프로그램을 하는데, 거기서 연예인들이 친한 사람에게 릴레이로 연하장을 보내는 구성으로 촬영을 해야했고, 연하장 보내기의 스타트를 끊어줄 연예인을 섭외해야했다. 누구누구였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활동하는 꽤 많은 연예인들에게 섭외 전화를 했었고, 모두에게 이런 저런 이유들로 거절당했다.


그런데, 그 때 나에게 무슨 용기가 났는지, 당대 톱스타인 고 최진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그것도 매니저를 통하지 않고, 본인에게 말이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톱스타들은 섭외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정도이다.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이 몇 달을 걸쳐 찾아가도, 심지어 해가 바뀌어도 한 번 출연할까, 말까니 내가 당시 그녀에게, 그것도 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일이었다. 오래 전이지만, 핸드폰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차갑게 전화받으면 어떡할까하는 걱정으로 손에 진땀이 났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딸깍,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안녕하세요.’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특집 프로그램 컨셉트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너무나 기분 좋은 목소리로 ‘음... 그래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연하장 보내면 되는 거잖아~ 너무 좋다. 재미있겠다. 할게요. 그리고, 나 지금 그 방송국에 와 있는데, 시간되면 만나러 올래요?’ 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전화 한 통 해서 설명했을 뿐인데, 흔쾌히 출연하겠다니, 너무나 놀랐다. 그리고 한 걸음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만나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를 시작으로 사랑하는 동생인 엄정화에게 연하장이 보내졌고, 그 연하장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면서 촬영을 무사히 끝냈다. 당시 나이 많은 PD며 작가분들이 ‘우와~ 도대체 어떻게 최진실이 섭외된거야?’ 라며 놀라워했던 게 기억난다.

그렇다. 그녀는 ‘내가 톱스타인데, 이 정도 수준은 되야지.’하며 이리 저리 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늘의 별처럼 만지기도 어려울 것 같았던 톱스타가 아니라, 참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동시에 좋으면 바로 OK할 줄 아는 화끈한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꼭 친언니처럼, 친누나처럼, 친동생처럼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제는 그녀가 웃고, 울며 연기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최진실이라는 별은 내 가슴에, 우리들 가슴에 언제나 남아있을 것이다. 영원히. 그리고, 지금의 이 글이 그녀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위로가, 그녀에게 악성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에게는 그녀는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다고 정정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하며.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부디 행복한 곳에서 웃으며 지내시길 바래요. 아듀, 최진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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