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추격자'는 기적의 연속이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2.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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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에게 2008년은 최고의 해이다. 첫 주연 영화인 '추격자'가 500만 관객을 동원, 연기력과 흥행력을 검증받았다. 그는 '추격자'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올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무려 6개나 휩쓸었다.

집에 돈 한 푼 가져다주지 못해도 연극판에서 꿈으로 먹고살던 김윤석은 이제 한국영화계에 없어서는 안될 보석 같은 존재가 됐다. 투박하고 거칠다 때로는 영 밍밍한 남자로 변신이 가능한 배우.


'전우치' 촬영에 한창인 김윤석에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올 들어 6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하려 전화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싱싱하며 확신에 차 있었다.

-6번째 받으니 더 이상 축하한다고 연락하기도 그렇다. 그래도 축하한다.

▶푸하하. 안 그래도 6번째 받았을 때는 축하한다는 문자가 확 줄었더라. 아주 요즘 호강에 겨웠다. 주위에서 한 턱을 내라고 난리인데 술 먹을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나고 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나. 아니면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빠를 줄 알았나.

▶사람인데 당연히 언젠가는 이렇게 돼야지 라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그것도 다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타짜'로 남우조연상을 받았으니 당연히 남우주연상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렇게 다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웃음) 하나라면 모르지만.

-첫 번째 받을 때와 여섯 번째 받을 때, 소감이 다 다르던데.

▶처음에는 너무 영광스러웠다. 그러다 점점 상이 많아지면서 솔직히 하정우와 공동 수상을 기대하게 됐다. 절반의 공은 하정우 몫이니깐. 술을 마셔도 얼마나 맛있게 먹을 수 있었겠나.

수상소감은 준비를 안했다. 한 번 준비를 했더니 역시나 잘 안 나오더라. 차라리 즉흥연기가 쉽지. 그 때 그 때 고마운 사람들, 떠오르는 말로 감사를 표시했다.

-연극할 때부터 친구였던 송강호와의 인연도 새삼 화제가 됐는데.

▶청룡 영화상과 대한민국 영화대상, 둘 다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시상했다. 청룡 때는 술 한 잔도 못했는데, 영화대상 때는 왠지 감동적이더라. 적어도 우리 두 사람한테는 감동이었다. 연극할 때부터 밤을 새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해온 친구니깐. 박찬욱 감독도 뭉클하다고 했다더라.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출연하면 굉장할 것 같은데.

▶'좋은 놈, 나쁜 놈' 같은 영화가 있으면 내가 좋은 놈하고 송강호가 나쁜 놈 하면 좋겠다.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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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같은 상복이 또 올까,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도 더 생길 법 한데.

▶일단 올해 같은 기적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안 일어날 것 같다. 그리고 부담은 안 된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뿐이다. 상도 받았으니 마음을 더 비우고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런 생각이다.

-내년에는 '거북이 달린다'와 '전우치'가 개봉한다. '추격자'와는 영 다른 모습 일 텐데.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카리스마도 없고 뭐 그렇다. 하루하루 복권이나 긁는 시골 형사니깐. 지금까지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전우치'는 500년을 두고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인물이니 또 다른 모습 일 테고. 어쩌면 내 첫 사극이라고 할 수도 있다.

-최동훈 감독과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이어 '전우치'로 세 번째 인연을 맺는데.

▶이제는 눈빛만 봐도 의도를 알 수 있다. 서로.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다 자연스레 나를 비우게 된다.

-'추격자'로 올 해 수많은 상과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추격자'가 배우 김윤석에게 주는 의미란.

▶'추격자'는 굉장히 영화 같은 영화다. 자화자찬 같지만 하정우와 김윤석, 그리고 나홍진 감독의 만남이란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충무로 기대주가 같이 신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기적 같은 조합이었다. 아무튼 기적의 연속이었다.

-그럼 인간 김윤석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면.

▶'타짜' 이후 여러 시나리오가 들어 왔지만 검증 안된 신인 감독의 영화를 택했다. 나로선 모험이었다. 내 판단을 증명하게 된 셈이다. 이제 40살이 넘었는데 내 판단을 믿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작품이 '추격자'인 것 같다.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계속 해나가자는 것이다. 조연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있다. '추격자'도 처음부터 하정우 역이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나저나 올해가 나의 해인데 얼마 안 남아서 어쩌나.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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