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도 잇신 "우에노 주리,16살까지 연애한 적 없다"(인터뷰)

부산=김건우 기자 / 입력 : 2008.10.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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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 감독 ⓒ <사진제공=래핑보아>


이누도 잇신 감독은 한국에 작은 영화의 힘을 보여준 감독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발견한 4만 5000여 명의 팬들은 이누도 잇신의 '청춘 월드'에 환호했다. 그는 이번에 고양이를 소재로 택해 '구구는 고양이다'를 완성했다.

섬세하게 포착한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는 그가 '우리 개 이야기'를 그렸을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양이는 인간이 자신을 여왕처럼 모시길 원한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3년 동안 고양이를 기르면서 고양이의 습성을 관찰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누도 잇신 감독을 만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만화 '구구는 고양이다'는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나?

▶원작의 매력은 만화가인 중년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매일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지는 점이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조그마한 일인데도 즐겁고 재미있게 느낀다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편 작품 안에서는 슬픈 일과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알고 보면 '구구는 고양이다'와 '터치'를 포함해 총 네 작품이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메종드 히미코'와 마찬가지로 일본 순정만화계의 거장 오오시마 유미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오오시마 유미코는 70년대 순정만화를 대표하는 작가다. 오오시마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고 들었다.

▶오오시마의 원작을 영화해보겠냐는 제의가 왔을 때 너무 기뻤다. 하지만 소재가 고양이라는 것을 알고 겁을 먹었다. '우리 개 이야기'때 고생을 많이 했다. 가령 강아지는 사람의 말을 잘 듣기 때문에 의도한 대로 따라 주지 않으면 실망이 크다.

하지만 막상 촬영해보니 고양이는 정반대였다. 고양이는 원래부터 사람말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우연히 원하는 행동을 해주면 너무 기뻤다. 개인적으로 개보다는 고양이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정신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

개를 영화화했을 때 작품을 마친 후 개를 키운 스태프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구구는 고양이다'를 마친 후 우에노 주리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 나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다고 했을 때부터 3년 간 키웠다.

-고양이가 말을 잘 안 들어 촬영 기간이 길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오래 걸렸다. 어떤 장면에서는 두 시간 반 정도 기다린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고양이는 원하는 행동을 해주기 않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 그래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

-고양이와 개는 사람에게 어떤 점에서 다르게 다가올까?

▶고양이와 개는 사람에게 있어 완전히 다르다. 가령 강아지는 키우는 느낌이다. 강아지는 이쪽으로 오라고 하면 꼬리를 치며 온다. 뭔가 함께 하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관찰 당하는 기분이다. 고양이는 감정을 파악하기 힘들다. 과연 이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함정에 빠지듯 고양이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고양이는 자기가 주인인 줄 안다. 컴퓨터를 하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을 때 꼭 내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고양이 눈에 내가 보여야하기 때문에 내 앞에 앉아있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고양이는 여왕이고, 사람은 시종인 셈이다.

-우에노 주리와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이후에 4년 만의 만남이다. 그동안 우에노 주리는 톱스타로 성장했다.

▶우에노 주리와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를 작업할 때부터 다음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오랜만에 만나보니 무명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맨 처 음 만났을 때의 초심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에노 주리 연기의 특징은 자신이 납득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 가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를 찍을 때 츠마부키 사토시와 오랜만에 재회하는 장면이 있었다. 우에노 주리는 그때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16살이 될 때까지 누군가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에노 주리는 납득이 잘 안되면 좋은 연기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상황이 이해가 되면 누구보다도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은 배우로서는 무척 힘든 부분이다. 가령 시나리오에 써 있는 그대로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 그것은 감독으로서는 좋지만 좋은 연기를 못 끌어내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자신도 굉장히 불편할 것으로 본다.

-청춘 영화를 그동안 그려왔다. '청춘'이란 어떤 존재인가?

▶청춘은 무엇일까? 그것은 본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놓친 가장 매력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청춘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끝난다고 생각해 순수한 청춘을 즐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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