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 신동엽이 뽑은 딱 한 명의 천재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04.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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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를 아시는가? 물론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전설의 새라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이다. 실제로 본적은 없어도 비둘기, 참새만큼이나 자주 들어본 새 아닌가? 누군가가 어떤 역경을 딛고서 벌떡 일어설 때, 흔히들 그를 불사조 같다고 표현하니까 말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불사조들이 있는 것 같다. 가난한 집안을 이겨낸 불사조, 부도난 사업을 극복한 불사조, 불치병을 이겨낸 불사조 등등 저절로 박수 치게 되는 불사조들이 정말 많지 않나? 이런 불사조들은 방송가에도 볼 수 있으며, 오늘의 주인공 역시 불사 조같은 사람이다.


그는 바로 재간동이 신정환이다. 그런데, 신정환이 불사조? 어라? 불사조라 하면 왠지 성격도 강하고, 덩치도 크고, 독하고 매서운 눈빛을 가진... 뭐 이런 이미지가 떠올려지는데, 신정환은 불사조라 하기에 좀 여리여리한 거 아닌가? 이런 의문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시라. 그가 연예계 데뷔한 이후의 모습들을 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쭉쭉쭉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룰라로 데뷔했을 때의 그를 만날 수 있다. ‘백일째 만남’이라는 히트곡을 낸 이후 룰라의 인기가 치솟을 무렵, 군입대를 한다. 그로부터 2009년, 18년이라는 시간동안 그의 모습을 살펴보라. 어떤가?

군대라는 공백과 다시 컴백 후 가수로서 대박을 친 시간도 있었고, 해체 후 다른 멤버와 결성을 했지만, 딱히 빛을 못 봤을 때도 있었고, 특유의 재치로 각종 오락프로그램의 중요 게스트였다가 그 과정을 치고 올라가 보조MC였다가 좀 잘나가는가 싶었는데, 안타까운 사건에 휘말려 한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어찌되려나... 걱정했지만, 얼마 후 다시 우뚝 일어서서 재기에 성공한 후 이제는 보조MC를 넘어서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MC자리까지 올라서지 않았나? 신정환의 이런 삶들이 바로 불사조가 아니고 뭐겠는가?


솔직히 연예계는 정글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혜성처럼 치고 나오는 어린 연예인들이 많아서 누구의 인기가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곳이요, 히트곡이나 히트 드라마가 있을 때는 반짝하다가 더 이상 그러지 못할 경우 흐지부지 관심밖의 인물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니 15년 이상 꾸준히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불사조 신정환은 군대에, 그룹 해체에, 사건사고에 온갖 일들을 다 겪으면서도 꿋꿋이 일어선 걸 보라.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이 말이다.

그렇담 신정환을 불사조처럼 살아나게 한 이유는 뭘까? 일단 밉상이 아니라는 사실. 다시 말하면 비호감인 행동을 해도 호감으로 보인다고나 할까? 가끔은 어처구니없는 농담으로 오버도 하고, 가끔은 깐족대기도 하고, 가끔은 실없는 소리도 내뱉지만 이 모든 것이 밉다기보다는 귀엽게 느껴지지 않는가?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면 시작은 뭘 좀 해보려고 지르지만 결론은 항상 깨갱~하고 움츠려드는 약자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와 함께 일했던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서 꼭 있어야하는 존재라고 입을 모아서 칭찬한단다.

지금 말고, 예전 ‘상상플러스’에 ‘놀이의 재발견’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그 당시 일을 잠깐 이야기하면, 많은 놀이들 중에서 이런 걸로 놀기엔 좀 너무 심심하다, 싶은 놀이의 경우 꼭 신정환에게 시범을 보여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밋밋한 놀이가 너무나 확~ 재미있게 느껴진단다. 그만이 가진 독특한 몸짓과 재치 때문에 항상 그런 놀라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그러니 제작진들에게 그는 꼭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 여러 방송국 스태프들과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김제동, 박수홍, 이휘재, 신정환 등등이 함께했던 잠깐의 회식 자리가 있었다. 그 때 신동엽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는 우리나라에 진짜 말 잘하고, 재미있는 연예인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 모두 다 똑똑하고 훌륭해. 하지만, 천재를 딱 한 명 뽑으라면 난 신정환을 뽑는다. 저 녀석은 아무래도 지구인이 아닌 것 같아. 외계인이 분명해. 생각하는 게 지구인이랑 다르거든.’ 이런 내용이었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연예인들도 모두 공감했다.

아마도 신동엽이 했던 그 이야기에 신정환의 모든 매력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방송에서 신정환의 남다른 재치를 볼 때마다 가끔씩 생각한다. 신정환의 머리속이 궁금하다고. 그의 뇌구조는 정말 지구인하고 다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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